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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테슬라, 단숨에 1600만원 깎았다…전기차 치킨게임 시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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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17일 서울시내 한 빌딩 테슬라 충전구역에서 차량들이 충전을 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 선두주차인 테슬라가 미국에서 신차가격을 최대 20% 인하하는 등 주요 판매국가에서 가격을 인하했다. 테슬라를 선두로 글로벌 완성차 기업도 가격 인하 경쟁에 뛰어드는 '전기차 치킨게임'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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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테슬라 디스카운트’가 휘몰아치고 있다. 경쟁 업체가 가격 인하 경쟁에 뛰어들면 치킨게임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의 가격 인하가 시장에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에서 판매하는 전기차 가격을 6.4~19.7% 낮춘다고 발표했다. 할인폭이 가장 큰 모델Y(롱레인지 4륜)의 경우 6만5990달러에서 5만2990달러(약 6500만원)로 인하했다. 무려 1만3000달러(약 1600만원)를 한 번에 내린 것이다. 여기에 전기차 보조금 7500달러를 제하면 소비자가격은 4만5490달러(약 5600만원)로 낮아진다. 모델3(퍼포먼스)도 6만2990→5만3990달러(약 6700만원)로 원화 기준 1000만원 넘게 인하됐다. 앞서 테슬라는 중국·한국 등에서도 판매가를 낮춘 바 있다.

이번 테슬라의 가격 인하는 경기 침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이란 평가다. 이후 주문은 급증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5일 “이달 들어 회사 역사상 가장 강력한 주문이 몰려들고 있다. 현재 생산 속도의 두 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시장은 환호했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 27일(현지시간) 177.90달러로 장을 마쳤다. 주간 기준으로 33% 상승해 2013년 5월 이후 최대폭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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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업계가 테슬라 디스카운트에 주목하는 건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어서다. 테슬라는 가격 인하를 통해 북미 시장 점유율 안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점유율 하락은 그동안 테슬라의 고민거리였다. 지난해 테슬라는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65%를 기록했는데, 이는 2위 포드 7.6%와 비교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테슬라의 시장 지배력이 하락세에 접어 들었다는 평가가 많다. 이는 2021년 점유율 72%와 비교하면 확연하다.

양산차 기업은 긴장하고 있다. 고무줄처럼 가격을 올리고 내리는 테슬라의 시가(市價) 전략을 흉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생산과 판매가 분리된 미 시장에서 양산차 기업이 차량 판매가를 실시간으로 변경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동안 판매를 담당하는 딜러는 판매량이 저조할 경우 할인폭을 늘려 소비자 부담을 덜어줬다. 생산자가 가격을 조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테슬라의 가격 인하가 자동차 시장을 요동치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기차 치킨게임의 서막이 될 수도 있다. 시장에선 향후 2~3년간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테슬라가 시작한 온라인 판매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면, 이제는 가격 경쟁이 2라운드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중국 업체가 저가 모델을 앞세워 가격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테슬라가 가격 인하 전략을 장기적으로 가져갈 경우 양산차 업계에 가격 인하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문제는 체력이다. 테슬라의 가격 인하 여력은 충분하다. 테슬라는 지난해 매출 814억 달러(약 100조5300억원), 순이익 126억 달러(약 15조5600억원)로 순이익률이 15.4%였다. 현대차나 일본 도요타 등을 수익성에서 크게 앞서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린 현대차의 순이익률은 5.6%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테슬라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6.8%로 회계 기준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도요타(6.7%)보다 높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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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베르사이유(Porte de Verseille)’ 전시회장에서 2022 파리국제모터쇼(MONDIAL DE L’AUTO PARIS)가 열렸다. 대륙의 테슬라로 불리는 중국 자동차 브랜드 비야디(BYD)가 자사 플래그쉽 모델 ‘한(HAN)’을 선보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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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미래 시장을 놓고 전기차 가격 경쟁은 피할 수 없다”며 “여기에 더해 신차종과 품질 등에서 양산차 기업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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