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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제 심야 기본 6700원인데…택시 불친절 징계 못하는 서울시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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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일부터 서울 택시의 기본요금이 1000원 인상된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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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1일부터는 서울에서 택시 타기가 더 부담스러워진다. 요금이 대폭 오르기 때문이다. 주간(새벽 4시~밤 10시)을 기준으로 하면 기본요금이 3800원에서 1000원 인상된 4800원이 된다. 인상률이 26%나 된다.

또 기본요금으로 갈 수 있는 거리가 짧아지고, 요금이 추가되는 거리와 시간도 단축된다. 여기에 심야에 택시를 탄다고 하면 요금은 한층 비싸진다.

서울시가 지난해 12월부터 20%의 심야할증이 붙는 시간대를 종전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에서 밤 10시~새벽 4시로 2시간 늘렸기 때문이다.

이 중 승객이 많이 몰리는 특정 시간(자정~새벽 2시)대의 할증률은 40%다. 이 시간에 택시를 타면 기본요금만 6700원이다. 택시가 안 잡혀 별도의 호출료라도 붙이면 요금은 더 치솟게 된다.



심야에 타면 기본요금만 6700원



택시 이용객 입장에선 달갑지 않지만, 서울시가 요금을 이렇게 올린 데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요금이 몇 년째 동결되면서 개인택시와 법인택시 기사의 형편이 열악해진 데다 코로나19로 승객까지 급감하면서 택시업계가 받은 타격이 상당했다.

몇몇 조사 자료에 따르면 법인택시 기사의 월평균 수입은 200만원에도 못 미쳤고, 개인택시는 300만원 안팎이었다. 지난해 말 국토교통부가 조사한 음식배달 종사자의 수입이 월평균 380만원가량인 걸 고려하면 택시기사들의 형편을 짐작할 만하다.

법인택시를 떠난 기사 상당수가 음식배달업으로 옮겨갔다는 분석 역시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지난해 극심했던 택시대란은 법인택시 기사의 이탈이 주 원인이었다. 기사 부족 탓에 운행률이 30%에 그치면서 공급이 크게 줄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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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요금을 올려 택시기사의 수입을 늘려주는 방식을 통해 법인택시 기사를 확충하고, 개인택시 운행도 증가시켜야 택시대란을 풀 수 있다고 지적해 왔다. 서울시의 요금 인상은 이런 사정에서다.

그런데 요금 인상 과정에서 꼭 함께 논의됐어야 할 게 빠졌다. 바로 택시의 승객 서비스 강화방안이다. 요금이 올라가는 만큼 승객 서비스도 높아져야 이용자의 불만이 줄어든다. 하지만 서울시가 별도의 방안을 마련 중이라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물론 서울시는 이미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상훈 서울시 교통기획관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연말연시 심야 승차난 종합대책' 에 불친절 요금 환불제도와 불법영업 택시 단속 방안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불친절 요금 환불제도는 불친절 또는 부당요금 같은 고객불만이 생길 경우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이나 해당 법인택시 회사가 기사 확인을 거쳐서 적정금액을 돌려주는 내용이다.

문제는 별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이 제도를 시행했지만, 실제 환불이 이뤄진 사례는 단 2건뿐이다. 그마저도 불친절이 아니라 부당요금 때문이었다. 환불 주체도 개인택시조합이나 법인택시 회사여서 서울시가 직접 간여하는 것도 아니다.



불친절 100건 중 처벌 1건도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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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사실 택시 불친절 등 민원사항에 대한 서울시 처분을 보면 허술하기 짝이 없다. 서울시가 지난해 말 국회에 제출한 ‘최근 5년간(2018년~2022년 11월) 택시 민원과 처분 현황’에 따르면 해당 기간 제기된 민원은 모두 7만 4265건이었다.

‘불친절’이 가장 많은 2만 4847건으로 전체의 33.5%를 차지했다. 이어서 ▶부당요금 징수(2만 679건, 27.8%) ▶승차거부(1만 6044건, 21.6%) ▶차내 흡연ㆍ청소 불량 등 기타(6860건, 9.2%) 등의 순이었다.

이 중 실제 처분이 이뤄진 건 1만 259건으로 전체의 13.8%였다. 처분은 자격취소와 자격정지(6개월 이내), 과태료(10만원 이하), 교육이수(4시간) 명령 등이 있다. 신고 대비 처분율이 가장 높은 건 ‘사업구역 외 영업’으로 49%였고 ‘차내 흡연ㆍ청소 불량 등 기타’가 39.4%로 뒤를 이었다.

반면 ‘불친절’은 2만 4847건의 신고 가운데 0.9%인 229건만 처분이 내려졌다. 100건의 불친절 신고 중 제재로 이어진 건 채 1건이 안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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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27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한파 대응 민생 안전 시·자치구 구청장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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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서울 은평구에 차고지를 둔 개인택시 기사 A 씨(60)의 경우 불친절과 난폭운전 등으로 각기 다른 신고가 10건이나 접수됐지만 단 한 차례도 제재를 받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조차 “상습적인 불친절과 난폭운전이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말할 정도였지만 영상·녹취 같은 직접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자격취소나 자격정지 같은 중징계가 이뤄진 건 승차거부ㆍ도중하차ㆍ부당요금 등 321건으로 전체 신고 건수의 0.4%에 그쳤다. 대부분은 4시간짜리 교육이수 명령이고, 과태료 부과가 일부 있을 뿐이다. 그야말로 '솜방망이' 그 자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택시 불친절이나 난폭운전이 개선될 여지도 그다지 없어 보인다. 타다, 아이엠 택시처럼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친절한 대형택시가 인기를 얻고 있는 데는 이런 이유도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요금만 올리고 승객 서비스 강화는 사실상 뒷전이라면 오롯이 시민의 희생만 강요하는 좋지 못한 사례가 될 수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요금을 대폭 인상한 만큼 택시 서비스 향상을 바라는 시민의 요구에 부합하는 답도 내놓아야 한다. 그게 택시와 시민 모두 갈등을 줄이고 상생하는 길이자 정책결정권자의 의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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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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