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이슈 국방과 무기

"엄마" 외친 흑인, 경찰 집단폭행 사망…영상 공개에 뉴욕 발칵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국에서 경찰이 흑인 운전자를 집단폭행해 숨지게 한 모습을 담은 영상이 지난 28일(현지시간) 공개된 지 하루 만에 가해 경찰관들이 소속된 부대가 전격 해체됐다. 미국 사회에서는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한 비판이 들끓으며 경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미 테네시주(州) 멤피스 경찰 당국은 이날 성명을 통해 "피해자 유족과 지역사회 지도자들과 논의한 결과 사건에 연루된 경찰관들이 소속된 '스콜피온(Scorpion)' 부대를 영구 해체한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 사는 29세 흑인 운전자 타이어 니컬스가 난폭운전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경찰에 붙잡혀 구타 당하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지난 7일 사건 당시 경찰 보디캠에 찍힌 니컬스와 경찰들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21년 11월 발족한 스콜피온 부대는 40여명 규모의 경찰 내 특수 조직이다. 이들은 주로 범죄율이 높은 지역에서 살인, 차량 탈취, 폭행, 마약 등 강력 범죄를 검거하는 데 주력해 왔다. 폭행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난 7일 이후로는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앞서 지난 7일 교통 단속 중이던 스콜피온 소속 흑인 경찰관 5명이 난폭 운전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흑인 운전자 타이어 니컬스(29)를 집단 구타한 영상이 27일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었다. 니컬스 유족의 요청으로 공개된 경찰 보디캠 영상에는 경찰들이 비무장 상태인 니컬스를 무차별 폭행하는 모습이 담겼다. 니컬스가 "저는 그냥 집에 가는 길"이라고 항변하고 "엄마!"라고 외치며 울부짖었지만, 경찰은 후추 스프레이를 얼굴에 뿌리고 머리를 수차례 발로 걷어차는 등 집단 구타했다.

희귀병인 크론병을 앓던 니컬스는 체포 직후 호흡 곤란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사흘 후인 지난 10일 심부전과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니컬스 유족은 "심각한 폭행으로 인한 과다 출혈이 잠정 사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지난 7일 멤피스 경찰 내 특수 조직 스콜피온 소속 경찰관들이 흑인 남성 타이어 니컬스에 무차별 폭격을 가하고 있는 모습이 근처 CCTV에 담겼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를린 데이비스 멤피스 경찰서장은 "경찰들의 행동은 악랄하고 난폭했으며 비인도적이었다"며 체포 당시 니컬스가 난폭 운전을 했다는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5명의 가해 경찰관들은 모두 해직되고, 2급 살인과 납치 등 혐의로 지난 26일 기소됐다. 유죄가 인정되면 최대 60년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영상 공개 직후 니컬스 거주 지역인 멤피스를 포함해 뉴욕과 워싱턴DC, 로스앤젤레스 등 주요 대도시에서 경찰의 과잉 진압을 규탄하는 대규모 항의 시위가 이어졌다. 멤피스 시위대는 28일 "정의 없이는 평화도 없다" 등 구호를 외치며 일부 고속도로를 점거했다. 시위 도중 이들은 스콜피온 부대의 해체 소식을 전해 듣고 환호하기도 했다. 전날엔 뉴욕 타임스스퀘어로 수백 명의 시위대가 몰려나와 거리 행진을 벌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니컬스의 죽음을 불러온 구타가 담긴 끔찍한 영상을 보고 격분했으며 깊은 고통을 느꼈다"고 했다. 이어 "이 영상에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은 정당하며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신속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경찰이 흑인을 집단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이 재발하자 미국 사회에선 경찰 개혁을 요구하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매년 1000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경찰에게 살해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연간 사형 집행 건수보다 많은 수준이다. WP는 "경찰 공권력은 주로 흑인이나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집행되기 때문에 이들이 다른 인종·집단보다 경찰에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2020년 경찰의 폭력 제압으로 숨진 흑인 청년 조지 플로이드의 이름을 딴 경찰 개혁안의 처리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목 조르기 금지, 면책 특권 개정 등 경찰의 단속과 체포 관행을 개혁하는 내용이 담겨있지만, 상원 표류 끝에 좌절된 법안이다.

2007~2011년 올란도 경찰서장을 지낸 발 데밍스 전 민주당 플로리다 하원의원은 28일 WP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경찰 개혁 관련 입법이 더딘 실정을 거론하며 경찰 내부의 자체 개혁을 주문했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모두 망한다"며 "경찰 수뇌부는 무기 사용 정책, 고용 및 훈련 등 전반적인 개혁을 스스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이번 사건에 연루된 스콜피온과 같은 특수부대 경찰과 관련해선 정기 순환 근무 등으로 투명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가해 경찰관 5명 모두가 흑인이라는 점에 주목해 유색인 출신 경찰 채용 등 인종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문제 해결을 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디 아머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우리 사회는 유색인 출신 경찰을 확대 채용하는 것이 치안유지 문제를 해결하리란 '환상'을 갖고 있다"며 "흑인과 백인의 문제가 아니라 흑인과 경찰의 문제로 보고 (경찰 조직 내) 다양성을 넘어서는 경찰 개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테네시주 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고용, 훈련 등을 비롯해 경찰관의 정신건강 등을 관리하는 경찰 개혁 법안을 조만간 제출하겠다고 28일 밝혔다. CNN에 따르면 해당 법안은 이르면 4~5월 중으로 주 의회를 통과할 예정이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