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대한항공-아시아나 '시너지'와 슬롯이란 변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윤정희 기자]
더스쿠프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ㆍ합병(M&A) 절차가 8부 능선을 넘었다. 현재 두 항공사는 M&A를 최종 확정하기 위해 해외 경쟁당국(14개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받는 중이다.

통합항공사를 운영하려면 필수신고국가(미국ㆍ유럽연합(EU)ㆍ일본ㆍ중국)의 승인을 반드시 득해야 하는데, 최근 중국이 심사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미국, EU, 일본 및 임의신고국가인 영국의 허가만 남아있다. 이중 3개국(미국ㆍEUㆍ영국)은 2~3월 중으로 심사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르면 1분기 내 기업결합 심사가 종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두 회사의 M&A 소식이 알려진 후 3년 만에 통합항공사가 출범을 눈앞에 뒀지만, 우려의 시선은 여전하다.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통합항공사가 경쟁당국에 일부 슬롯(Slotㆍ해당 시간에 항공기를 이착륙할 권리)을 넘겨주기로 해서다.

이를테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중복되는 노선의 4개 슬롯을 중국 항공사에 이전하기로 약속했다. 영국 런던~한국 인천 노선에선 통합 17개의 슬롯 중 7개를 영국 항공사인 '버진 애틀랜틱'에 넘길 가능성이 높다.

슬롯은 항공사의 티켓 판매를 좌우하는 핵심 자산 중 하나다. 승객들이 선호하는 시간대 슬롯을 보유할수록 티켓 수요가 높아져서다. 슬롯 재분배로 인해 통합항공사의 시너지효과가 기대치를 밑돌 것이란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이를 역으로 풀면 다른 시나리오가 나온다. 슬롯이 중요하긴 하지만, 어느 시간대 슬롯을 나눠주느냐가 관건이란 얘기다. 가령, 외국 항공사에 심야 혹은 새벽시간처럼 여객 수요가 낮은 슬롯을 넘기면 타격을 덜 받을 가능성이 높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키포인트는 어느 시간대 슬롯을 분배하느냐"라면서 "이는 경쟁당국과 향후 논의를 통해 협의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슬롯 이전이란 원칙적인 틀만 정해놨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하지 않은 상태"라며 통합항공사의 경쟁력을 둘러싼 시장의 섣부른 해석을 경계했다.

더스쿠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가지 문제가 더 남아있다. 통합항공사는 슬롯뿐만 아니라 운수권(해당 노선에 취항할 수 있는 권리)마저 내놔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공정거래위원회는 두 항공사의 M&A를 승인하는 조건으로 해외 당국과 항공자유화협정을 맺지 않은 '비자유화노선'의 운수권을 국내 항공사에 재배분하라고 지시했다. 비자유화노선은 국가 간 운항 횟수가 제한돼 있고, 외국 항공사에 할당할 수 없다.

대한항공 측은 "비자유화노선의 운수권 이전에도 다양한 옵션이 있다"면서 "(운수권이든 슬롯이든) 통합항공사의 경쟁력을 떨어뜨리지 않는 선에서 자세한 내용을 협의하고 조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패의 갈림길에서 통합항공사가 향하는 곳은 과연 어느 쪽일까.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저작권자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