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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점포 '활활' 할머니 발 동동…불길 뚫고 현금다발 찾아준 소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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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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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할머니가 불이 난 건물 안에 소중한 물건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냥 두면 그 안으로 뛰어들 것만 같아서 위험을 무릅쓰고 불길 속으로 들어갔어요." 지난 주말 강원 강릉시 한 상가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불길을 뚫고 70대 할머니의 현금다발을 찾아준 사연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입니다.

오늘(30일) 강원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전 4시 47분쯤 강릉시 금학동 한 상가 건물에서 불이 났습니다.

당시 현장으로 출동한 도 소방본부 환동해특수대응단 소속 문덕기(49) 소방위와 안태영(35) 소방장은 긴 시간 이어지는 진압 과정에서 30∼50분을 버틸 수 있는 용량의 산소통을 교체하기 위해 건물 밖으로 잠시 빠져나왔습니다.

그때 이들은 70대 할머니가 눈물을 흘리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할머니는 "건물 안 냉장고 속에 소중한 물건이 있다"며 두 소방관에게 이를 찾아달라고 애절하게 부탁했습니다.

그러나 이웃 점포에서 시작된 불길이 할머니의 점포로 옮겨붙으면서 쉽사리 물건을 찾으러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문 소방위는 할머니에게 이런 상황을 연거푸 설명했으나 할머니의 울음 섞인 요청은 계속됐습니다.

그의 부탁을 외면할 수 없었던 두 소방관은 비교적 안전한 상황에 접어들었을 때 물을 뿌려가며 점포 안으로 진입했습니다.

점포 안에는 채소와 고구마 등이 이미 불에 타버렸고, 할머니의 소중한 물건이 담긴 냉장고에도 불이 붙어 있었습니다.

이들은 냉장고 쪽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해 문을 열었고, 냉장고 하단에서 오만 원권이 들어 있는 검은 봉지 3개를 발견했습니다.

봉지를 들고 무사히 밖으로 나온 두 소방관은 경찰에게 돈을 넘겼고, 경찰은 할머니의 신원을 확인한 뒤 돈을 돌려줬습니다.

그간 장사를 하며 소중히 모은 돈을 받은 할머니는 이들에게 연신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소방 당국은 이후에도 진압을 이어갔으며 화재 발생 2시간 만인 오전 6시 47분쯤 큰 불길을 잡고 오전 8시 4분 진화를 완료했습니다.

이 불로 빈 주택 1채와 건물 4채가 전소돼 점포 8곳이 소실되고 인근 건물 2채가 부분 피해를 봤으며, 주변 아파트 주민 등 50여 명이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습니다.

문 소방위는 "저희도 소방관이기 전에 사람이다 보니 안전이 담보될 때 현장에 진입이 가능하다"며 "불길이 잦아들었을 때 건물 안에 들어가 할머니의 물건을 찾아줄 수 있어 다행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런 일을 하는 게 직업이고 평소에도 하는 일이라서 화제가 되는 게 되레 부끄럽다"고 덧붙였습니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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