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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박준영의 트렌드&브랜드]'중꺾마'의 컬처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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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준영 크로스IMC 대표컨설턴트('Z의 스마트폰' 저자)]
머니투데이

박준영 크로스IMC 대표컨설턴트


"우리는 꺾이지 않을 거예요." "포기하는 순간, 경기는 끝입니다."

2022년 하반기 최고의 유행어인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가 2023년을 시작하며 '슬램덩크' 극장판 개봉과 함께 다시 우리의 심장을 설레게 한다. 롤드컵에서 누구도 우승을 예상하지 않은 Deft팀이 기적의 여정을 보여주었을 때 e스포츠팬들은 열광했다.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불꽃 같은 투지로 포르투갈전을 승리로 이끈 국가대표팀이 '중꺾마'가 적힌 태극기를 휘날리는 세리머니에 전 국민이 하얗게 밤을 지새웠다.

지금, 왜 전 세대에게 '중꺾마'가 울림을 주는 것일까. 현재 시대상황과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 승부를 알 수 없는 스포츠가 개인의 서사와 연결돼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됐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 '슬램덩크'는 인기스포츠 농구와 맞물리며 국내에서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승리를 향한 집념을 중심으로 캐릭터의 '성장'과 한계를 '극복'해나가는 투혼의 스토리는 2002 한일월드컵의 응원슬로건처럼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2023년을 시작하는 현재는 어떠한가. 열심히 하다 보면 내일은 성공할 수 있다고 낙관하기엔 보장된 내일이 보이지 않는다. 미래의 불확실성은 더 커졌고 예전 성공방정식이나 롤모델은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역동적이고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모호하고 복잡한 문제들에 직면한 개인은 경기장의 주인공이 돼 스스로 선택하고 판단하며 길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이 길이 내게 맞는 것인지, 내가 걷고 있는 길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개인의 불안과 자기의심 또한 커진다. 이런 우리에게 경험이 가장 부족한 강백호는 늘 "나는 천재니까"라고 되뇌며 자기 확신에 찬 주문을 건다. 강백호의 몸을 내던지는 용감한 플레이는 상대팀의 기량에 눌려 있던 동료들에게 경기의 흐름을 바꿔놓을 정도의 강력한 동기를 부여한다. 이노우에 다케히코 감독이 새롭게 주목한 캐릭터 송태섭은 보통 사람인 우리의 모습과 가장 닮았다. 단신 포인트가드로서 한계를 극복하고 그의 장점인 빠른 스피드와 속공플레이로 경기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경기에서 우승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지만 승리에 집착하기보다 현재의 게임에 최선을 다하고 즐기려는 태도, 각자의 천재성을 발견하고 매일을 '정진'(精進)하며 '더 나은 나'를 추구하는 것이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각종 #챌린지가 등장하고 #갓생살기 #n잡러의 트렌드는 불확실함 속에서 현재의 삶을 확신하려는 개인의 의지가 행동으로 나타난 것이다. 무수한 시행착오와 좌절을 겪게 되겠지만 흔들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단단한 마음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다.

3040에게는 열정과 꿈이 있던 낭만의 시기를 기억하게 하고 1020에게는 현재에 충실하고 이 순간을 즐기며 최선을 다하려는 태도가 '슬램덩크'에서 중꺾마를 다시 소환했다.

강백호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영광의 순간은 언제인가요."

"난 바로 지금이라고요."

박준영 크로스IMC 대표컨설턴트('Z의 스마트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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