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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수비수 페리시치 배치 바꾸니... 손흥민 펄펄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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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컵서 2골... 16강 이끌어

“손흥민을 절대 의심하지 마라.”(Never doubt Heung-min Son.)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가 29일 공식 소셜미디어에 손흥민(31)의 사진과 함께 이 같은 문구를 올렸다. 손흥민은 이날 영국 프레스턴의 딥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챔피언십(2부 리그) 소속 프레스턴 노스 엔드FC와의 FA컵 32강전에 선발 출전해 2골을 몰아 넣었다. 0-0으로 팽팽하던 후반 5분 페널티 아크 한 발짝 뒤에서 주특기인 왼발 감아 차기로 한 골을 넣었고, 후반 24분에 골문 앞에서 수비수를 제치고 다시 왼발로 추가 골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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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공격수 손흥민이 29일 영국 프레스턴의 딥데일 스타디움에서 프레스턴 노스 엔드와 벌인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32강전에서 후반 24분 왼발로 슈팅해 두 번째 골을 넣는 장면. 토트넘은 손흥민의 멀티 골 활약에 힘입어 3대0으로 이겼다. 이번 시즌 골 가뭄에 시달리던 손흥민이 한 경기 두 골을 넣은 것은 108일 만이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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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한 경기에 2골을 퍼부은 건 지난해 10월 프랑크푸르트(독일)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홈 경기에서 2골을 넣은 이후 108일 만이다. 팀도 3대0으로 승리하며 FA컵 16강으로 향했다.

손흥민은 EPL 입성 후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었다. 리그 득점왕을 거머쥐었던 지난 시즌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부진했다. 프레스턴전을 빼면 리그와 컵 대회를 포함해 26경기에서 6골에 그쳤다. 이날 골도 지난 5일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리그 경기 이후 5경기 만이었다. 손흥민은 경기를 마치고 “자신감을 되찾기 위해 이 골들이 필요했다”며 “공격수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골이다. 정말 행복하다”고 했다.

◇삐걱대는 손흥민-페리시치

손흥민은 작년 6월 A매치 4연전을 전부 풀타임으로 소화하는 등 비시즌 동안 거의 쉬지 못했다. 올 시즌도 얼굴뼈가 부러지고도 카타르 월드컵 전 경기에 출장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경기 도중 몸 어딘가가 불편한 듯 얼굴을 찡그리거나 지쳐서 숨을 헐떡거리는 장면이 지난 시즌에 비해 더 자주 보인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올 시즌 새로 합류한 이반 페리시치(34·크로아티아)와의 공존이다. 페리시치는 A대표팀에서는 측면 공격수를 맡을 정도로 공격에 능하지만, 토트넘에서는 손흥민의 뒤를 받쳐 줘야 하는 왼쪽 수비수로 나선다. 그런데 페리시치는 수비수임에도 본인의 장기를 살려 적극적으로 공격한다. 이때 페리시치가 비운 자리는 대부분 손흥민이 메꾼다. 가뜩이나 바닥난 체력에 수비 임무까지 주어지니 공격할 틈이 안 난다는 게 손흥민의 주요 부진 이유로 꼽힌다.

◇'손흥민 살리기’ 실마리

손흥민이 2골을 넣은 이날은 달랐다.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은 이 경기에서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주 득점원 해리 케인 대신 페리시치를 중앙 공격수로 내세우는 변칙 전술을 사용했다. 페리시치는 손흥민과 자유롭게 위치를 바꿔가며 공격에 전념했다. 왼쪽 측면 수비수로는 라이언 세세뇽을 투입해 수비에만 집중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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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주요 활동 지역 변화. /그래픽=김하경


그러자 손흥민은 족쇄가 풀린 듯 전반에만 유효 슈팅 2개로 과감한 모습을 보였고, 후반 5분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넣었다. 손흥민의 두 번째 골은 페리시치가 멋진 원 터치 패스로 도왔다. 둘의 올 시즌 첫 합작 골이었다. 한때 불화설까지 돌았던 둘이었지만 골이 들어가자 활짝 웃으며 서로 껴안았다.

손흥민은 변칙 전술에 대해 “페리시치는 공격과 수비에서 전부 다 뛸 수 있는 좋은 선수다. 풀럼전(24일) 이후 계속해서 이런 전술 연습을 했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티안 스텔리니 토트넘 수석 코치도 “페리시치가 익숙하지 않은 위치에서 뛰어야 했다. 케인이 없어서 손흥민이 사실상 득점을 낼 수 있는 유일한 선수였는데, 그가 결국 해냈다”고 했다.

◇이재성도 골

독일 분데스리가 마인츠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의 동갑내기 대표팀 동료 이재성(31)도 전날 보훔과의 리그 홈 경기에서 골을 넣으며 팀의 5대2 대승을 이끌었다.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이재성은 경기 시작 45초 만에 앙토니 카시의 패스를 받아 방향을 살짝 바꿔 골을 넣었다. 2경기 연속이자 올 시즌 4호 골이다. 그는 직전 경기였던 도르트문트전에서도 경기 시작 2분 만에 골을 넣었다. 마인츠 구단은 공식 소셜미디어에 “이재성은 빠른 골을 좋아한다”고 기쁨을 표했다.

[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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