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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김부겸 "이태원 참사, 저라면 벌써 사퇴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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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기자(onscar@pressian.com)]
"저라면 벌써 집에 갔겠지요."

문재인 정부에서 행전안전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낸 김부겸 전 총리는 28일 '만약 현재 행정안전부 장관이었다면 어떻게 했을 것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김 전 총리는 이날 청년 정치학교 '스튜디오 반전'에서 준비한 김성식 반전 운영위원장(전 국회의원)과 대담에서 전직 행정안전부 장관 입장에서 이태원 참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행안부 장관에게 보고가 그렇게 늦었다는 것은 저로선 납득이 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세월호 참사의 영향으로 안전이 국민적 의제여서 국민안전처를 행정자치부와 묶어 행정안전부를 만들었다. 재난이 발생하면 정부 서울청사와 세종청사에 실시간으로 보고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적어도 10분 안에 상황이 전파되어 조치를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새 정부에서 안전을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쉽게 본 것이 아닌가 싶다. 안전은 절대 공짜가 없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일상적인 대비 체제가 중요하다."

그는 이어 안전을 최종 책임지는 주무부처 장관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정치적 책임을 지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전'은 기존 정당들이 운영하는 정치학교와 달리 전환적 리더십을 고민하는 공론의 장과 네트워크의 역할을 하고자 지난해 출범한 청년 정치학교다.

김 전 총리는 수도권에서 3선 의원을 지낸 뒤 대구로 내려가 몸으로 부딪혀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대구 수성구에서 당선되는 등 지역구도 타파에 앞장섰던 정치인이기도 하다. 김 전 총리와 김성식 전 의원의 이날 대담은 반전에서 교육 받고 있는 청년 정치인들의 고민과 질문에 답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 전 총리는 반전 '멘토단' 중 한명이기도 하다. 

"한국은 정서적 내전 상태…제도 개혁엔 목소리 내겠다"

김 전 총리는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에서 총리를 끝으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물러서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지 않냐는 거듭된 질문에 그는 정권 재창출의 실패에 대한 책임. 산업화-민주화 세대로서 현재의 디지털 시대를 이끌기엔 역부족이란 시대적 한계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그는 다만 선거구제 개혁 등 정치개혁과 관련해 정치 원로로서 목소리를 내는 등 활동은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원혜영 전 민주통합당 대표,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등과 회동을 갖고 "선거제 개혁은 같은 당내에서도 의원들끼리, 지역구마다 이해관계가 갈려 논의가 힘든 측면이 있기 때문에 외곽에 있는 정계 원로들이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입장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설 이후 여야 국회의장 출신 등 정계 원로들은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한 공동 입장문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총리는 갈수록 대표성과 비례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지는 현행 선거제도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청년 정치인들의 등용문을 확대하는 문제 뿐아니라 현재의 정치적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에도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총리에서 물러나면서도 "편 가르는 공동체엔 민주주의가 설 자리가 없다"며 "대화와 타협, 공존과 상생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기존의 정당의 틀을 깨고 근본적으로 정치를 바꾸려는 시도가 성공한 사례가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다. 2017년 마크롱이 대통령이 될 때 소속 의원 한명도 없이 기존의 보수당과 노동당의 정책과 다른 중도주의를 내세워 당선됐다. 그러나 한국에서 마크롱과 같은 선거 혁명은 현행 소선거구제에서는 어렵다."

"신년에 언론에 보도된 여론조사를 보니까 절반 가량의 국민들이 정치적 판단이 다르면 밥도 같이 안 먹겠다, 결혼도 할 수 없다고 답했다. 사실상 정서적 내전 상태다. 사회 심리학을 하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음 단계가 '저 자식들 싹 다 쓸어 없앴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런 정서에 기반해 등장한 게 나치와 파시스트다. 우리가 그만큼 위험한 상태다."

"보수는 덜 뻔뻔해지고, 진보는 책임감을 더 가졌으면"

더불어 살아가는 '공화주의'를 주창하는 김 전 총리에게 현재 정치권의 보수와 진보 진영의 문제점을 질문하자 다음과 같이 답했다.

"보수는 좀 덜 뻔뻔해졌으면 한다. 현재 복지를 통해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지 않고 어떻게 서민들이 견딜 수 있나. 공동체가 무너지는데 자기만 글로벌 펀드매니저가 되면 상관이 없는 것은 아니지 않나. 진보는 자신들의 주장에 대해 좀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동체에서 가장 힘든 사람들을 위해 진보가 양보할 선은 어디까지인지 얘기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우리 사회에서 중도가 좌절당한 것은 역사이기도 하다. 해방정국에서 김구, 송진우, 여운형 등 중도의 기치를 들었던 지도자들이 모두 암살을 당했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어느 한쪽이 완성을 해서 끌고 갈 수 있는 사회가 아니다. 통합이 우아한 주장이 아니라 조금씩 양보를 하지 않고서는 이 공동체가 갈 길이 없다."

김 전 총리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촛불시민혁명으로 탄생한 정권인데 민주당만의 정부가 아니라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고 우리 사회의 합의 수준을 높여가는 집권을 했어야 하는데 우리가 교만했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또 부동산 정책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 건널 수 없는 자산 양극화를 가져왔다"고 반성했다.

마지막으로 김 전 총리는 대담에 참석한 청년 정치인들에게 노동, 기후위기, 고령화, 지방 공동화 등 시대적 과제에 대한 고민을 당부했다. 또 기존 한국 정치인들이 부족했던 국제 정세에 대한 공부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프레시안

▲김부겸 전 총리 ⓒ프레시안(전홍기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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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기자(onscar@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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