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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서방 지원 끊길라... 젤렌스키, 고위직 10여명 경질 ‘부패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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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차장·국방군수차관 등

스캔들 연루 10여명 전격 경질

美 “엄청난 원조, 제대로 쓰여야”

조선일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1월 11일(현지시간) 서부 르비우에 있는 전사자 추모비에서 참배하고 있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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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정부 고위 인사 10여 명을 전격적으로 물갈이했다고 BBC 방송·AFP통신이 2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작년 2월 말 러시아 침략을 받은 이후 최대 인사 폭이다. 이번에 경질 또는 사임 형식으로 물러난 인사 중에는 대통령실 차장과 국방부 차관, 검찰 부총장 등이 포함됐다. 정권의 부패 의혹으로 서방 신뢰를 잃을 경우, 전시는 물론 전후 재건에 필요한 지원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대대적인 ‘부패와의 전쟁’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이번 물갈이는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의 부패 의혹 제기가 발단이 됐다. 현지 매체 우크라이나 프라우다 등에 따르면 키릴로 티모셴코 대통령실 차장은 서방으로부터 기부받은 관용 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는 유명 부동산 개발 업자의 저택으로 이사하고 고가의 포르셰를 몰고 다니는 모습까지 포착되면서 사직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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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정부가 작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최초로 두 자릿수에 달하는 고위직 물갈이를 단행했다고 2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사임하거나 해임된 관료 중 일부는 부패혐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키릴로 티모셴코 대통령실 차장이 23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제출한 사직서를 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텔레그램을 통해 다음날인 24일 공개한 것이다. 2023.01.25 /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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뱌체슬라우 샤포발로우 국방부 군수 담당 차관은 국방부가 군납 식품 및 보급품 가격을 부풀려 계약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결백을 주장하다 사임했다. 올렉시 시모넨코 검찰 부총장은 우크라이나 사업가의 벤츠 자동차를 빌려 스페인에서 휴가를 보낸 사실이 밝혀져 해임됐고, 바실 로신스키 인프라부 차관은 발전기 구입 과정에서 40만유로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체포돼 경질됐다.

우크라이나의 부패는 수십년 동안 나라를 곪아 터지게 한 고질적 문제로 지적된다. 부패감시단체 국제투명성기구(TI)에 따르면 2021년 우크라이나의 ‘부패인식지수’(CPI)는 세계 180국 중 122위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019년 부패 척결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다. 그는 취임사에서 “정치인들은 우크라이나를 (그들만의) ‘기회의 나라’로 만들었다. 뇌물을 주고, 훔치고, 자원을 빼돌릴 기회가 있는 나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의 부패한 정치 역사를 잘 아는 미국 공직자들도 우크라이나로 흘러들어간 수십억달러의 원조를 개인이 빼돌릴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면서 “이번 스캔들로 젤렌스키 정부의 원조 관리 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등 미국 공화당원들은 미국의 원조가 남용될 우려가 있다며 특별감찰관을 도입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부패 척결 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빅토리아 뉼런드 미 국무부 정무 담당 차관은 지난 26일 미 상원 외교위원회의 우크라이나 관련 청문회에서 “우크라이나 정부의 개각은 전쟁 와중에 돈을 빼돌리려는 이들에게 아주 강력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회 위원장도 “러시아 침공 전부터 우크라이나 정부가 시행한 반부패 조치가 효과를 거두고 있다”면서 “(젤렌스키 정부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원조에 대한 감독 계획을 마련했다”고 했다.

윌리엄 테일러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는 “최근의 부패 스캔들은 우크라이나가 법질서 유지와 자정 능력이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면서 “전시뿐 아니라 앞으로 전후 재건과 유럽연합 가입을 고려했을 때, 반부패는 성공적인 재건을 위한 조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우크라이나가 서방국가들로부터 300대가 넘는 전차를 지원받을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들 전차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바딤 오멜첸코 주프랑스 우크라이나 대사는 27일 프랑스 BFM 방송에 “오늘 기준으로 다수의 국가가 우크라이나에 중전차 321대를 보내주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이 에이브럼스 31대, 독일이 레오파르트2 14대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 폴란드도 레오파르트2 14대를 포함 총 60대의 전차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안팎에선 미국과 독일이 약속한 전차 100대만으로도 전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영국군 왕립전차연대의 해미시 드 브레턴-고든 전 대령은 BBC에 “보통 주요 공격 작전에는 최소 70대의 전차가 필요하며, 100대 이상의 전차로도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서 “우크라이나가 더 많은 전차를 확보한다면 여러 장소에서 동시에 공세 작전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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