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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기고] 인도와 한국, 공통의 미래 위협 대비해 방산 협력 강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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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년간 인도와 한국 사이의 국방 및 안보 협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여러 인도 기업이 한국 방산 기업과 긴밀히 협력 중이다. 한국형 자주포 ‘K9′의 인도 버전인 ‘K9 바즈라’는 한화디펜스(작년 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합병)와 인도 대기업 L&T의 협력을 통해 만들어진 양국 방산 협력의 대표적 사례다. 현재 인도와 한국의 잠재적 파트너 기업들이 서로 접근하고 있는 프로젝트로는 디젤 잠수함, 탱크, 기동 헬기, 미래형 전투차, 잠수함용 배터리 등이 있다. 한국 방산업계는 향후 인도 해군의 프로젝트인 함대 지원함(FSS), 상륙 플랫폼 독(LPD), 기뢰 대응함(MCMV) 등의 건조를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첨단 해군 조선 기술의 이전도 검토 중이다.

인도 정부는 인도 내 한국 방위산업의 성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우타르프라데시주와 타밀나두주 두 곳의 방위산업 지대에서 한국 기업에 혜택을 주고 있다. 이들 지역은 한국 방산업체들에 경제적인 숙련 노동력, 천연자원 및 최적화된 인센티브 등 아주 특별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인도는 또 양국 간 국방 관련 협정의 일환으로 현지 진출 한국 방산업체에 대한 규제 완화에도 이미 합의했다.

해양 안보 분야에서 두 나라는 이 지역 초강대국으로부터의 위협에 함께 직면해 있다. 방산 협력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인 것이다. 공통의 미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해군 공동 역량 구축도 협력 분야가 될 수 있다. 한국 해군은 인도 해군이 설립한 인도양 지역 정보융합센터(IFC)에도 주목해야 한다. 향후 한국 해군은 자국 무역 항로 보호를 위해 인도양의 외딴 해역에서 작전을 수행하거나 특수한 상황과 맞닥뜨릴 수 있다. 인도 해군의 정보 능력은 한국 해군이 ‘해양 영역 인식(MDA)’을 증강하는 데 귀중한 자원이 될 것이다.

미래 첨단 국방 기술 협력에도 집중할 적기다. 특히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 적용 무기 체계의 공동 연구와 개발 및 배치 협력이 시급하다. C4ISR(지휘·통제·통신·컴퓨터·정보·감시·정찰) 무기 체계에는 양국 정책 입안자들의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두 나라는 상호 강점을 활용해 공통의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

양국 국방 협력에 절호의 기회가 왔다는 것은 사상 처음으로 세 가지 층위에서 두 나라가 완벽하게 입장을 같이하게 됐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첫째, 중국에 과도하게 기울었던 전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고 윤석열 대통령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천명함에 따라 양국은 국방 협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둘째, 두 나라 방산업계에서 상대 역량에 대한 신뢰 수준이 오늘날처럼 높은 적은 없었다. 유럽과 러시아에 치우쳤던 인도 방위산업은 급성장 중인 한국 방위산업의 힘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셋째, 인도군은 느리지만 확실하게 한국 무기 체계에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다. 인도군은 K9 자주포 등 최근 한국에서 도입한 무기 체계를 시험해보며 한국과의 더 많은 첨단 국방 기술 협력을 기대하게 됐다. 이렇게 한국과 인도 양국의 정치적 리더십, 방위산업, 군이 모두 같은 입장에 서게 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인도와 한국이 서로를 먼 나라로 여기며 역사·종교·문화적 협력만 생각하던 시대는 지났다. 오늘날 인도와 한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새로운 경제 및 안보 질서를 구축하는 데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새롭게 대두된 지역 내 힘의 방정식이 두 나라를 어느 때보다 가깝게 만들었다. 양국 모두 이 지역에서 진행 중인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결과에 큰 이해관계가 걸려있다.

인도와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성공적인 민주주의 국가다. 동시에 공정한 규칙에 기반한 새로운 세계 질서를 확립하는 데 각자의 역할이 있다. 이제 양국 공통인 민주적 삶의 방식을 지켜내기 위해 정책적 일치를 이끌어내는 데 집중해야 할 때가 왔다. 지금이 그런 협력을 시작할 때다.

[라흐빈더 싱 아시아연구소 평화안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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