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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광화문]부동산 시장에 대한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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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경환 건설부동산부장] 주택시장은 기본적으로 경기 흐름을 타지만 그 어떤 자산 시장보다 심리가 크게 좌우한다. 부동산 가격은 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에 따라 우상향하는 형태를 지닌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화폐 가치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화폐 가치 하락에 따라 모든 재화 및 자산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부동산도 예외일수는 없다.

주택 시장은 자산 시장의 특성을 지니기에 단기적으로 상승과 하락을 번갈아 가는 경기순환 변동을 겪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주택 시장은 일반적 경기 흐름과 다소 결이 다른 측면을 지닌다. 지구상 여느 국가와 달리 후퇴 없이 지속 성장하는 고도 성장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살아오는 내내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만 경험해온 베이비붐 세대와 그 밑에서 자란 중장년층들은 '반드시 내 집은 있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에 빚을 내고 무리를 해서라도 '내집 마련'을 하려는 분위기가 오래전부터 형성됐다.

이는 고도 성장기를 오래전 마쳐 평생에 걸쳐 완만한 성장률만을 보고 자란 서구 선진국 국민들과는 조금은 다른 집에 대한 인식을 갖게 만들었다. 서구권 국민들 사이에는 굳이 무리해서 집을 사기보다 임대로 월세를 내고 살아도 큰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 자리 잡았다. 물론 집을 사려는 수요는 있다. 하지만 우리처럼 '내집 마련'을 평생 목표이자 꿈으로 삼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무리한 대출을 끼면서까지 무리하게 접근하지 않는다.

최근 우리나라도 고도 성장이 끝나면서 연간 성장률이 1~2%대로 급격히 둔화했다. 이로 인해 주택 상승폭이 과거와 달리 제한될 수밖에 없는 여건이 형성됐다. 하지만 '부동산 불패' 신화에 빠진 국민들의 인식은 과거에서 조금도 변하지 않는 듯 하다.

이러한 고도 성장기 부동산 흐름을 강하게 각인한 한국 주택시장은 일반적인 경기변동 사이클과는 다소 다른 진폭이 큰 극단적인 형태를 띠게 됐다. 대다수 국민들이 주택시장 플레이어로 활발하게 참여하고, 모두가 부동산만을 바라보다보니 심리가 실물 경기를 크게 좌우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집값이 오를 때면 폭등해 버려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평생 무주택자가 될 것이란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 이는 무리해서 대출을 끼고 주택을 매수하는 악순환을 유발한다. '영끌'도 집값이 무조건 오를 것이란 신화 속에서 탄생했다. 쏠림 현상이 가중되다보니 결국 집값은 경기흐름상의 고점을 훌쩍 넘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폭등한다. 이 시기엔 어떤 규제를 써도 백약이 무효다.

사람들이 종종 경기순환변동에는 고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정도다. 결과로 과열은 더욱 커지고 이는 추후 더 큰 낙폭을 유도하는 기폭제로 작용한다.

반대는 바로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다. 집값 하락기 주택 가격은 무섭게 하락한다. 규제를 모두 풀어도 하락은 쉽게 멈추지 않는다. 공포 심리는 더 큰 하락을 유도한다. 집값 상승시 공포에 사로잡혀 영끌해 집을 장만한 사람들은 곡소리가 난다.

한국 경제는 진작 선진국형으로 변화, 성장률이 크게 둔화됐다. 부동산 시장도 결국 시간이 갈수록 안정적으로 자리잡는 변화를 맞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왜곡된 시장이라면 변화의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정부가 나서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이젠 개도국이 아니기 때문에 과거 같은 폭등 신화는 점차 사라질 것이다", "성장 속도가 줄어든 것처럼 부동산도 급등락하는 과거와 달리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형태의 완만한 변화 쪽으로 이동할 것이다"라는 방향성을 국민들에게 각인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내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주택 공급을 안정적으로 유지·관리하고, 설사 내집이 없더라도 임대주택에서 평생 안정적으로 살 수 있도록 방향을 개선·제시해야 한다. 인구 감소에도 수도권 집중 현상에 맞춰 주택 정책을 내실있게 설계하는 등 정밀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

국민들도 잘못된 신화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쉽게 마음을 바꾸긴 어렵겠지만 부동산 불패 신화는 점차 사라질 것이란 믿음이 퍼져야 한다.

머니투데이



김경환 건설부동산부장 kenny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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