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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유레카] 베트남 ‘권력투쟁’ 막전막후/박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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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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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잇는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른 베트남에서 2인자인 국가주석이 갑작스럽게 물러났다. 드러난 이유는 ‘부패 척결’이다. 베트남은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는 봉쇄 정책을 강력히 시행했는데 기업인 등이 ‘특별입국’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뇌물이 오갔고, 진단키트 개발·승인 과정에서 고위 관료들과 연결된 비리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달 초 부총리 2명이 물러났고, 수십명의 고위 관리·외교관들이 체포되었다. 이 상황에 책임지고 권력 서열 2위의 응우옌 쑤언 푹 국가주석이 지난 17일 사의를 표했다.

막후에서는 권력 서열 1위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총비서(서기장)가 경쟁 세력을 숙청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베트남 정치를 연구해온 이한우 서강대 교수는 그 배경에 ‘개혁의 속도’와 ‘중국과의 관계’를 둘러싼 정치 세력간 대결이 있다고 설명한다. “중남부 출신, 행정부에서 경력을 쌓은 이들 가운데 ‘신속 개혁파’가 많고, 북부 출신으로 공산당직을 주로 맡아온 이들 중엔 ‘점진적 개혁파’가 많은데, 이번 사태는 개혁을 더 빨리 추진하려 한 ‘친 시장파’가 밀려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러난 응우옌 쑤언 푹 주석은 중부 꽝남성 출신으로 외국 기업 유치와 시장화 개혁에 적극적이었다. 한국 기업 진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 ‘친한파’로도 꼽힌다. 베트남은 지난해 한국이 최대 무역흑자(342억달러)를 낸 국가다.

베트남은 미국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형성해 왔지만, 한편으론 공산당 일당통치 국가라는 공통점과 경제 관계를 고려해 중국과의 관계 유지에도 공을 들여왔다. ‘친중파’ 행보를 해온 응우옌 푸 쫑 총비서의 권력이 강해지면서, 무게추가 당분간 중국 쪽으로 기울 것으로 예상된다. 응우옌 푸 쫑 총비서는 지난해 10월 시진핑 주석이 3연임하자마자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과 전면적 전략협력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베트남인들의 중국에 대한 뼛속 깊은 경계심과 중국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 등을 고려하면, 베트남 공산당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상황에 따라 균형추를 옮기면서 국가 이익을 확보하려는 시도를 계속할 것”으로 이 교수는 전망했다.

베트남 ‘정치 개혁의 후퇴’로도 볼 수 있다. 시진핑 주석에게 권력이 집중된 중국 공산당과 달리, 베트남 공산당은 총비서, 국가주석, 총리, 국회의장에 권력을 분산시키고, 후보 자격을 당이 제한하기는 하지만 국회의원 500명을 직접 선거로 뽑는 등 정치 개혁을 진전시켜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응우옌 푸 쫑 총비서가 3연임을 하고, 공안부 출신 인사들을 측근에 전진 배치하고 있다. 비판적 언론과 인터넷, 시민사회에 대한 단속도 삼엄해졌다. 초고속 성장 속에서 자율성을 키워가는 사회를 공산당과 최고 지도자의 권력을 강화해 통제하려는 ‘시진핑 시대 중국 모델’이 겹쳐보일 수밖에 없다.

박민희 논설위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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