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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인터넷으로 살 수 있는 술, 살 수 없는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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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종화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theL] 화우의 조세 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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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대학 신입생 시절 마트에서 술을 사거나 주점에서 술을 주문할 때 신분증 제시를 요구받는지에 따라 친구들 사이에서 동안·노안 다툼을 벌였던 기억이 있다. 술을 사거나 마시기 위해선 매장이나 주점에서 신분증으로 성년임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는 게 원칙이다. 주류의 제조뿐 아니라 이런 판매 절차와 조건까지 관장하는 주무관청은 의외로 국세청이다.

주세법은 1949년 제정된 이래 2020년 말까지 주세 관련 사항과 함께 주류의 제조·판매·면허 등에 관한 사항까지 주류에 관한 제반사항을 모두 아우르는 법률이었다. 그러다 보니 주세를 관장하는 국세청이 자연스레 주류의 제조·판매까지 일괄적으로 담당해왔다. 2021년 1월부터 기존 주세법에서 제조·판매 부분이 분리된 주류면허법이 신규 제정·시행되면서 주세 외에 제조·판매에 관한 사항을 식약처로 이전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지금까지는 여전히 국세청이 주세와 더불어 주류의 제조·판매 등 주류 행정에 관한 사항까지 담당한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접 대면해 성인 여부를 확인하도록 강제하는 주류 구매절차에서 처음 예외가 인정된 시점은 전통주에 한해 통신판매가 가능해진 1998년이다. 당시에는 우체국 통신판매로만 전통주를 살 수 있었는데 2017년부터는 일반적인 인터넷 쇼핑몰에도 전통주 판매가 보편적으로 허용됐다. 다만 당시의 전통주 통신판매는 변화하는 시대상을 반영한다기보다는 쇠퇴하는 전통주를 보호한다는는 정책적 목적이 강했다.

전화와 각종 배달 앱을 통한 음식 배달이 활성화되면서 국세청은 2016년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를 개정했다. 이때부터 음식점에서 전화 등을 통해 판매되는 음식에 부수해 주류를 배달하는 행위가 처음으로 허용됐고 부수 주류의 범위에 대해 해석상 논란이 생기자 국세청은 2020년부터 '전화나 앱을 통해 주문받아 직접 조리한 음식과 함께 총 주문금액의 50% 이하인 주류'로 통신판매 범위를 명확히 했다.

2020년부터는 소비자가 전화나 앱을 통해 주류를 주문한 뒤 지정된 판매영업장에 직접 방문해 인도받는 이른바 '스마트오더' 통신판매가 허용됐다. 2021년에는 음식점 업장에 성인 인증 장치를 갖춘 자동판매기를 설치하는 게 가능해졌고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통해 현재는 편의점에서도 시범적으로 자동판매기를 통해 주류를 판매한다. 다만 이런 스마트오더·자동판매기 방식은 결국 소비자가 직접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해야 한다는 점에서 완전한 의미의 주류 통신판매·배달판매로 보기는 어렵다.

최근 와인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증가하면서 와인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도 늘었다. 주의할 점은 전통주와 달리 와인은 주문과 배달이 모두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완전한 통신판매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와인의 경우 매장에서 직접 대면해 주문·결제한 와인을 택배 등을 통해 배달받거나 온라인으로 주문한 와인을 매장에서 수령하는 스마트오더 방식의 판매만 허용된다. 구독 고객이 일정한 구독료를 지급하면 판매자가 임의로 정한 와인을 정기적으로 배송하는 방식의 '와인 구독'은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는 불법 주류 판매라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근래에는 술을 대하는 방식이나 인식이 변하면서 술 문화도 바뀌어가고 있다. 과거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소주·맥주·막걸리 같은 서민적인 술을 지인들과 함께 마시는 게 일반적이었다면 요즘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비교적 가격이 비싼 와인이나 위스키·수제맥주에 대한 수요가 적잖다. 관심 주종도 점점 다양해졌다.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젊은 세대는 술에 대한 경험이나 분위기, 음식과의 궁합을 중시하고 술을 외부 음식점이 아닌 가정에서 소비하는 비율도 상당하다고 한다.

주류의 통신판매 범위는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소비자들이 예전보다 다양한 주류를 찾고 소비장소도 외부에서 가정으로 확대되면서 구매 편의에 대한 요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류 구매와 수령 사이의 시·공간적 차이에 따른 부작용과 미성년자 구매 우려 등의 문제를 고려하면 마냥 주류의 통신판매 범위를 확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소비자들의 요청과 기술 발달이 맞물려 통신판매를 통해 살 수 있는 술이 앞으로 얼마나 다양해질지 사뭇 궁금하다.

머니투데이

정종화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법무법인(유) 화우 정종화 변호사의 주요 업무분야는 조세 및 국제조세 관련 쟁송과 자문이다. 법인세, 소득세, 지방세, 부가가치세, 상속·증여세, 관세, 주세 등 과세처분 및 각종 인허가, 석유수입부과금을 비롯한 다양한 행정처분과 관련한 조세·행정쟁송, 자문사건을 처리하였고, 서울지방국세청, 기획재정부, 문화관광부, 산업자원부, 산림청 등 여러 행정부처에 대해 조세·행정 관련 자문을 제공해왔다.]

정종화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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