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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단독] 금융지주 CEO '셀프·황제 연임' 제동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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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 장치 없는 금융지주 지배구조
지배구조에 칼뽑은 정부·정치권
野 정무위원들 비공개 모임 통해
사외이사 견제역할 강화 등 논의
금감원은 법개정 '군불때기'나서
임추위 사외이사 비율확대 추진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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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과 당국이 '견제 없는 무풍지대'가 된 금융지주 이사회에 칼을 빼든다. 더불어민주당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들은 한 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 논란'이 불거진 이달 중순 비공개 모임을 갖고 임원추천위원회, 사외이사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금융당국은 임추위의 3분의 2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토록 하는 방안을 포함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마련 중이다.

다만 관치로의 회귀는 안된다는 우려도 있어 입법 찬반론이 팽팽한 가운데 법 개정으로 이어질 경우 금융지주 이사회에 상당한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29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 정무위원들은 이달 중순 비공개 공부 모임에서 임추위, 사외이사제도 관련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모임에 참석한 한 의원은 통화에서 "금융지주 수장 인사 과정에서 바람직한 기준이 무엇일지 논쟁했다"며 "관치 심화로 (금융당국 수장을 지낸) 모피아, 낙하산 인사가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이야기와 함께 셀프 연임이 과도한 만큼 견제장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오갔다"고 밝혔다. 또 다른 참석자는 "대표이사 선임은 관행이나 문화의 영역이라 입법 규제는 과도하다는 입법 반대론, 관행으로 안되는 만큼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찬성론이 모두 있었다"고 했다. 야당 위원들은 해외 입법례까지 살피면서 다양한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기서 논의의 핵심은 금융지주 대표이사에 대한 견제와 균형의 복원이다. 최고경영자(CEO)가 책임지고 무조건 물러나게 하거나, 기계적으로 3연임을 금지하는 게 아니라 사외이사제도의 본 취지를 살려서 지주회사 내에서 견제와 균형이 가능토록 하자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여론에 불을 붙이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8일 시중은행장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최근 내부통제 실패의 원인이 되는 거버넌스 문제에 대해 외국 제도와 국내 실태 등을 토대로 검토하고 있다. 특히 제일 관심이 되는 CEO 선임 절차와 관련해 공정성·투명성 확보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며 법 개정을 시사했다.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와 이를 바탕으로 임추위에 사외이사 비율을 늘리는 법 개정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특히 힘을 얻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사외이사 자체가 대표이사 측근으로 선임되는 경우들이 많기 때문에 관련 사안을 법으로 정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민간분야와 달리 금융지주에 지배구조법을 둔 것도 금융사의 공적 책무를 보장하기 위한 것임을 고려할 때 입법 규제가 과도하지 않다는 논리다.

금융당국은 △대표이사가 감사위원·사외이사 선출 결의 금지 △임추위 3분의 2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 △사외이사, 감사위원 보수 독립성 의무화 △최대주주 및 전직 임직원의 사외이사 금지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4분기 내 종합 대책을 낼 예정이다.

야당과 당국 중심으로 법 개정 준비작업을 본격화하고 있지만 여당에서는 논의가 숙성되지 않은 점도 향후 법 개정에서 주목할 부분이다. 다만 원내 1당 민주당에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데다 당국도 법안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어 상반기 내 법이 통과될 경우 파장이 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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