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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은행 오픈런 안 해도 되네"…9시 셔터 열리자마자 창구 꽉 찼다[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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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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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9시쯤 서울 영등포역 인근 시중은행 한 지점 모습. 내점 고객들이 대기하고 있다. 출입구에는 영업시간 정상화 안내 공지가 붙어 있다/사진=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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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에 여는 줄 모르고, 기다릴 생각하고 왔는데 일을 빨리 보게 돼서 정말 좋네요"

30일 오전 9시5분 서울 영등포역 인근 A은행 지점 앞에서 만난 70세 여성 김모씨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김씨는 "오전 9시30분에 열 때는 출근하려면 시간이 빠듯해서 일찍 와서 줄 서서 들어 갔다"며 "그동안 힘들었는데 다행"이라고 했다.

은행권은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이 해제된 이날부터 영업시간을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정상화했다. 지난 2021년 7월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명목으로 단축됐던 영업시간(오전 9시30분~오후 3시30분)이 1년6개월만에 정상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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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9시쯤 서울 영등포역 인근 시중은행 한 지점의 모습. 내점 고객들이 창구에서 서비스를 받고 있다/사진=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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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역 인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 지점에선 지난주까지 흔히 볼 수 있던 '오픈런(영업 개시 시간에 맞춰 영업점에 입장하는 행위)'이 사라졌다. B은행 청경은 "평소엔 아침에 줄 서서 고객분들이 들어오셨는데, 오늘은 줄이 없다"며 "30분 일찍 열어서 인원이 분산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9시30분까지 국민·하나·우리은행 등 3개 은행 영등포역 인근 지점에서 창구 업무를 본 고객은 약 60명이다. C은행 관계자는 "오전 9시에 문 여는 걸 모르고 오신 분들이 많았다"고 했다. 한 은행 지점장은 오전 9시 입구에서 직접 고객을 맞았다.

오픈런은 없었지만 영업점 내부는 붐볐다. 행원, 청경들은 고객들을 맞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D은행은 이날 12개 창구 중 개인 고객 창구 7개를 열었는데 오전 9시15분쯤부터 창구가 꽉 차 있었다. 오전 9시40분쯤 대기 고객은 7명으로 불었다.

방문 고객 대부분은 고령의 어르신이었다. 주로 통장정리, 현금인출 등의 업무를 봤다. 박동배(75)씨는 "오전 9시부터 4시까지는 (은행 영업을) 해야 넉넉하다"며 "나이 먹은 사람들은 전화기(모바일 뱅킹) 쓸 줄 모르고 인터넷도 모르니 은행에 올 수밖에 없다. 은행에 오는 게 빠르고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업무 특성때문에 일찍 은행을 찾는 젊은이도 있었다. E은행 앞에서 만난 남성욱(24)씨는 "야간 근무를 하고 퇴근하면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어서 편리하다"며 "오전 9시30분에 열 때는 야간 뛰고 다음 일정이 있는 경우 은행을 못 갔다"고 했다. 그는 "영업시간이 늘었으니 대기 시간도 줄어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불편 때문에 은행을 향해 쓴소리를 하는 고객도 있었다. 영등포 인근에서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60대 A씨는 "은행 업무는 빨리빨리 처리하는 게 맞는데 그동안 답답했다"며 "남들은 다 8시간 근무하는데 본인들만 그러지 않겠다는 거 아니냐"고 했다.

금융 노조가 영업시간 정상화에 반발해 투쟁을 예고한 데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A씨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오후 4시까지 해도 불편하다"고 소리를 높였다. 30대 직장인 박모씨는 "노조가 거꾸로 가고 있는 거 아니냐"고 했다.

한편 노조는 이날 오후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의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 조치와 관련해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밝힌다. 앞서 노조는 사측과 영업시간 정상화에 대한 명시적인 합의가 없었다며 가처분신청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상준 기자 award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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