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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금수품목인데…중국 핵무기연구소, ‘미국산 반도체’ 사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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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진 출처: 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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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국가 안보를 대표적 이유로 내세우며 반도체와 그 제조 장비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중국의 핵심 핵무기 연구소에서 금수 품목인 미국산 반도체가 사용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중국공정물리연구원의 2020년 이후 조달 서류 등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곳이 미국 업체 인텔과 엔비디아의 판매 금지 대상 반도체를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9일 보도했다. 쓰촨성 몐양시에 있는 중국공정물리연구원은 1958년 설립돼 중국 최초의 수소폭탄 개발에 역할을 한 곳으로 1997년 미국의 수출 통제 리스트에 올랐다.

이 신문은 데이터센터와 피시(PC)에 널리 쓰이는 반도체 칩이 중간 판매상을 통해 중국공정물리연구원으로 흘러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중국공정물리연구원의 연구 자료를 통해서는 지난 10년간 적어도 34차례 미국산 반도체를 연구에 사용한 점이 드러났다. 이 연구원은 2020년 11월의 경우 인텔 프로세서 60개와 첨단 그래픽처리장치를 비롯한 엔비디아 칩 49개 구매를 추진한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공정물리연구원이 구매한 미국산 반도체는 중국 업체들이 양산에 어려움을 겪는 7~14나노미터급이다.

이런 제품들은 핵무기 개발을 위한 유체역학 연구나 핵폭발 모델링에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공정물리연구원의 한 자료에는 핵융합 기술 개선에 인텔과 엔비디아 반도체를 이용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주요 핵보유국들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에 가입한 상태라 실제 폭발 실험 없이 핵무기 기술을 발전시키는데, 이런 작업에 첨단 반도체를 사용하는 컴퓨터가 중요한 구실을 한다.

오랫동안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있던 곳이 미국산 금수 품목을 써온 것은 수출 통제 집행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자국산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등의 대중 수출을 금지하고, 최근에는 일본 및 네덜란드와도 비슷한 조처에 나서도록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상무부는 2020년 6월에는 중국공정물리연구원이 보유하거나 운영하는 10개 기관도 포함하는 등 이 기관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한 바 있다.

엔비디아는 중국공정물리연구원이 사용한 자사 반도체는 다용도 그래픽칩으로 피시에도 들어간다며, 세계적으로 판매되는 수많은 피시의 구매처를 추적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인텔도 자사는 수출 통제 규정을 준수한다며, 판매상이나 고객들이 이를 지키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케빈 울프 전 미국 상무부 수출 통제 담당 차관보는 “거래가 외국에서 이뤄지면 수출 통제 규정을 이행하기가 엄청나게 어렵다”고 이 신문에 말했다. 2021년 기준으로 중국의 반도체 구매 규모는 세계 판매고 5560억달러(약 684조원)어치 중 3분의 1가량을 차지했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해 말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서 중국이 현재 400여기인 핵탄두를 2035년이면 1500기까지 늘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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