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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국민연금 ‘정말 못 받나’ 불안 커져…“국가책임 명문화해야”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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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추계 결과 2055년에 연금 기금 소진

“현 제도 유지 가정…개혁하면 시점 늦춰져”

전문가들 “심리안정·국가책임 지급 명문화”

저출산·고령화, 경제성장 둔화가 직접 원인

2060년 수급자수 1569만명…가입자 수 역전

“70년치 추정에 과도한 공포감 조성” 지적도

국민연금 기금 소진 예상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2년 앞당겨진 2055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연금 수급 불확실성이 국민 불안을 키우고 있다. 29일 보건복지부의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시산 결과를 보면 국민연금이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2041년부터 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2055년 기금이 소진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제로 연금을 못 받을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다만 현재 제도를 한시바삐 개혁해야 함과 동시에 관련 법 지급 명문화를 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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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담실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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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생들 “우리는?”…국고지원·국가책임 확실히 해야

2055년은 1990년생이 현행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인 만 65세가 되는 해다. 만약 현재의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연금 기금 소진 후에도 국민연금을 현재처럼 지급하기 위해선 보험료율이 2050년에 22.7%, 2060년엔 29.8%, 2080년엔 34.9%에 도달해야한다.

다만 실제로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 먼저 이번 추계 결과는 보험료율과 수급 개시 연령 등 국민보험 관련 제도가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는 가정에서 도출한 결과다. 정부와 국회에서 모두 국민연금 개혁을 추진 중이어서 그 결과에 따라 소진 시점이 더 늦춰질 수 있다.

전병목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 위원장도 지난 27일 브리핑에서 “이번 국민연금 재정추계 시산결과는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가입수급연령 등의 제도 개혁 없이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전망한 것”이라며 “기금 소진 연도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현재 진행 중인 국회 연금개혁 논의와 향후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 수립을 위한 참고자료로 제도개혁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현재 연금특위 등에서도 다뤄지고 있는 보험료율 조정, 수급개시연령 조정 등 다양한 재정 안정화 대안들에 합의가 이뤄지면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점은 자연스럽게 늦춰지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설령 기금이 소진되더라도 세수 투입 등의 방법으로 국민연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번 재정 추계 결과 정부가 월 소득의 34.9%의 보험료율이 필요하다고 추산한 2080년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금지출 비율은 9.4%인데 이는 현재 유럽 국가들이 GDP의 10% 이상을 연금 지출로 사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저조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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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목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시산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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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영국이나 독일, 스페인은 기금이 거의 없지만 그 나라 노인들 중 기금이 없어서 연금을 못 받았다는 노인은 한 명도 없다”며 “2080년에 우리는 65세 이상 인구가 47.1%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정도 인구에게 GDP의 9.4%에 달하는 재정부담때문에 연금을 지급하지 못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독일은 연간 연금 지출의 4분의 1을 국고로 지원하는데 앞으로는 (우리나라도) 조세를 연금지출에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법 등 관련 법에 국민연금 지급 내용을 포함하는 ‘지급 명문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원섭 한국연금학회장(고려대 교수)은 “법적으로 보면 이미 내가 낸 연금 보험료의 수급권은 사유재산이어서 소송을 하면 무조건 이기게 돼있지만 지급 보증이라는 문구를 넣으면 사람들이 심리적인 안정을 얻고 국가도 지급을 잘 해야겠다는 강제성을 조금 더 갖게 된다”며 “이런 측면에서 지급 명문화를 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도 후보자 시절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지급 보장을 전제하지 않고는 연금 개혁을 논할 수 없다”며 지급 명문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현행 국민연금법 제3조의2를 보면 “국가는 연금급여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해 놓고 있지만, ‘국민연금 재원이 부족할 때 국가가 보전해줘야 한다’고 강제하는 의무규정으로 보기 어렵다.

◆연금고갈은 저출산·고령화에 의한 것

연금 기금고갈은 저출산·고령화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인구 구조상 돈을 낼 가입자는 줄어드는데 연금을 받는 노령 인구와 연금수급 기간은 늘어나 기금 소진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 것이다. 여기에 경제성장이 더뎌지고 기금투자 수익률이 크게 오를 요인도 없는 것이 연금 기금 지속 가능성에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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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담실에서 민원인들이 오가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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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계에는 통계청의 ‘2021년 장래인구추계’의 중위가정이 활용됐는데 합계 출산율은 올해 0.73명, 내년 0.70명까지 하락한 뒤 반등해 2046년 1.21명까지 완만하게 회복한다는 시나리오다. 이같은 가정에는 코로나19로 연기된 결혼이 이뤄지고 2차 에코세대(한해 출생아수 70만명대)인 91년생의 30대 진입 등이 고려됐다.

이에 따르면 올해 2199만명인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지속해서 감소해 2050년 1534만명, 2070년 1086만명, 2088년에는 901만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기대수명은 올해 84.3세에서 2070년에는 91.2세까지 늘어 노령연금 수급자수가 올해 527만명에서 2050년 1467만명으로 2.8배 증가한다. 2060년에는 수급자 수가 1569만명으로 늘어 가입자 수보다 많아지게 된다.

가입자 수 대비 노령연금수급자 수를 보여주는 제도부양비는 2078년 143.8%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돈(보험료) 내는 사람보다 돈(연금 급여) 받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셈이다. 노령연금은 말 그대로 은퇴 후 노년기에 받는, 흔히 국민연금이라고 했을 때 지칭하는 연금을 말하는 것으로, 국민연금 중에서도 장애인연금, 유족연금 등을 제외한 개념이다.

◆공포감 조성 도움안돼…연금 목표는 재정 안정화 아냐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도입 당시인 1988년에도 기금 고갈 시점을 2049년으로 봤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금 고갈 시점이 1∼2년 앞당겨지는 것에 대해 그리 큰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 속에서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재정 안정화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곧 기금이 소진돼 연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지나친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은 향후 국민연금 운영 안정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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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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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많은 국가들이 기금 없이 부과방식으로 국민연금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국민연금 재정추계가 70년이라는 장기간에 대한 전망이어서 각종 변수에 따라 상황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고, 정책적으로 재정 안정성을 올릴 방안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예를 들어 부과방식비용률 산식상 분모에 해당하는 부과대상소득총액은 기준월소득 상한액을 인상할 경우 대폭 증가하게 되고, 이 경우 부과방식 비용률은 낮아진다.

또 재정 안정화에 골몰하다가 오히려 노후 소득보장이라는 연금의 핵심 목표를 놓치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988년 연금 도입 당시 70%였던 국민연금 명목 소득대체율(생애 평균 소득 대비연금 수령액 비율)은 현재 43%로 2028년까지 40%로 낮아진다. 수급자 개인의 생애 평균 소득 대비 수급 첫해 연금액 비율은 실질 소득대체율은 20%대로 파악된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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