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이사회 쥐락펴락, 배당까지 변경...기세등등 행동주의 펀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경이코노미

주식 시장 저변이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확대되면서 행동주의 펀드 행보에 힘이 실린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출처: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올 들어 행동주의 펀드의 기세가 매섭다. 행동주의 펀드는 회사 경영에 관여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최근 국내에서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주식 시장 저변이 확장되면서 행동주의 펀드의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는 분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월 26일까지 신한, 하나 등 주요 금융지주 주가가 10~20%가량 올랐다. 경기 침체 우려로 주가가 신통찮던 금융지주 주가가 돌변한 것은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 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행동주의 펀드 사모운용사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지난 1월 초 KB금융 등 7곳의 금융지주에 “주주 환원을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으로 확대하라”며 공개 서한을 보냈다. 배당을 대폭 늘리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한 것이다. 실제 신한금융지주가 주주 환원 확대 방침을 밝히자 다른 금융지주 투자자의 기대감도 높아졌다.

국내 증시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행보가 두드러진 것은 최근 1~2년 사이다. 대한항공을 상대로 맹공을 퍼붓던 ‘강성부펀드(KCGI)’가 다소 초라하게 퇴장한 뒤 한동안 소강 국면을 보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개인 투자자가 폭증하면서 행동주의 펀드의 행보에 다시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행동주의 펀드는 기업 의사 결정이 대주주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이뤄지지 않게 적극 견제에 나섰고 이런 행동이 개인투자자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면서 판도가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 행동주의 펀드의 공개 요구가 기업의 의사 결정에 반영된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 연말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이 계열사인 흥국생명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을 반대해 무산시켰다. 흥국생명은 태광그룹 계열사지만 태광산업은 흥국생명 주식을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 이런 이유로, 흥국생명의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유상증자에 태광산업이 참여하는 것은 주주 이익에 반하는 배임이라는 논리를 폈고 결국 태광산업은 유증 참여를 철회했다.

조직 분할이나 이사회 구성 등 기업의 실질적인 경영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도 나온다. 최근 지배구조 개선을 선언한 SM엔터테인먼트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사외이사 비율을 현행 25%에서 과반수인 57%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지배 구조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얼라인파트너스가 SM에 공개 요구한 사항 중 일부였다. 당시 얼라인 측은 “대주주인 이수만 총괄 회장의 입김을 견제할 장치가 필요하다”며 이 같이 요구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에도 행동주의 펀드로 알려진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가 KT&G에 “자회사인 한국인삼공사를 분리 상장해 인삼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하라”는 주주 제안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행동주의 펀드가 5% 안팎 지분으로 여론몰이를 하며 기업 경영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개 서한 등으로 이슈 몰이를 하거나 이사회 장악력을 지나치게 높이는 등의 행위가 장기적인 경영 계획 수립을 위한 경영진의 주의력을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 사항의 적절성은 따져봐야겠지만 지금까지 대주주와 경영진 중심으로 이뤄지던 기업의 의사 결정 과정에 새로운 목소리가 등장한 것은 사실”이라며 “우리 기업의 지배 구조 또한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가며 실제 기업가치가 개선되는 것을 주주들이 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