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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對中 수출·투자 급감… 韓 반도체장비 복합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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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우리나라의 반도체 장비 중국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 중국의 경기 침체와 미-중 갈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주력 수출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여기에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축소까지 더해져 반도체 장비 업계가 '복합위기'를 맞는 형국이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 수출한 국내 반도체 장비 규모는 13억7000만달러 수준이다. 2021년 22억5800만달러와 견줘 40% 축소됐다. 지난해 상반기 수출 규모가 반토막 난 데 이어 하반기 역시 반등하지 못하고 하락세를 이어 갔다.

2021년은 중국이 반도체 장비를 '사재기'에 가깝게 적극 구매한 시기다. 반도체 공급 부족 때문이었다. 2021년이 호황이었음을 감안해도 지난해 수출액이 2019~2020년 14억달러대에 못미치는 수준까지 축소된 건 상황이 심각함을 뜻한다.

지난해 수출 감소는 코로나 봉쇄 정책의 영향이 컸다. 주요 반도체 생산 공장 지역이 폐쇄되면서 장비 공급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한 반도체 장비 회사 대표는 “코로나 봉쇄로 장비 시제품 공급부터 성능 평가까지 수개월 길어진 경우가 있다”면서 “일부 납품을 포기하는 사례도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중국이 봉쇄 정책을 풀고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서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층 강화된 미국의 수출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미국 기업의 중국 반도체 제조기업에 대한 장비 수출을 사실상 금지했다. 이달 네덜란드와 일본이 대 중국 수출 규제에 동참하기로 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중국은 미국이나 일본 장비 대안으로 한국 장비를 많이 찾았지만 수출 규제가 강화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면서 “핵심 공정 장비를 도입하지 못하면 반도체 공장(팹) 운영이 불가능해 부차적인 한국 장비 수요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미국·일본·네덜란드의 장비 도입 난항으로 팹 설비 투자가 축소되면 한국 장비 수출도 타격을 받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중국의 대표 반도체 파운드리 중신궈지(SMIC)와 메모리 제조사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창신메모리(CXMT)는 올해 설비투자 금액 확대를 예고했지만 실제 투자는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 장비 반입이 어렵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이들 설비 투자가 6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장비사가 주로 공급하는 중국 내 삼성전자·SK하이닉스 공장은 미국 수출 규제에 1년 유예를 받았는데 이 기간이 끝나면 중국 수요는 더욱 줄어들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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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MTC 128단 낸드플래시.<사진=YM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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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장비 업계는 수출과 내수 악화라는 '이중고'에 내몰렸다. 국내 반도체 제조사도 설비 투자 축소에 나서면서 활로가 막혔다. 이미 발주가 취소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미국이 우리나라에도 수출 규제 동참을 압박할 경우 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국내 장비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에 주로 공급하기 때문에 앞으로 미국의 규제와 이들 제조사의 행보에 따라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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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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