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150여쪽 질문 쏟아낸 檢… 이재명, 33쪽 진술서로 부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대장동 의혹’ 檢 소환조사

李 “천화동인 1호 존재 몰랐다”

428억 약정설 등에 “모략” 주장

檢, 李 영장 청구 가능성 높지만

국회서 체포 동의안 부결 유력

불구속 기소 등 최종 결론 주목

유동규 “나를 책임자 지목한 李

얼마나 다급하면 저러나 싶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사업 비리’ 의혹 사건과 관련한 첫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의혹도 “존재 자체를 몰랐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가 검찰의 2차 출석 요구에 불응할 전망인 가운데,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점쳐져 검찰의 최종 결론이 주목된다.

세계일보

마스크 벗는 李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 비리’ 의혹 사건에 관한 검찰 조사를 받고 나서면서 입장을 밝히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이 대표를 상대로 각각 대장동 관련 배임 및 부패방지법(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위례신도시 관련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를 조사했다.

검찰은 질문지 150여쪽을 준비했으나 이 대표는 33쪽 분량 진술서로 답변을 갈음했다. 이 대표는 진술서의 상당 부분, 8∼27쪽을 할애해 대장동 관련 배임 혐의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도시개발공사 배당을 1822억원으로 한정해 시 이익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고 본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민간 사업자에게 1120억원을 추가 부담시켜 시와 공사의 이익을 더 확보했다”고 밝혔다. 2016년 사업 실시계획을 인가하며 대장동 일당에게 920억원 상당의 서판교터널과 배수지, 진입 도로를 만들어 기부채납하도록 했고, 1공단 지하주차장 공사비 200억원 부담도 지게 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민간 이익이 공공 환수액보다 적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6년 기준 공공 환수액이 5503억원, 민간 이익은 1800억원 이하이며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약 4000억원이 됐다 해도 공공 환수액에 못 미친다”며 “공사가 시에 위탁받고 성남시의회에서 승인받은 건 택지 개발 사업이다. 아파트 분양 이익은 논외로 해야 한다”고 했다. 대장동 일당이 아파트 분양 수익 등 총 7886억원을 챙겼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대표는 ‘이 시장 측에 내 지분 절반가량(24.5%)을 주겠다’는 김만배씨 계획을 보고받고 승인했다는 428억원 약정설,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의혹도 “천화동인 1호와 관계 없고, 언론 보도 전까지 존재 자체를 몰랐다”며 “터무니없는 모략적 주장”이라고 했다.

대장동·위례신도시 관련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도 “모르는 이들을 위해 형사처벌을 무릅쓴 채 비밀을 유출하거나 (전 공사 기획본부장) 유동규씨에게 범죄행위인 비밀 유출을 보고받고 승인한다는 건 상식에 반한다”, “대장동 일당이 (위례) 아파트 분양 사업에 관여한 사실을 몰랐다”고 일축했다. 구속 기소된 최측근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진술서에 언급하지 않았다.

이 대표가 2차 출석 요구에 불응하면 중앙지검엔 세 가지 선택지가 있다. 우선 수원지검 성남지청의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을 넘겨받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이다. 검찰은 이 대표를 성남FC, 대장동·위례신도시 사건으로 한 번씩 조사했다. 최소 한 차례 이상의 추가 소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검찰 안팎에선 영장 청구 가능성을 높게 본다.

다만 신병을 확보할 가능성은 낮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하려면 국회 체포 동의가 필요한데, 민주당 노웅래 의원처럼 부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따라서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중앙지검이 최근 성남지청과 경기남부경찰청에서 넘겨받은 ‘백현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 수사를 마무리한 뒤 처분을 결정할 수 있다.

대장동 일당은 이날 이 대표를 비난하고 나섰다. 남욱 변호사는 “김씨는 유씨, 정씨에게 지분 절반을 주겠다고 계속 얘기했다. 이 대표가 몰랐다는 건 무능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유씨는 이 대표가 책임자로 자신을 지목한 데 대해 “얼마나 다급하면 저러나 싶다”며 “바지 시장이었으면 인정하라. 다 뒤집어써 주겠다”고 했다.

세계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청래 의원이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李 서초동 오갈 때 민주 지도부 총출동… 與 “방탄 종합선물세트 준비해” 맹폭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던 28일, 정청래·장경태·박찬대·서영교 최고위원 등 민주당 지도부는 서초동에 총출동했다. 조사를 마칠 즈음에는 박홍근 원내대표와 조정식 사무총장, 문진석 전략기획위원장 등 주요 당직자들과 당내 강경파 의원 모임인 처럼회 소속 의원 등 야권 인사 30여명이 이 대표를 맞았다. 이 대표가 출석을 결정하며 “변호사 1명만 대동하고 갈 테니, 나머지 의원분들은 민생에 전념해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검찰 요구에 응하겠다고 밝히면서 검찰이 당초 요구한 27일이 아닌, 28일에 출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평일에는 제1야당 대표로서 민생과 국정을 챙겨야 하니, 주말에 나가겠다는 취지였다. ‘방탄 정당’으로 비치는 것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였다. 의원들에게도 “관심이 많으시겠지만, 당무와 국정에 충실하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하며 자제를 촉구했다. 그러나 이 대표 주문과 달리, 당내에서는 이 대표와 함께 ‘비를 맞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친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적잖았다. 한 초선 의원은 29일 통화에서 “함께 가자는 구체적인 제안까지는 없었지만, 당원들도 의원들도 삼삼오오 가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었다”고 전했다.

앞서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난 26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국민보고회’에서 “동지는 이겨도 함께 이기고 져도 함께 지는 것, 비가 오면 같이 맞아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남국 의원도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혼자 가게 하는 게 마음이 너무 안쓰러워서 같이 가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이날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를 비롯해 천준호 비서실장과 박성준·임오경 대변인, 김병기 사무부총장 등 주요 당직 의원들과 재선 박주민·진성준 의원, 초선 강준현·권인숙·김병주·김용민·문정복·양이원영·유정주·이수진·전용기·황운하 의원 등이 조사를 마친 이 대표를 맞았다.

여당은 이 대표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야당 의원들을 동원했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죄가 있으면 대통령도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선창하시던 분이 자신에 대한 검찰의 수사망이 죄어오자, 궤변을 쏟아냈다”며 “국민들이 이재명 대표의 아전인수식 궤변을 언제까지 들어줘야 하느냐”고 질타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변호인만 대동하고 조용히 검찰에 출석하겠다더니 ‘처럼회’를 동원해 ‘방탄 종합선물세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한편 이 대표가 출석하던 날 서울중앙지검 서문 앞은 오전 8시부터 자리를 지킨 민주촛불시민연대·21세기조선의열단·밭갈이운동본부 등 이 대표 지지자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이 대표 사진이 담긴 포토 카드와 ‘조작검찰 박살 내자’, ‘이재명 대표님 힘내세요’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나눠주기도 했다. 8차선 도로 건너편에는 이 대표를 규탄하는 단체와 보수 유튜버 등이 “이재명 구속”을 연신 외치며 맞불을 놨다.

박진영·김현우·김병관·박유빈 기자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