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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은행앱서 호텔 예약···금산분리 개선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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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7차 금융규제혁신회의 주목

네거티브 규제 체제로 전환 추진

무분별한 진출 따른 건전성 문제는

위험 총량 한도관리 등으로 해결

우선검토 업종은 IT·플랫폼 인수

전자상거래 분야도 시너지 기대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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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의 대표 애플리케이션 마켓플레이스에는 부동산, 주택 리모델링, 교육, 여행 및 레저, 자동차, 헬스케어 등 이용자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다양한 서비스가 담겨 있다. 은행 앱을 통해서 부동산 매물을 추천받고 이와 연계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으며 어린이 학습 프로그램도 구매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싱가포르에서 마켓플레이스 앱 하나만 가지면 생활에 불편이 없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국내 은행에 DBS 성공 사례는 남의 일일 뿐이다. 금산분리 규제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한국에서도 금융사가 해당 업무를 신고하면 금융 당국의 심사를 거쳐 영위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절차가 무척 까다롭고 업종이나 투자 범위도 매우 보수적으로 해석하기에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지레 포기를 하고 만다.

금융 당국이 조만간 금산분리 제도 개선과 관련한 구체적 방안을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금융 업계에서는 이번에야말로 고객의 편익을 증대시키고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금산분리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 지주를 비롯한 은행·카드·캐피털 등 주요 금융회사들이 다음 달 중 열릴 금융위원회의 제7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열린 제4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보고된 금산분리 제도 개선과 관련한 구체적 방안을 이번 회의에 상정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4차 회의에서 금융위는 “금융회사가 할 수 있는 비금융 업무의 범위를 법령에 어떻게 규정할지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금산분리 개선 방법으로 △포지티브 리스트 확대 △네거티브 규제 체제로의 전환 및 위험 총량 규제 △자회사 출자 네거티브화 및 부수 업무 포지티브 리스트 확대 등을 제안했다. 포지티브 방식이란 금융회사가 할 수 있는 비금융 업무를 나열하는 방식이며 네거티브 방식은 영위해서는 안 되는 업무를 나열한 뒤 이 외에는 원칙적으로 모두 허가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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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현재 금융권에서는 포지티브 리스트를 확대하는 것보다는 네거티브 규제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새로운 업종 출현이 일상화된 시대에 포지티브 규제 개선은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며 “개별 건마다 유권해석이 필요할 텐데 혁신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장애물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회사가 무분별하게 다른 산업에 진출할 경우 건전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위험 총량 한도 관리 등을 통하면 리스크 통제가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위험 총량 한도는 금융사의 자기자본 대비 전체 비금융 자회사에 대한 출자 한도를 제한하는 방법이다. 예컨대 위험 총량 한도를 1%로 규정한다면 자본금 50조 원의 금융 지주는 비금융 자회사에 5000억 원까지 출자할 수 있는 셈이다.

금융 업계에서는 해외 사례를 비춰봤을 때 국내 금융회사가 가장 우선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사업으로 정보통신(IT) 및 플랫폼 서비스를 꼽고 있다. 현재 금융회사는 금융업과 관련된 전산업을 부수 업무로 영위하거나 자회사로 지배하는 형태만 허용된다. 하지만 앞으로는 금융사의 IT 시스템을 일반 기업에 제공하는 것을 허용하고 또 금융사도 플랫폼 기업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미 일본 스미토모미쓰이금융그룹(SMFG)은 스미토모미쓰이은행(SMBC) 밸류크리에이션이라는 자회사를 세워 SMBC가 보유한 로보틱 처리 자동화(RPA·컴퓨터를 이용한 반복적인 업무를 로봇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동화하는 기술)를 활용한 생산성 향상 방법 등을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자상거래 분야도 금융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산업으로 꼽힌다. 예컨대 e커머스 플랫폼에서 고객이 상품을 검색하고 비슷한 상품들을 비교하며 상품을 구매하는 등의 단계마다 할인 쿠폰을 제공하고 구매 물품에 맞춘 카드를 소개하며 카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방식으로 금융과 e커머스가 결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여행 상품과 항공권, 식당 예약 플랫폼과 협력해 이와 연계된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고객 부동산에 대한 임대 관리 서비스를 금융사가 제공하는 방식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사업 모델로 꼽힌다.

해외 금융사들은 이런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이미 선보이고 있다. 앞선 DBS의 마켓플레이스가 대표적이며 인도 최대 상업은행인 인디아스테이트은행(SBI)은 YONO(요노)라는 자사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e커머스 업체인 아마존 등100여 개 협업사에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교통, 여행, 온라인 쇼핑 등 비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스페인 은행인 BBVA는 자체 부동산 플랫폼을 통해 부동산 정보 서비스와 이와 연계한 모기지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일본 히로시마은행은 고객을 대상으로 이사, 가사 대행, 집 수리 등 각종 생활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카드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규제 때문에 은행은 고객 예금으로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아 챙기는 ‘이자 놀이’만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며 “예대금리 차익에만 기대서는 금융회사가 성장하고 발전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호 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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