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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변비약, 멀미약이 없다고?” 약국에선 지금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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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서울 종로 약국거리 모습[박해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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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변비약도 멀미약도 없다고?”

직장인 A씨는 멀미약을 구하지 못해 생고생을 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멀미가 심한 탓에 장거리 이동 때마다 멀미약은 필수. 하지만 약국마다 멀미약이 없다고 손을 내저었다. 그는 “무슨 희귀질환 약도 아니고 멀미약을 왜 구하기 힘든지 이해할 수 없었다”로 토로했다.

이젠 하다못해 멀미약, 변비약까지도 비상이다. 일선 약국에서 멀미약, 변비약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제조가 어려운 약도, 사용자가 적은 희귀한 약도 아니다. 그런데, 요즘 약국에 가면 헛걸음 치기 일쑤다.

원인은 중국 등 해외에 약의 원료를 과도하게 의존한 데에 있다. 그러다가 예기치 못한 이유로 중국 등으로부터 수입이 어려워지면 이내 국내 약국에 비상이 걸리는 식.

수익성 차원에서 중국 등 해외에 원료 공급을 과도하게 의존했다가 벌어지는 사태로, 최근 감기약 품귀 때와 유사한 형국이다. 계속 중국이나 인도 등 해외 원료공급에 과도하게 의존하다간 언제든 같은 상황이 재발할 수 있다.

원료 공급을 중국 등 일부 국가에 의존하는 비중을 줄이거나,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대표적인 의약품은 변비약, 멀미약 등이다. 변비약 중엔 삼남제약이 제조하는 ‘마그밀’이 있다. 주로 배변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이 많이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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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료 수급 불안정으로 시중 약국에서 구하기 힘들어진 삼남제약의 변비약 '마그밀'[삼남제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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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밀의 주성분은 수산화마그네슘인데, 공급이 끊기면서 이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 삼남제약에 따르면, 작년 8~9월 원료를 납품해주던 해외 업체가 자국내 수요를 우선 충족해야 한다는 이유로 물량 공급을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히 새로운 원료사를 물색, 생산은 이어가고 있지만 수요에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약사회도 나섰다. 약사회는 마그밀의 공급 문제 해소 차원에서 전국 약국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실시했고, 순차적으로 마그밀을 공급할 예정이다.

멀미약도 부족하다. 특히나 장거리 이동이 많은 설 명절을 앞두고 멀미약 수요가 많은데, 이번 설엔 약국마다 멀미약 품귀 현상이 벌어졌다.

서울 송파구 A 약사는 “평소보다 설이나 추석과 같은 명절에 멀미약을 찾는 분이 많은데 이번처럼 물량이 없었던 적은 없는 듯 하다”고 말했다.

멀미약 부족도 이유는 같다. 멀미약 원료는 중국이나 인도 등에서 들여오고 있는데 코로나 여파 등으로 원료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품귀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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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미약, 변비약 외에도 크고작은 의약품 부족 현상은 이어지고 있다. 의약품 수급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대한약사회 측에 따르면 현재 70여개 의약품이 부족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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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의약품 시장은 사실상 해외에 대다수 원료를 의존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도 현황에 따르면 2019년 16.2%, 2020년 36.5%, 2021년 24.4%로 나타났다. 2020년에 30%대를 돌파한 건 당시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 원료의약품 생산을 크게 늘린 탓으로, 이를 제외하면 여전히 원료의약품의 국내 자급률 20% 수준이다.

해외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특히나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건 더 큰 문제다. 우리나라의 원료의약품 수입 상위 10개국 현황(2021년 기준)을 보면, 중국 수입액이 7억4022만달러로 가장 많다. 전체 수입 원료의약품의 35.4%를 중국이 차지한다.

2위 인도(2억2534만달러)와도 격차가 크다. 해열제 대란을 일으켰던 아세트아미노펜의 원료의약품 수입 역시 80% 정도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제약업계는 수익성 차원에서 불가피하다고 토로한다. 업계 관계자는 “단가가 낮은 원료의약품을 국내에서 생산하면 수익성을 맞추기 어렵다”며 “현재로서는 생산단가가 낮은 중국에서 들여올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인지하고 대책 마련을 고민 중이다. 당장 원료의약품의 자급률을 높일 수 없는 만큼 원료의약품 수입국 다변화와 함께 국내 원료의약품 생산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인센티브 제공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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