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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특파원 리포트] 30년만의 美 ‘공화당 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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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표한 미 갤럽 조사에서 공화당 성향이라고 답한 미국인 비율이 45%로 민주당(44%)을 앞섰다. 작년 한 해 동안 성인 1만736명에게 ‘민주·공화당 중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고 물어본 결과다. 친여 주류 매체에서 부각되지 않았지만, 역대 갤럽 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율이 더 높게 나온 건 1991년 이후 31년 만이다. 걸프전 승리 직후인 당시 공화당 성향(48%)은 이례적으로 민주당(44%)을 4%포인트 앞섰다.

조선일보

간신히 잡은 의사봉 - 케빈 매카시 신임 미 하원의장이 1월 7일(현지 시각) 워싱턴DC 의회 의사당에서 15차 투표 끝에 의장으로 선출된 뒤 의사봉을 두드리려 하고 있다. 매카시 의장은 공화당 내 강경 우파 의원 20여 명의 반대로 줄곧 과반을 얻지 못하다가 반대파와 협상을 통해 간신히 의장직에 올랐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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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현대 정치에서 정당 지지율은 줄곧 민주당이 우위를 보여왔다. 장기 호황 시기였던 1997년(빌 클린턴 행정부) 민주당 지지율은 9%포인트 높았다. 2008년 조지 부시 행정부 땐 세계 금융 위기로 민주당이 공화당 지지율을 두 자릿수(12%포인트) 차로 앞질렀다. 9·11 테러로 보수 진영이 급속도로 결집했던 2002~2003년에도 공화당 지지세는 겨우 민주당과 동률(45%)을 이뤘다.

불과 1%포인트 차이임에도 공화당 지지율이 더 높아지는 현상이 수십 년 만에 나타나자 미 정치권은 배경 분석에 분주하다. 치솟는 물가, 경기 침체 가능성 등에 대한 미국인들의 우려가 그만큼 큰 것이란 분석이다. 아프간 미군 철군 사태 등 초기 바이든 정부 실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런 절호의 상황에서도 공화당은 작년 중간선거에서 ‘반쪽의 승리’(하원 다수당)밖에 거두지 못했다. 주류 언론들이 앞다퉈 공화당이 상·하원을 싹쓸이하는 ‘레드 웨이브’가 일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결과는 이와 거리가 멀었다. 이 간극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같은 조사에서 갤럽이 질문을 조금 바꿨더니 실마리가 보였다. ‘민주당, 공화당, 무당파(無黨派) 중 어디에 해당하느냐’는 질문에 41%가 ‘무당파’라고 했다. 2000년대 초 무당파 비율(30% 초중반)보다 10%포인트나 늘었다. 자신을 민주·공화당원이라고 답한 비율은 각각 28%였다. 결국 작년 무당파 중 상당수가 보수로 기울었지만, 정작 선거에서 이들 모두가 공화당을 찍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공화당 관계자는 “경제 등 외부 여건이 유권자들을 공화당 문 앞까지 인도했지만, 극단으로 치닫는 당내 모습에 고개를 돌린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가 미 주류 정치판에 드리운 ‘극단주의’는 2024년 대선서 정권을 되찾기 위해 점점 커지는 무당파를 공략하려는 공화당에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공화당 관계자들은 “공화당이 빠른 시일 내 ‘극단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달 초 하원의장 선출 과정에서 케빈 매카시 후보가 자신을 반대하는 공화당 내 강성 세력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트럼프에게 매달린 건 공화당의 미래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극단 지지층에만 의지하면서 중도층의 정치 환멸을 부추기고 있는 우리 정치권도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이민석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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