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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참여하면 답례품' 고향사랑기부제 한달…"기부자 없는 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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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만원부터 수천만원까지 모금…기부자·금액 '기밀'

'과열 우려'에 대응 중구난방…법인 참여 등 개정 요구도

뉴스1

농협 관계자들이 14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여성농업인과 함께하는 정월대보름 나눔 행사'와 연계해 진행된 고향사랑기부제 SNS 홍보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농협중앙회 제공) 2022.2.1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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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시행 한달째를 향해 달려가는 '고향사랑기부제'가 기부자 없는 날이 하루도 없을 정도로 성원을 받고 있다.

'고향 발전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기부자들의 성원은 내년부터 실제 사용돼 지역균형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자체들은 과열 경쟁 우려로 제한된 홍보 부족과 기부금 투입 사업 지정, 법인 참여 제한에 골머리를 앓고 있어 법안 개정을 통한 현실성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 고향 아끼자"…따뜻한 기부 이어져

고향사랑기부제에 동참하는 기부자 행렬이 뜨겁다.

30일 광주시와 전남도에 따르면 올해 1월 본격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 참여 방법에 대한 문의와 실제 기부가 1일부터 이날까지 매일같이 이어지고 있다. 모금된 기부금은 작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지자체별로 천차만별이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거주하는 지자체를 제외한 지자체에 연간 500만원까지 기부할 수 있는 제도다. 기부금액의 30% 이내 답례품 제공이 가능하고, 10만원까지는 전액, 초과분은 16.5%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다.

개인 기부금액은 10만원부터 최대 500만원까지 다양하다.

지자체들도 지역발전에 손을 내민 기부자들에 화답하기 위해 지역사랑상품권, 쌀, 배, 떡갈비, 굴비, 전복, 한우, 도자기 등 지역특산물 수백가지를 답례품으로 보내고 있다.

1박2일 숙박권, 씨름선수와의 식사권, 산소 벌초 서비스, 네이밍 도네이션 등 이색적인 답례품들도 기부자들의 관심을 받으며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의 바탕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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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고향사랑기부제 동행 응원 릴레이 첫 주자로 나선 배우 김수미씨.(전남도 제공) 2023.1.17/뉴스1 ⓒ News1 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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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기부금은 '기밀'…'과열 경쟁 우려'에 대응 중구난방


그러나 실제 참여한 기부자수와 전체적인 금액은 모두 비공개다. 기부행위에 대한 지자체간 경쟁 과열을 우려한 행정안전부의 세부지침 때문이다.

행안부는 지자체가 기부금 모금을 강요하는 것은 물론 '적극적인 참여 권유·독려'를 할 경우 일정기간 모금이나 접수를 제한받을 수 있다는 안내를 각 지자체에 전달했다.

지자체가 주최·주관하는 모임에서 기부를 독려하는 행위도 제한되며 위반 횟수에 따라 1~8개월의 모금과 접수가 제한될 수 있는 것.

문제는 지침 위반 자체가 '적극성'이라는 애매모호한 기준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각 지자체는 모금 제한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전체 기부 건수와, 모금액, 선호되는 특정 답례품조차 비공개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같은 현실에 지자체의 대응은 중구난방이다.

고향사랑기부제의 성공 여부는 열악한 지방 재정 보완과 지역경제 활성화가 달려 있기 때문에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인 지침을 무조건 따를 수 없는 상황이어서다.

일부 지자체는 광주 북구 출신 BTS 제이홉, 목포 출신 가수 남진, 강진 출신 가수 강진, 해남 출신 도울 선생 등 유명인사들의 선행을 고향사랑기부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담양군의 경우 하이트 대표 소주 제품인 '참이슬' 200만병에 담양 고향사랑기부제를 홍보하는 라벨을 부착하는 등 대안적인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또 기부자 수 공개를 꺼리는 지자체들과 달리 목포시는 현재까지 200여명이 기부에 동참해 탄력을 받고 있다고, 해남군은 150명이 동참해 제도 시행 2주 만에 모금액이 6000만원을 넘어섰다고 보도자료를 내며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고흥군은 참여 분위기 확산을 위해 100여명의 군민 홍보단을 모집하기도 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200개가 넘는 전국 지자체가 각각 홍보를 하고 있는데, 누가 나서서 기부를 했다는 것 또한 적극적인 홍보로 취급돼 제한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심하다"며 "적극적인 기부 독려는 제한된 상태인데 '적극성'은 상대적이기에 더욱 명확한 지침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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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전남본부(본부장 박종탁)는 24일 광주송정역 2층 대합실에서 설 귀경객을 대상으로 쌀과 고향사랑기부제 홍보 캠페인을 벌였다. ⓒ News1 박영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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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사용처 결정 '당면 과제'...법인 참여 등 개정 요구도

시행 한달 간 모인 기부금을 어디에 사용할지를 결정하는 것도 지자체들의 당면 과제다.

고향사랑기부금은 사회적 취약계층 지원, 청소년 보호·육성, 문화·예술·보건 증진, 지역공동체 활성화 지원, 기타 주민 복리 증진에만 사용될 수 있는데 각 지자체는 1년간 모일 기부금 규모를 가늠할 수 없어 이 기부금의 사용처를 한 곳도 정하지 못했다.

지자체들은 올해 하반기쯤에나 기부금이 사용될 사업을 확정, 올해 모인 금액을 내년 상반기부터 집행할 계획이다. 사실상 기부자들은 '고향발전'이라는 목적 외 실제 사용처를 모르고 기부를 하고 있는 셈이다.

기부금 규모 확대를 위한 법안 개정도 시급하다. 현행법상 고향사랑기부제 참여는 개인만 가능하기 떄문에 법인들은 참여가 불가능하다.

전남 한 지자체 관계자는 "올해 얼마만큼의 기부금이 모일 지 몰라 상반기까지는 지켜봐야 기부금 사용처를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기부금이 많아야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고향 발전 기부'에 동참하고 싶다는 법인들의 문의를 대할 때 아쉬움이 남는다. 고향사랑기부제를 지자체 간 경쟁의 개념으로 다루는 것보다 기부 확산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 한 지자체 관계자도 "내부 방침에 따라 정확한 기부 참여자 수와 기부금은 밝힐 수 없지만 하루도 끊이지 않고 기부 참여는 이뤄지고 있다. 기부 절차는 간소화돼 방법 자체를 묻는 문의는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가 시행 첫 해이니만큼 엄격한 기준을 개선하고, 법인 참여 가능 등 필요한 부분들에 대한 법 개정이 진행돼야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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