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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일본 군사대국화의 여러 가지 불편함 [정욱식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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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비경쟁과 복합위기 악순환

시민사회 군축 공론화 나설 때


한겨레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2월16일 ‘적 기지 반격 능력’을 명시한 국가안보전략을 각의(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킨 뒤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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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반격능력(적기지 공격능력) 보유와 5년 내 방위비 2배 인상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을 채택하면서 이를 바라보는 국내의 시선이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다. 먼저 윤석열 대통령은 “머리 위로 미사일이 날아다니고 핵이 올 수 있는데 그걸 막기 쉽지 않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일본의 군비증강에 대해 “누가 뭐라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국내의 중도·진보 진영에선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이를 옹호하는 윤석열 정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본이 평화헌법과 전수방위 원칙을 무시하고 공격 능력 보유를 시도하는 것 자체부터가 문제라는 것이다. 야만적인 식민통치와 위안부 및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 해결에 미온적인 일본을 경험해온 우리로서는 일본의 군사대국화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또 일본은 유사시 한국의 동의 없이도 북한을 공격할 수 있다는 입장인데, 이는 북한을 영토로 명시한 대한민국 헌법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판도 높다.

하지만 국내에선 잘 거론되지 않는, 그러나 직시해야 할 불편함도 있다. 우선 북한은 유엔 회원국이자 159개국과 수교를 맺고 있다. 엄밀히 말해 국제법적으로는 주권 국가라는 것이다. 또 남북한의 화해협력과 평화 공존 및 통일의 대전제는 상호간의 체제를 인정하는 데에 있다. 국제법적으로 주권 국가이자 대북정책상 인정의 대상인 북한을 우리 영토라고 주장하면서 일본의 적기지 공격론을 비판하는 것이 과연 설득력을 지닐 수 있느냐는 불편함은 이 지점에서 비롯된다. 한국도 북핵 사용 징후 포착시 선제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군사 전략을 채택하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현실적으로 더 중요한 문제도 있다. 세계의 대다수 국가는 자위력을 추구하고 있고 자위력의 핵심을 억제력으로 삼고 있으며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공격력을 갖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경향은 미·중 전략 경쟁의 격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전쟁의 장기화, 그리고 북한의 핵무력 강화 등과 맞물려 더욱 강해지고 있다. 한국도 그 선두 그룹에 있다. 미국의 군사력 평가기관인 <글로벌파이어파워>에 따르면, 한국은 2021년부터 3년 연속 세계 6위의 군사강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일본은 올해 순위가 8위로 떨어졌다. 한국이 일본의 재무장을 비판하는 것이 불편하게 들릴 수 있는 까닭이다.

물론 이러한 지적이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이를 사실상 지지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태도를 옹호하고자 함은 아니다. 한국의 리버럴 세력이 한반도나 한일관계의 특수성을 앞세워 비판만 하다가는 국제사회에서 소외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함이다. 더 중요하게는 보편적 가치에 기반을 둔 새로운 대안을 공론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흔히 오늘날의 세계는 ‘복합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안보 위기, 민생 위기, 그리고 기후 위기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대안의 출발점은 이들 위기의 상호연관성에 주목하는 데에 있다. 가령 극심한 군비경쟁은 안보 딜레마를 격화시켜 안보 위기를 부채질하고, 소중한 자원의 낭비를 초래해 민생을 더욱 어렵게 하며, 탄소 배출 증가와 국제 협력의 저하로 기후 위기를 심화시킨다.

이러한 복합 위기의 악순환에 주목한다면, 대안의 공론화도 가능해진다. 다자적 군비통제와 군축이 바로 그것이다. 때마침 5월에는 일본 히로시마에서 7G 정상회담이 열린다. 또 9월에는 새로운 기후 정상회의가 추진되고 있다. 물론 주요국가 정부들이 자발적으로 군축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래서 국제 시민사회가 나서야 한다. ‘뭣이 중헌디’를 물으면서 군축을 공론화하는 데에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wooksi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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