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공매도 규제 완만한 조정을… 벤처 육성은 민간에 맡겨야" [한미재무학회, 글로벌 석학과의 대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시장 규제 정책 긴급 진단
제이 리터 미국 플로리다대학교 경영대학 석좌교수
발달한 자본시장에선 민간주도가 유효
韓 벤처 생태계에서 정부 역할 고민해야
공매도 규제 폐지 최대 관건은 연착륙
거래량 많은 대형 주식부터 전면 허용
먹잇감 되기 쉬운 소형주 적용엔 신중을
과열된 주택시장엔 적절한 규제 바람직
문제는 정부판단이 항상 옳지 않다는 것
주거용 부동산, 투자 관점서 판단할 때 전 세계 공통적으로 수익률 높지 않은 편


파이낸셜뉴스

제이 리터 미국 플로리다대학교 경영대학 석좌교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글로벌 경기 침체, 전 세계적인 부동산 시장 급랭, 코로나19 엔데믹 등은 현재 글로벌 경제를 설명하는 단어들이다. 국내에서도 금융당국의 긴축기조로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으면서 경기 하락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우리 경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내수 경기도 좋지 않아 우려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한미재무학회(KAFA)와 함께 우리 경제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주요 경제 및 재무 이슈를 선정, 집중 점검한다. 그 첫 회로 금융투자분야, 특히 기업공개(IPO)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석학으로 인정받고 있는 제이 리터 미국 플로리다대학교 경영대학 석좌교수와 주택시장, 벤처 생태계, 공매도, IPO 등 4개 분야에 걸쳐 정부의 시장개입 및 규제의 효과와 한계에 대해 대담을 진행했다.

대담 = 강민모 美 플로리다대 박사과정

―한국 정부는 종부세, 양도소득세 등 주택시장에 규제를 가하고 있다. 이런 정책들이 건전한 부동산 시장을 이룰 수 있나

▲주택시장 공급은 주택 건설비용 및 토지 가격에 의해 결정된다. 건설비용은 지역에 따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결국 공급 측면에서 주택 가격은 토지 가격에 의해 결정된다고 봐야 된다. 토지가격이 너무 과열되었다고 생각된다면 어느 정도의 규제를 하는 게 바람직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제가 과열 상태인지 정부가 판단하는 게 항상 옳다는 보장이 없다.

―금리인상으로 주택시장 경기가 침체되고 있다. 이에 한국 정부는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규제완화가 주택시장을 회복시킬 수 있는가

▲주택시장이 고점에 다다르기 전에 매입한 투자자들은 이익을 봤을 것이다. 가격이 오르는 주택시장은 필히 연봉을 많이 주는 좋은 직장들이 몰려 있는 곳이다. 하지만 주택시장의 가격이 높아지면 아무리 연봉을 많이 주는 직장이라도 그 지역의 주거 가격을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서울과 홍콩, 샌프란시스코 등이 그런 곳이다. 높은 주거비용의 또 다른 문제는 저출산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주택 투자 수익률에 대한 연구 결과가 있나

▲세계 여러 나라를 봤을 때 주거용 부동산 투자는 높은 수익률을 이루지 못했다. 물론 예외로 아주 크게 성장한 도시 혹은 관광지 등이 있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없다.

―국가의 영토 크기에 따라 또는 지역에 따라 수익률의 차이가 있나

▲크게 성장한 도시들의 주택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대다수의 중소형 도시 및 지역들의 부동산 투자 수익률은 매우 저조하다. 부동산 가격이 오른 도시들은 항상 인구가 몰리고 성장했고, 연봉을 많이 주는 좋은 기업들이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한국에서는 정부 주도로 벤처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정부 개입은 효과가 있는가

▲정부 주도의 벤처투자는 민간 벤처투자보다 수익률이 낮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국가가 초기 발전을 이루고 있을 때는 정부가 벤처 성장을 주도하는 게 유효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처럼 자본시장이 발전한 나라는 민간 벤처투자가 정부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민간 벤처투자가 정부와 다른 점 중 하나는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기존 투자 기업을 보다 빠르게 포기할 수 있는 결단력이다. 정부는 이런 결단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에 가능성이 희박한 기업에 투자를 이어가다 보니 결국 수익률이 저조하다.

―민간 벤처시장을 육성하려면 무엇이 선행되어야 하는가

▲미국을 포함해 글로벌 벤처투자 시장에서 공통점은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투자에서 투자자들은 투자금 전부를 날릴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몇몇의 아주 성공적인 회사들, 예를 들어 쿠팡, 구글(현 알파벳), 페이스북(현 메타) 등의 성공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투자한 10개 회사 중 9개가 실패했더라도 1개 회사에서 15배의 수익률을 올리면 결론적으로 성공한 셈이 된다. 결국 민간 벤처시장을 육성하려면 성공하는 1개 회사가 더 크게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에는 이런 초대형 성공 사례가 빈번해서 벤처시장이 활성화되어 있고, 아시아 역시 비교적 성공 사례가 있다. 최근 중국 정부의 성공적인 테크 기업(알리바바 등)과 그들의 창업주들(마윈 등)을 징벌적으로 규제하고 억압하는 행태는 중국 벤처 시장에 대한 투자 매력을 떨어뜨렸다.

―벤처투자자들이 원하는 건 결국 수익이다. 자본 회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선 어떤 정책들이 선행될 수 있는가

▲기업공개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게 가장 중요한 조건일 것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다른 기업에 기업을 매각하는 인수합병(M&A)을 통한 회수, 사모펀드에 매각을 통한 회수들이 더 빈번해지고 있는 만큼 M&A 및 사모펀드 업계를 활성화하는 것도 중요한 방법이다.

―공매도 규제의 장단점은

▲공매도를 규제하면 공매도를 목적으로 한, 즉 주식가격의 하락을 목적으로 한 주가조작을 방지할 수 있고 전반적으로 주식 가격이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주가 상승을 목적으로 한 주가조작이 좀 더 용이해지는 단점이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주식에 투자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을 고려할 때 결국 개인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수 있다.

―공매도를 허용한다면 어떤 규제가 필요한가

▲공매도가 악용되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들은 대부분 거래량이 작은 소형주에서 발생한다. 거래량이 작은 소형주들은 주가조작 투기세력의 목표물이 된다. 따라서 정부의 공매도 규제 폐지 정책은 결국 소형주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공매도 폐지는 점진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우선 거래량이 많은 대형 주식에 공매도를 전면 허용하면서 그 영향을 살펴보고 공매도 허용 주식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매도가 개인에게 불리한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조치(규제)가 필요한가

▲개인투자자들은 주가가 급격히 상승한 소형주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 공매도가 고평가된 소형주의 가격을 적정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면 개인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공매도가 금지된 경우보다 더 낮은 가격에 같은 주식을 매수할 수도 있고 급격한 가격 상승이 공매도로 인해 차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매도가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나

▲미국에서 공매도에 불만을 제기하는 주주 및 경영진들은 대부분 문제가 있는, 즉 펀더멘털이 좋지 않은 기업들의 주주나 경영진들이다. 이익을 잘 내고 성장하고 있는 기업의 경영진들이 공매도에 대해 우려하거나 불평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한국 IPO 시장이 활황인 2021년에 많은 기업들이 상장 첫날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다른 선진 자본시장 (미국 등)과 비교할 때 한국의 첫날 수익률이 어떤 수준인가

▲한국의 주식시장에는 상한가가 존재하기 때문에 수익률을 첫날 하루로만 측정하면 안된다. 일주일간의 수익률을 기준으로 측정했을 때 한국의 기업상장 첫 주 수익률은 53%에 이른다. 미국은 상한가 하한가 규제가 없기 때문에 첫날 수익률 기준으로 측정하는데 미국의 첫날 수익률은 17.5%이다.

―왜 기업상장 첫날(혹은 첫주) 수익률이 매우 높은가

▲상장 관련된 규제들이 첫날(혹은 첫 주) 수익률을 높이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예를 들어 장부가치보다 높게 공모가를 책정하지 못하는 것, 주식 가격이 하락하면 손해를 보전해 줘야 하는 것 등이 모두 공모가를 낮게 책정하게 만들고 낮은 공모가는 자연스럽게 높은 첫날 수익률로 이어진다.

―한국에서는 IPO 공모 시 주식 배분에 대한 규제가 있다. 미국은 어떻게 규제하는가. 규제의 장단점은

▲미국에는 공모 주식의 배분에 대한 어떠한 규제도 없고 상장을 돕는 투자은행 주간사들이 전적으로 주식 배분을 결정한다. 따라서 미국의 투자은행 주간사들은 가장 이익이 많은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들을 그들의 VIP 고객(대부분 헤지펀드)에 배분하게 된다. 따라서 주간사들이 공모가를 보수적으로 낮게 책정하려는 동기부여가 생기는 부작용이 존재한다. 하지만 정부의 각종 규제 역시 주간사들이 공모가를 보수적으로 책정하게 되는 한 요인이기 때문에 이 또한 문제가 된다. 한국의 쿠팡이나 중국의 알리바바가 미국에서 상장을 하게 된 큰 요인 중 하나도 미국에 상장하면 공모가를 더 높게 책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무슨 장단점이 있는가

▲작은 규모의 회사들은 해외 주식시장에 상장해도 큰 이익을 얻기가 힘들다. 외국 투자자들도 규모가 작은 해외 기업에 큰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규모를 가진 기업들 중에서, 특히 현재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성장 잠재력이 큰 테크 관련 기업들이 미국에 상장하기를 선호한다. 이런 기업들은 미국 투자자들이 자국의 투자자들보다 성장 잠재력에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지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 월스트리트의 투자자들이 분기별 영업이익 등 단기적인 성과에 집중한다는 비판과는 상반된 관점이다. 하지만 성장 잠재력이 있는 모든 기업들이 실제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의 판단은 항상 냉정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 제이 리터는 현재 미국 플로리다 대학교 경영대학에서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기업공개(IPO) 분야의 세계 최고의 석학으로 저명한 학술지에 여러 영향력 있는 논문을 출판했다. 자본시장 규제 및 자본시장에서의 정부의 바람직한 역할에 대해 많은 조언을 했고 그의 연구는 미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언론에 소개됐다. 시카고대학교에서 경제학 및 재무 전공으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와튼스쿨에서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다.

파이낸셜뉴스

강민모 박사과정은 현재 미국 플로리다대학교 경영대학의 재무 전공 박사과정 중이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정책금융공사(현 산업은행) 및 한국수출입은행에서 근무했다.

한미재무학회(KAFA)는 지난 1991년 미주지역 재무 연구자들의 학술적 발전 및 상호교류 증진을 목적으로 발족한 학술단체다. 30여년간 발전을 거듭해 현재 미주는 물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과 유럽, 호주 지역의 한인 연구자들의 모임으로 발전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2007년부터 한미재무학회의 학문적 성취를 장려하기 위해 KAFA를 후원하고 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