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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단독] 국민연금 보험료율 9%→15% 가닥, 소득보장서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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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27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담실에서 민원인들이 오가고 있다. 보건복지부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재정추위)는 이날 "국민연금의 고갈 시점이 지난 2018년 당시 예측한 시점보다 2년 더 빨라졌다"고 밝혔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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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을 개혁하지 않으면 2055년 기금이 바닥나고 연금 가입자는 월 소득의 26.1%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러한 전망을 바탕으로 국회 연금개혁특위 민간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가 연금개혁안 도출을 위해 이틀간 끝장토론을 벌였으나 단일안을 마련하지는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자문위는 현재 9%인 연금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15%까지 상향하는 방안에는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중앙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자문위는 지난 27~28일 서울 강남구의 국민연금공단 사옥에서 국민연금 개혁 초안 마련을 위한 회의를 열고 두 가지 유력안을 검토했다. 두 가지 모두 보험료율은 15%로 인상하는 방안이다.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연금수급액 비율)에서 차이가 있다. 재정안정에 초점을 맞춘 A안은 소득대체율을 40%로 고정하고, 보험료율을 15%로 인상하는 방안이다. 올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생애평균소득의 42.5%(40년 가입 기준)다. 매년 0.5%p씩 줄어 2028년 40%까지 내려간다. 이를 그대로 둔 채 보험료를 더 걷자는 얘기다. 노후소득보장 강화에 방점을 찍은 B안은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서 보험료율을 15%로 인상하는 방안이다. 소득대체율 50% 인상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안이다. 자문위 공동위원장을 맡은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와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두 가지 방안을 절충해 단일한 합의안을 만들어 보자는 의견을 피력했으나 자문위원들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한다. 단일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소득대체율을 45%로 올리고 보험료율을 15%로 올리는 방안 등도 제시됐다.

민간자문위 관계자는 “내주 다시 회의를 거쳐 개혁 초안을 확정하고, 2주 이내에 국회에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정안정을 강조하는 전문가와 노후소득 강화를 강조하는 전문가 주장이 팽팽한 만큼 5년 전 연금개혁 논의 때와 상황이 비슷하지만, 과거와 달리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데 위원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정부 때 국민연금 개혁을 미룬 탓에 미래 세대가 부담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내달 초 자문위 합의안이 만들어지면 이를 토대로 국회 연금특위는 개혁안을 만든다. 여야가 국민연금법 등 법률 개정 작업을 마치면 개혁이 마무리된다.



2년 빨라진 연금 고갈 시점



앞서 지난 27일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는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잠정치를 공개하며 2055년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된다고 밝혔다. 2018년 4차 추계 때보다 고갈 시점이 2년 앞당겨졌다. 저출산ㆍ고령화 추세가 연금 고갈 가속 페달을 밟았다.

이번 추계 결과에 따르면 올해 2199만명인 가입자 수는 근로가능인구 감소에 따라 70년 뒤인 2093년 861만명으로 줄어든다. 연금 수급자는 올해 527만명에서 2060년 1569만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하고, 2093년 1030만명이 된다. 가입자 수 대비 노령연금 수급자 수(제도부양비)는 올해 24%에서 2080년 143.1%까지 급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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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앞으로 20년간 국민연금은 지출보다 수입이 많은 구조가 유지된다. 현재 915조원인 국민연금 기금은 2040년 1755조원으로 정점을 찍고 이후 매년 수지적자가 발생하면서 급감해 2055년 바닥난다. 기금이 고갈된 뒤 부과방식 비용률(쌓아둔 기금 없이 매년 보험료를 거둬 수급자에 노령연금을 지출할 때 필요한 보험료율)은 2055년 26.1%에 달한다. 국민연금 가입자가 월 소득의 4분의 1을 연금 보험료로 내야 한다. 부과방식 비용률은 2060년 29.8%, 2080년 34.9%까지 올랐다가 2093년엔 29.7%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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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25년째 9% 동결된 보험료율 12~15%로 올려야”



중앙일보 리셋코리아 연금분과 전문가들에게 이번 연금 추계 결과에 대한 의견을 물었더니, 위원들은 연금 개혁 1순위 과제로 연금 보험료율 인상을 꼽았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1999년부터 소득의 9%로 동결돼있다. 앞서 두 차례 실시한 연금개혁에서 소득대체율을 낮추고, 연금 수령 시기를 미루는 비교적 ‘쉬운 길’을 택한 탓이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보험료를 올리는 것이 연금개혁의 가장 기본”이라며 “보험료율을 15% 목표로 시간을 두고 올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소득대체율을 올리려면 보험료를 더 높게 올려야 하기 때문에 소득대체율을 올릴 수는 없다”라며 “연금의 보장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대체율보다는 가입 기간이 짧고 사각지대가 많아서인데, 이런 부분을 해소하는 게 두 번째 과제”라고 지적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25년간 보험료를 안 올렸고, 전 정부에서 5년 허송세월하는 바람에 재정 목표 달성을 위한 필요 보험료율이 2%p가량 더 올랐다”라고 말했다. 그는 “보험료를 조기에, 충분히 올려야 한다”라며 “늦게 올리기 시작할수록 재정 안정 효과가 떨어진다”라고 강조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개혁 1순위 과제는 보험료 인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험료 인상 폭에 대해 “최종 목표는 높게 잡아야 하지만 한 번에 올릴 수 없기에 5년간 3%p 인상하고, 이후 5년간 3%p 인상하는 식으로 계획을 미리 세워둬야 한다”라며 “보험료 인상은 정치적 부담을 야기하므로 이번 개혁에서 여야가 함께 보험료 인상의 스케줄을 미리 법제화 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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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박종원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향후 4~5년 이내에 최소한 13~14%까지는 순차적으로 보험료율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급여의 수급개시 시한을 뒤로 늦추는 작업이 같이 병행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중장기적으로는 국민연금의 소득 재분배 기능 부분은 기초연금과 통합하고, 국민연금의 소득비례 부분은 공무원 연금이나 사학연금 등 직역연금과 통합하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오건호 위원장은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 “기성세대가 청년세대에게 사과해야 한다”라며 “베이비부머들이 국민연금 가입자 신분이던 때 보험료를 조금이라도 올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수급자가 됐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보험료 인상을 더 늦출 순 없고, 그러다 보니 현재 가입자들 특히 청년 세대에 부담이 가중됐지만 만약 더 늦어지면 그다음 청년들에겐 더 큰 부담이 가게 된다”라고 경고했다.

이에스더ㆍ이우림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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