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수확기 쌀값이 전년 대비 5% 이상 하락하면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초과 생산된 쌀의 시장 격리를 정부의 결정에 맡겨온 것을 정부가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의무’로 못박았다. 만성적인 초과 생산으로 쌀값 불안정이 거듭되는 상황을 그대로 놔둘 수는 없다. 그러나 정부 매입 의무화는 초과 생산을 부추길 뿐 남아도는 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못 된다. 밑 빠진 독에 혈세 퍼붓기가 될 것이 뻔하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되레 문제를 악화시킬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정부 매입이 의무화될 경우 쌀 초과생산량은 2022년 24만여t에서 2030년 64만여t으로 늘고 이를 사들이는 데 드는 예산은 같은 기간 5000억여원에서 1조 4000억여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고부가가치 작목 전환 등으로 공급을 줄이고 쌀 소비 산업 육성 등으로 수요를 늘리는 등 획기적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부작용은 갈수록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뒷감당도 못할 상황에서 남아도는 쌀을 모두 사들이게 하는 것은 결국 농민 표를 의식한 전형적 포퓰리즘일 뿐이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민주당이 국회 재의 절차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다시 강행 처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민주당이 다수당이라고 해도 재의 법안 처리에 필요한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단독으로 확보하기는 어려워서다. 강공 모드는 정부·여당 압박을 염두에 둔 정치적 꼼수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민주당은 강행 처리 드라이브를 멈추고 쌀 산업의 미래를 위한 근본 대책 마련에 진지하게 당력을 모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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