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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찾았다" 미세먼지 속 이 세균, '폐 손상'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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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생명硏, 미세먼지 속 세균 '슈도모나스 스투체리' 발견…동물실험 통해 호흡기 질환 감염 위험, 폐 손상 촉진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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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이 미세먼지로 뿌옇게 보이고 있다. /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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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미세먼지 속 세균을 발견하고 그 세균이 호흡기 감염을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미세먼지는 10㎛(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이하로, 50~70㎛인 머리카락 굵기보다 얇은 먼지다. 그동안 미세먼지 자체 위험성은 다수 규명됐지만 이번처럼 미세먼지 내부에 있는 세균을 분석한 건 이례적인 연구로 평가된다.

30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따르면, 이무승 환경질환연구센터 박사 연구팀은 미세먼지에 포함된 병원성 세균 '슈도모나스 스투체리'가 호흡기 손상을 일으키는 기전을 규명했다. 이 박사를 포함해 정유진·김창웅 박사가 참여한 연구는 최근 국제학술지 'Environmental Pollution'(환경 오염)에 게재됐다.

최근 우리나라는 기록적 한파에 더해 중국발(發) 미세먼지가 전국을 뒤덮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현재 과학계에선 겨울철·봄철 미세먼지가 중국 영향이 크다고 본다. 미세먼지는 각종 화합물과 유기물로 이뤄진 복합체다. 호흡을 통해 눈·코에 들어가면 알레르기성 염증을 일으키고, 기관지나 폐까지 침투할 경우 천식과 같은 질병을 유발한다.

그동안 미세먼지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다수 보고됐다. 하지만 미세먼지 내부에 포함된 세균이나 곰팡이와 같은 병원성 미생물에 대한 연구는 미미했다. 미세먼지보다 작은 세균을 포착해야 하고 그 세균이 초래하는 문제를 규명하는 일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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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도모나스 스투체리라는 세균이 미세먼지에 포함돼 있고, 호흡기 질환 등을 악화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 사진=한국생명공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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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연 연구팀은 미세먼지를 분석해 '슈도모나스 스투체리'라는 세균을 포착했다. 슈도모나스 스투체리는 토양을 비롯한 다양한 환경에 널리 분포된 세균이다. 특히 이 세균은 사람의 면역 기능이 떨어지면 수막염, 폐렴, 관절염을 비롯한 여러 감염병을 유발하는 인자로 작용한다. 연구팀은 생쥐 동물모델 실험을 통해 세균 유해성을 입증했다.

그 결과 슈도모나스 스투체리는 미세먼지에 노출돼 폐의 면역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활동을 늘렸다. 결국 호흡기 감염 위험을 높였고 폐 손상을 촉진시켰다. 면역 조절 인자인 사이토카인 수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염증성 사이토카인' 현상도 관찰됐다. 특히 미세먼지에서 분리한 슈도모나스 스투체리는 실험실에서 배양된 표준 균주보다 강한 염증 반응을 유도했다.

연구팀은 원인 분석에 그치지 않고 해결 방안도 고안했다. 슈도모나스 스투체리 제어에 효과적인 단백질을 발견한 것이다. 선천성 면역에 관여하는 톨 유사 수용체(TLR)라는 단백질은 항생물질인 베타-디펜신 3(β-defensin 3)를 생성해 궁극적으로 세균 활동을 제어시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무승 박사는 "이번 연구는 미세먼지에 포함된 세균의 유해성을 최초로 밝힌 것"이라며 "앞으로 미세먼지 내 세균에 의한 호흡기 질환 치료와 유해 세균 증식을 제어하는 기술 개발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를 통해 미세먼지에 포함된 세균과 바이러스 등 다양한 유해성 인자를 추가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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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크기와 그 유해성. / 사진=수도권대기환경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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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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