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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나는 건물주·국가대표·CEO”…연쇄살인마 이기영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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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이기영이 지난 4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부경찰서에서 검찰청으로 이송되고 있다. 이기영은 동거녀와 택시 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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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과 택시기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전해지는 이기영(31·남)이 수많은 거짓말을 해 온 것이 들통났다.

28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파주 연쇄 살인 사건의 용의자 이기영을 집중 조명했다. 이기영은 집주인과 택시기사를 잇따라 살해한 뒤 금품을 갈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 제보자는 지난 2022년 12월 25일 새벽 5시 30분께 경기도 파주의 한 병원의 응급실에서 이기영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제보자는 당시 이기영이 피로 범벅이 돼 겁에 질린 얼굴로 연신 ‘살려 달라’고 외쳤다고 회상했다. 이기영이 5시간 동안 물고문과 쇠파이프 폭행을 견디다 가까스로 탈출했다고 주장해 안쓰러웠다는 것이다.

얼마 뒤 제보자는 이기영의 얼굴을 뉴스에서 보게 됐다. 언론 보도를 통해 그날 새벽 술김에 모르는 사람들과 다투다가 다친 상처를 고문의 흔적이라고 위장한 것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또 이기영은 ‘수많은 상가를 보유한 건물주’, ‘유도 국가대표 상비군’, ‘성공한 사업가’ 등 위조된 이력으로 주변인들을 현혹시켰던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이기영은 부모로부터 외면당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기영의 본 모습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이기영은 지난해 12월 20일 택시기사 B씨를 죽이고 시신을 옷장 속에 숨긴 것으로 전해진다. 이기영은 음주운전을 해 택시와의 접촉사고를 냈는데, 신고당할까 봐 두려워 B씨에게 합의금을 주겠다고 회유해 집으로 데려갔다가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이기영의 아파트를 수색하던 경찰은 집주인이자 동거녀였던 C씨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알고 보니 C씨도 지난해 8월 이기영에게 살해당했다. 이기영은 생활비 문제로 다투다 홧김에 집어던진 렌치에 동거녀가 맞아 사망했다고 진술했다. 이기영이 유기한 C씨의 시신은 지금까지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기영은 이 두 건의 범행 이후 피해자들로부터 1억3000만원이 넘는 돈을 편취하고, 피해자의 휴대 전화로 피해자인 척 행세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기영의 행동에서 사이크패스적 성향이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순간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경향성이 굉장히 높아 보인다.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능력, 내가 다른 사람한테 보이는 어떤 모습들이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해서 이뤄야 되는데 이 과정을 생략하고 자기 혼자 거기에 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검찰청 통합심리분석 결과 역시 비슷했다. 이기영에게서 사이코패스 성향이 관찰됐다는 것이다. 또 폭력범죄 재범 위험성이 ‘높음’ 수준으로 평가돼 검찰은 이기영을 대상으로 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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