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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일타스캔들’ 오픈런 명품 정경호, “가격과 가치는 달라!” [김재동의 나무와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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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친절하고도 상세하게 알려줬다. 내가 바로 ‘1조 원의 남자’로 하루 27억, 1시간에 1억 이상의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인물임을. 그래서 시덥잖은 신변잡기 수다로 내 시간 5분을 허비한 당신은 이미 850만 원을 허공에 날려버린 것임을.

그런데 이 자상한 설명을 들었음에도 반응이 왜 저렇지? 나 누구랑 얘기하고 있는 거지?

tvN 토일드라마 ‘일타스캔들’의 1타강사 최치열(정경호 분)은 요즘 홀린 기분으로 산다. 공식과 법칙으로 도무지 재단할 수 없는 남행선(전도연 분)이란 여자와 엮이면서부터다.

아니 정확히는 낚인 것이다. 낚이지 아니할 수 없는 이유는 남행선이 드리운 미끼인 반찬이 너무 유혹적이어서 덥썩 물 수밖에 없었다는 데 있다. 그 순간 이어진 챔질. 누가 전직 국가대표 아니랄까 봐 그녀는 완벽한 타이밍을 노려 기민하게 채올렸다.

그 결과 최치열은 그녀의 딸 남해이(노윤서 분)의 개인과외를 하게 됐고 대가는 남행선이 제공하는 하루 두끼 도시락으로 합의봤다. 어린 남해이가 보기에도 이 거래가 온당해 보이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저 30분만 봐주셔도 5천만 원인데 저 왜 봐주세요? 저희 엄마 도시락은 1만 원도 안되는데?”라고 물어왔을 때 “가격과 가치는 다르잖아! 난 그 도시락에 그만한 가치를 부여한 거야.”라고 품위있게 답해줬다.

‘사실은 의대 올케어반에 합격한 너를 학부모들이 치맛바람을 일으켜 부당하게 잘랐고 너희 엄마 남행선 여사가 열받아서 우리 학원 소속원들에게는 반찬을 팔지 않겠다고 했단다. 근데 입 짧은 나는 너희 엄마 반찬이 아니고는 다시 밥을 먹을 수 없게 된 거야. 그러니 어쩌겠어. 나도 살아야 되고 살려면 먹어야 되지 않겠니? 그래서 나랑 네 엄마는 서로의 재능을 서로에게 기부하기로 한 거야’라고 구구절절 설명하기보다 얼마나 멋스러운가. 그리고 무엇보다 공부에 바쁜 청소년들이 복잡한 어른들 사정까지 알 필요는 없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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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최치열은 남행선과 엮였다. 그런데 이 여자, 수시로 선을 넘나들며 신경을 거슬린다. 그리고 그녀 덕에 치열은 ‘신경 거슬린다’가 ‘신경 쓰인다’와 의미를 같이 할 수도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남동생 남재우(오의식 분)가 경찰서에 있다는데 남행선의 오토바이가 고장났다. 차로 태워다 줬더니 핸드폰을 떨구고 갔다. 전해주러 갔다가 피해자들에게 고개 조아리는 남행선의 얘기를 들었다. 애초 자신도 스토커로 착각했던 남행선의 동생은 아스퍼거 자폐스펙트럼 환자란다. 아, 그래서 이 여자가 다 큰 동생을 돌보고 있었구나!

문제지 그래프를 수정해 주고 뒤늦게 돌아오다 편의점 앞에서 혼술 중인 남행선을 보았다. 이 여자 참 신경 쓰인다. 할 수 없이 치열은 그녀 앞에 마주 앉았다. 그러다 대작까지 하고 말았다. 빨리 들여보낼 생각에 연거푸 고량주를 따라 마셨다. 가슴이 에려 확인해보니 56도짜리. 어, 이러면 나 취하는데...

깨보니 올망졸망 지켜보는 세 쌍의 눈동자가 있다. 남해이가 있고, 남재우란 청년이 있고 호남선인지 남행선인지 하는 여자가...‘으악’ 놀라 깨보니 남행선 집 거실이고 바지조차 눈에 선 잠옷바지였다.

이 민망함 어쩔티비 저쩔티비하며 서둘러 나오는데 이 여자 혁대 들고 따라온다. 그리고 혁대를 받아든 순간 등장한 목격자들. 오 마이 갓! 지동희(신재하 분)와 김영주(이봉련 분)다. 막 동 튼 새벽시간이다. 장소는 행선의 집 앞이고 치열과 행선의 손엔 미처 못 찬 치열의 혁대가 나눠 쥐어져 있고... 구구하게 해명하자니 비밀과외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가족 외 비밀’ 사항은 벌써 두 사람에게나 알려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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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최치열 저격수 ‘최치열나짱나’ 진이상(지일주 분)은 올케어반 학생 투신 건과 10년 전 벌어졌던 여학생 투신 건을 뭉뚱그려 ‘가정 파괴범’의 프레임을 씌워 최치열을 저격한다. 심란해진 최치열은 휴가를 내고 낚시를 간다. 그 자리서 다시 만난 남행선네 식구들. 그들은 남재우를 위해 캠핑을 나온 참이었다.

이어진 대화의 장. 치열은 “수학은 명쾌해요. 근데 인생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공식도 없고, 법칙도 없고, 틀릴 때마다 내가 또 뭘 잘못했구나 위축되고”라며 은연중에 고민을 내비쳤다. 남행선은 “그래도 틀릴 때마다 답에 가까워지긴 하는 거잖아요. 인생도 그렇죠 뭐. 더듬더듬 답을 찾아 나가는 거죠.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 보면서”라 답해준다.

치열은 잠시 ‘이 여자 은근 위로가 되네’ 싶은 마음이 들지만 과도한 친밀감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선 넘는게 취미예요?” 물었더니 “집안 내력예요”란 답이 돌아온다. 수면체조를 가르쳐줍네 어쩌네 옥신각신중에 치열이 밀쳐 행선이 물에 젖었을 때 치열은 생명의 위협도 느꼈다. “진정성 있게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며 슬금슬금 도망치기도 했다.

혼자 조용히 해묵은 번민을 가라앉히려 찾아온 낚시터였다. 하지만 행선네 식구 덕에 요란법석의 장이 됐고 돌아오는 길 “하여튼 오바야. 적당히가 없어 적당히가.”라며 혼잣말하는 치열의 입꼬리는 슬금슬금 올라간다. 번민의 흔적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치열의 비밀과외는 남해이의 입을 통해 이선재(이채민 분)에게도 알려졌다. 최치열 차를 미행한 조수희(김선영 분) 방수아(강나인 분)에게도 들통나기 직전이다. 당연히 평지풍파가 예상된다.

어쨌거나 “가격과 가치는 다르잖아!”란 치열의 말은 드라마의 주제를 관통하는 듯 보인다. 가치보다는 가격이, 내용보다는 제목이 더 중요한 세상이다. 본인 스스로 오픈 런의 주인공인 샤넬, 혹은 에르메스급 1타 강사의 가치론이 포장과 겉치레에 예민한 대한민국 교육 1번지 녹은로의 교육풍토에 일대 센세이션을 불러오길 기대해본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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