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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호주오픈의 사나이’ 조코비치, 10번째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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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서 치치파스 제압… 메이저 22번째 정상, 나달과 공동1위

조선일보

결승전 10전 10승 - 세르비아의 노바크 조코비치가 29일 호주 멜버른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호주오픈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스테파노스 치치파스를 누르고 우승을 확정한 뒤 가족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조코비치는 이 대회 통산 10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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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1년 전 추방당해 코트조차 밟지 못했던 대회, 이번엔 가장 높은 자리에서 추앙받으며 행복한 결말을 이뤄냈다.

노바크 조코비치(36·세르비아·세계 5위)는 29일 호주 멜버른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호주오픈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스테파노스 치치파스(25·그리스·4위)를 2시간56분 혈투 끝에 3대0(6-3 7-6<7-4> 7-6<7-5>)으로 제압했다. 조코비치는 호주오픈 결승에 총 10차례 올라 모두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그는 자신이 보유한 호주오픈 최다 우승 기록을 10회로 늘렸고, 22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으면서 라파엘 나달(37·스페인·2위)과 이 부문 최다 공동 1위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지난해 6월 이후 7개월 만에 세계 랭킹 1위 자리도 되찾게 됐다.

◇칼 갈았던 조코비치

조코비치에게 호주오픈은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대회”라고 여러 차례 말할 만큼 특별한 곳이었다. 하지만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2022년엔 호주 정부와 법정 다툼 끝에 추방당하며 대회에 아예 나서지도 못했다. 이때만 해도 호주오픈은 선수·코치·자원봉사자 등이 전부 코로나 백신 접종을 받아야 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는데, 그가 백신 미접종 상태로 출전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는 재판이 열리는 동안 쥐와 바퀴벌레가 출몰하는 침대 및 오물과 악취로 악명 높은 현지 호텔에서 불법 체류자처럼 지냈다. 조코비치의 부모는 “내 아들을 함부로 죄인 취급하지 말라”면서 매일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결국 ‘호주의 남자’라고 불리던 조코비치는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호주에서 내쫓겼다. 굴욕적이면서도 실망스러운 순간이었다. 하지만 올해 방역 기준이 완화되며 조코비치의 출전이 가능해졌다. 그는 남다른 각오로 호주에 입성해 재기를 노렸고, 결승에 오르기까지 상대에게 단 한 세트만 내주며 승승장구했다.

결승 상대인 치치파스는 시속 211㎞를 넘나드는 강서브와 채찍을 휘두르는 듯한 강력한 원핸드 백핸드로 조코비치를 압박했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호주오픈의 제왕’답게 결정적인 순간마다 탄성을 자아내는 창과 방패를 동시에 선보였다. 결국 결승에서 두 차례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면서도 집중력을 발휘해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통산 10번째 호주오픈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조코비치는 챔피언십 포인트 상황에서 치치파스의 샷이 라인 밖으로 나가며 우승이 확정되자 마치 설욕에 성공한 듯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러곤 코치와 팀이 있는 관중석으로 달려가 이들과 부둥켜안으며 환호하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가장 어려웠던 대회”

이번 대회를 앞두고 조코비치는 왼쪽 다리 햄스트링 근육 부상을 호소했다. 그래서 대회 내내 왼쪽 다리에 하얀 압박 붕대를 감고 경기에 나섰다. 이날엔 붕대가 보이진 않았지만, 그는 경기 도중 몇 차례 다리를 쥐어 잡는 등 불편한 모습이었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조코비치는 경기 후 시상식에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포문을 열면서 “내 팀과 가족은 지난 4~5주가 얼마나 고됐는지 안다. 이번 대회는 여러모로 내게 가장 어려운 대회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작년엔 대회에서 뛰지도 못했었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이어 “그래도 마치 고향에 온 듯 나를 환영해준 사람들 덕분에 힘을 냈다”면서 “내년에도 꼭 볼 수 있길 바란다”고 여운을 남기며 그에게 최고의 영예와 최악의 치욕을 안겼던 대회에 마침표를 찍었다.

28일 열린 여자 단식 결승전에선 벨라루스 출신인 아리나 사발렌카(25·5위)가 엘레나 리바키나(24·카자흐스탄·25위)를 세트스코어 2대1(4-6 6-3 6-4)로 누르고 커리어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맛봤다.

[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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