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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알뜰폰 시장 커지자 '정부 개입' 놓고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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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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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시장의 견조한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알뜰폰 시장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개입 문제를 두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가계 통신비 절감과 시장 경쟁 촉진을 위해 2010년 닻을 올린 국내 알뜰폰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 가입자 1200만명을 돌파했다. 올해 가입자 1300만명 시대를 열면서 점유율 20%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동통신 3사는 시장 점유율 하락 등에 따른 위기감에 시달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다음달 국회에서 일명 '알뜰폰 무제한 지원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이 본격 논의될 예정이어서 긴장감을 키우고 있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SK텔레콤이 자사 통신망을 저렴한 도매 가격으로 중소 알뜰폰 사업자에게 재판매하도록 한 '도매 제공 일몰 규정'을 아예 폐지해 영구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재판매하게끔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 일몰 규정은 2010년 알뜰폰 시장이 태동했을 때 정부가 알뜰폰 시장 활성화를 위해 만든 것으로, SK텔레콤을 도매제공의무사업자로 지정해 정부와 매년 알뜰폰 사업자에게 재판매할 망 서비스 가격을 결정하는 규제다. 알뜰폰 이용자들이 통신 3사 대비 반값으로 알뜰폰 요금제를 쓸 수 있는 비결이 정부가 개입하는 가격 통제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정부가 특정 시장을 돕고자 시장에 개입해 민간 기업과 가격 협상을 벌이는 이례적 규제이다 보니, 정부는 2010년 제도를 도입할 당시 이를 3년 한시의 일몰 규정으로 채택했다. 문제는 이 제도가 2013년, 2017년, 2019년, 2020년 등 매번 연장돼 알뜰폰 가입자 1300만명 시대를 앞둔 2023년까지 이어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매년 정부와 협상해 알뜰폰 사업자에게 공통 적용될 저렴한 서비스 가격을 만들어내야 하는 SK텔레콤 등 통신사들은 이에 따른 '규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민트모바일 등 알뜰폰 사업자들이 다양한 서비스 전략을 통해 자생력을 키우며 성장해왔다"며 "이 과정에서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서비스 가격을 결정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안에 대한 국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 역시 일몰 규정을 아예 폐지해 영구 규제로 가는 방식에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알뜰폰 도매 가격 협상에 나서는 한국 방식이 세계적으로 희소한 규제라는 점을 인정하는 동시에, 정부 개입 없이 통신 3사와 영세 알뜰폰 업체들 간 가격 협상이 기울어진 운동장 구조로 흐를 가능성도 염려했다.

2월 국회 논의 상황에 통신 3사와 알뜰폰 사업자들이 주목하는 이유는 또 있다. 같은 민주당에서 역으로 정부의 시장 가격 개입 수준을 크게 완화하는 법안이 발의돼 함께 논의되기 때문이다. 윤영찬 민주당 의원이 최근 대표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이다. 법안은 재판매 가격에 대해 정부와 협상하는 방식 자체를 없애고 기업 자율로 바꾸도록 하고 있다. 다만 가격 협상력에서 유리한 고지에 있는 통신 3사의 영향력을 고려해 정부가 '시정명령'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당 소속이면서 상반된 내용의 법안으로 충돌하는 김 의원과 윤 의원이 정치 성향에서도 확연히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 의원은 금융노조 간부 출신으로 정부의 시장 개입에 무게를 싣는 성향으로 분류된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에서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활동하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주도한 바 있다. 반면 윤 의원은 대기업 네이버 출신으로 시장 자율 기조를 중시하는 인사로 꼽힌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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