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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없애니 혁신 터졌다" 삼프로TV·오아시스, 혹한기에 IPO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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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에 찾아온 엄동설한에 기업공개(IPO)를 연기 혹은 철회하는 기업들이 줄을 잇는다. 그런데 ‘지금이 IPO 적기’라고 나선 이들이 있다. 2월 내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지난 12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새벽배송업체 오아시스, 올 하반기 IPO를 추진하는 경제미디어 삼프로TV(기업명 이브로드캐스팅)다.

두 회사 대표를 최근 각각 만나 ‘왜 지금 상장인가’ 질문했다. 이들의 답은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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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김동환 삼프로TV 대표. 김성룡 기자 (오른쪽) 안준형 오아시스 대표.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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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고점일 때 들어온 투자자는 비자발적 장기 투자자가 되기 쉽다. 진정한 장기투자자를 많이 모으려면, (기업 아닌) 투자자 입장에서 좋은 시점의 IPO여야 한다.” (김동환 삼프로TV 대표)

“흑자를 유지할 뿐 아니라 수익성을 컨트롤할 수 있는 준비가 됐다. 오아시스는 기초 체력이 좋으니 이 시점에 적정 가치를 잘 평가받고 좋은 주주님들과 중장기적으로 웃을 수 있는 회사로 가려 한다.” (안준형 오아시스 대표)



‘이단아 흑자기업’들의 공통점은



삼프로TV와 오아시스는 각각 콘텐트와 새벽배송 업계에서 보기 드문 흑자 기업이다. 2019년 시작한 삼프로TV는 2021년 매출 148억원에 영업이익 75억원, 지난해엔 잠정 매출 180억원에 영업익은 전년 비슷한 수준을 냈다. 오아시스는 2018년 새벽배송을 시작한 이후 줄곧 흑자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실적은 매출 3118억원, 영업익 77억원이다. 이들은 업종과 업태는 전혀 다르지만, 청개구리 같은 성공에는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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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① 잘 하는 것만 집중



삼프로TV는 증권사 임원 출신 ‘김프로’ 김동환, 경제지 기자 출신 ‘이프로’ 이진우, 방송인 ‘정프로’ 정영진이 시작해 오디오 팟캐스트에서 유튜브로, 투자 정보 채널에서 경제 지식 채널로 확장하며 250만 이상(유관 채널 2개 포함) 구독자를 모았다. 매일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10시30분까지 라이브 방송 7개를 내보내며, 아침 시간대 동시접속자는 5만~6만.

지난해 삼프로TV가 대학교수 등 박사급 전문가 9명을 세워 강의한 144시간 짜리 온라인 인문학 강좌 ‘위즈덤 칼리지’는 1인당 29만~79만원(조기 등록 기준)의 고가임에도 7000여 명이 결제했다. 2021년 말에는 대선후보 2인을 초대해 경제정책을 검증하고 영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외부 게스트에 의존하는 구조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김동환 대표는 “숨어 있는 금융·투자 전문가들을 세상에 소개해 주는 미디어 역할만 잘해도 의미와 부가가치가 나왔다”라며 “앞으로도 전문가를 소개하고 세상과 연결하는 역할을 더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금융업엔 생각 없다”고 선을 긋는다. “구독자들이 투자를 실행할 역량을 길러주는 것까지가 우리 일이고, 금융업을 하면 상품을 판매하는 이해관계자가 되어 구독자와의 동질성이 떨어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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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오아시스는 국내 유기농 농산물의 오프라인 유통·물류업을 하다가 2018년 e커머스와 새벽배송에 뛰어들었다. 130만 온라인 회원을 보유한 오아시스는 신선 커머스는 이익률이 낮지 않으냐는 질문에도 “우리 사업의 기본은 신선”이라고 단언한다. 안준형 대표는 “신선식품 구매는 반복구매가 주 2~3회씩 이뤄져, 회원 한 분이라도 구매횟수와 객단가가 알차다”며 “계란·두부·우유 같은 먹거리를 사러 왔다가 이익률 높은 다른 제품군도 구입하게끔 하는 전략을 펴지만, 엄격한 품질의 PB 식품 같은 오아시스의 정체성은 흔들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② 없는 데서 나온 혁신

김 대표는 “삼프로TV가 라이브 방송을 하나 만드는 데 쓰는 자원은 방송사 대비 20분의 1도 안 될 거다”라고 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 외부 게스트를 제외하면 아침 라이브 방송 제작에 PD 2명, 전담 작가 1명, 김 대표와 정영진 프로 등 5명이 전부라는 것. 금융 투자업계에서 효율을 중심으로 일한 그는 기존 콘텐트 산업의 비효율에 주목했다. 그는 “혁신이란 우선순위를 택하고 나머지는 버릴 줄 아는 것”이라며 “방송 제작비를 어떻게 혁신적으로 줄이고, 그 효율로 키운 부가가치를 어떻게 재배치할지에 대해 나름의 답을 찾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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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물류센터에서 신선 상품을 담고 있는 오아시스 직원. 전용 앱 '오아시스루트'를 이용, 화면에 표시된 상품을 정해진 동선을 돌며 집품한다. [오아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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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의 흑자 비결은 자체 개발한 물류 앱(오아시스루트) 기반의 ‘소프트웨어(SW) 자동화’다. 대형 투자를 받은 e커머스 업체들이 ‘물류센터 하드웨어 자동화’에 집중할 때 오아시스는 반대로 갔다. 포장이나 창고 자동화보다 일하는 사람의 동선·공정에서 비효율을 제거해 수익성을 높였다. 안 대표는 “상품 10개를 박스 하나에 합쳐서 포장하고, SW 자동화로 작업자 1명의 시간당 포장 개수도 늘렸다”라며 “(사람 중심으로) SW를 적용하니 작업자가 물건을 가지러 멀리 가는 식의 낭비가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이는 자본금과 인지도는 떨어져도, 오프라인 유통 노하우와 IT 개발력을 가졌다는 강약점을 스스로 잘 알았기에 가능했다. e커머스 업계의 새벽배송 경쟁 공식이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규모를 키워 언젠가 손익분기점(BEP) 맞춘다’일 때, 오아시스는 이를 따라하지 않고 아예 다른 길을 찾았다는 것. 가진 게 없었기에 가능했다. 안 대표가 덧붙였다. “경영진부터 A4 용지를 들고 물류센터에 가서 필요한 기능을 적었다. SW로 고도화할수록 영업이익률이 달라졌고, 물류센터 규모가 커져도 비용이 크게 늘지 않았다.”

③ 흑자 경험으로 확장

두 회사 IPO의 목적은 각각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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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삼프로TV 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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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프로TV는 ‘미국판 삼프로TV와 여기서 확장한 투자 정보 플랫폼’을 꼽았다. 블룸버그 등이 하는 B2B(기업 대상) 금융·투자 정보 서비스가 아닌, B2C(개인 대상) 구독형 투자 정보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것. 김 대표는 “미국도 젊은 세대는 개인 직접 투자 열망이 강하고, 세계 시가총액의 60%를 차지하는 미국에 대한 투자 콘텐트는 전 세계 개인투자자를 네트워크로 연결할 수 있다”며 “먼저 미국 개인투자자들에게 재밌게 콘텐트를 해설할 미국판 김프로, 이프로, 정프로를 월스트리트에서 찾겠다”고 말했다.

오아시스의 목표는 ‘전국 새벽배송과 퀵커머스 진출’이다. 물류센터를 전국으로 확장해 현재 서울·경기권인 새벽배송(지방은 택배) 지역을 늘리고, 물류 SW도 고도화한다고. 퀵커머스 사업도 1분기 내에 시작한다. 퀵커머스는 도심에 소형 물류센터(MFC)를 구축해 식료품·생필품 등을 주문 1~2시간 내에 배송하는 서비스로, 배달의민족·쿠팡·요기요 등이 진출해 있다.

안 대표는 “다른 회사들이 먼 미래로 예상한 신선 e커머스 흑자를 이미 구축했고 시간과 돈을 세이브(save)한 건 우리의 잠재력”이라며 “(신사업인 퀵커머스에서도) 기존 오프라인 오아시스 매장을 거점으로 활용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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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형 오아시스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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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후에도, 고객에게 ‘이것’ 주겠다



‘귀사의 존재 의미’를 묻자 두 대표는 이같이 답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간 투자 열풍이 불었고, 부모의 투자 결과에 따라 자식 세대 부의 격차가 10배 이상 벌어졌다. 이 세대의 직접 투자 욕구가 전 세계적으로 커진 배경이다. 금융 소비자들이 경제적 자유에 다가가는 데 필요한 콘텐트를 제공받게끔 돕겠다.” (김동환 삼프로TV 대표)

“소비자가 건강한 국산 먹거리를 편하게 받아보는 것이다. 최소한 오아시스 로고 붙인 것만큼은 이유식 먹거리도 마음 놓고 주문하시게 하고 싶다. PB상품 스펙을 낮출까 하는 유혹도 있다. 하지만 안전에 새벽배송의 신속함까지, 이 기본에 충실하려 한다.” (안준형 오아시스 대표)

안준형 오아시스 대표 인터뷰 전문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35833

김동환 삼프로TV 대표 인터뷰 전문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34629

박수련·심서현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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