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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갑종장교를 아시나요?' 올해 창설 73주년… 건군 초기 국가안보 지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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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베트남전 활약… 1969년 230기가 마지막

2006년 권영기 대장 끝으로 현역서도 모두 은퇴

뉴스1

지난 27일 오전 서울 대치동 평생학습관에서 갑종장교전우회가 주관한 첫 갑종장교 창설기념행사 및 안보결의대회가 열렸다. (갑종장교전우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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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건군 초기 우리나라 안보의 지탱한 육군 갑종장교가 창설된 지 올해로 73년이 됐다. 갑종장교 전우들은 이제 평균 연령 85세의 노병이 됐으나, 한국전쟁(6·25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더욱 활발히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육군갑종장교전우회는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대치평생학습관에서 첫 창설 기념식을 개최했다. 1950년 갑종장교 제1기 배출 이래 처음 열린 기념식이다.

박훤재 전우회장(예비역 육군소장)은 "그동안 창설 기념일 없이 지내다 작년 정기총회에서 창설기념행사와 안보결의대회 날짜를 정했다"며 "1월27일은 갑종장교 1기가 육군보병학교에 입교한 날짜로서 앞으로도 매년 이날을 기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갑종장교는 초급장교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처음 탄생했다. 1949년 9월 육군보병학교 창설에 이어 1950년 개설된 6개월간의 초급장교 양성 과정이 바로 바로 '갑종간부후보생' 과정이다.

통상 지원자 중 고등학교 졸업 이상 학력은 갑종(甲種)으로 분류해 장교로, 그리고 중학교 졸업 이하는 을종(乙種)으로 분류해 하사관(현 부사관)으로 임관시켰다. 이는 과거 일제가 운영하던 제도와 유사한 형태로서 광복 전에도 조선인 수십명이 일본군의 갑·을종 간부후보생이 돼 참전한 적이 있다.

1950년 1월엔 갑종장교 1기생 387명이, 4월 2기생 150명이 각각 육군보병학교에 입교했으나 뒤이어 6·25전쟁이 발발하면서 보병학교는 휴교했고 교육을 받던 후보생들은 모두 전투에 투입됐다. 이들은 문산·김포·과천지구 등을 돌면서 거의 절반이 전사했다.

보병학교는 이후 영남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후보생 1~2기를 다시 받아들였다. 1기는 7월15일, 2기는 9월10일에 임관해 장교 계급장을 달고 전쟁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갑종장교들은 전장에서 "나를 따르라"고 외치며 선봉에 서다 전사하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하루살이 소위'라고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육군보병학교는 1950년 9월 육군사관학교와 통합해 육군종합학교로 명칭을 바꿨다. 갑종장교 3기와 육사 11기가 함께 입교해 6주간 교육 뒤 이른바 '육종' 1기로 임관했다.

육군보병학교는 1951년 다시 종합학교에서 분리돼 4월29일 갑종 3기를 받아들였다. 이후 1969년 8월30일 마지막 기수인 갑종 230기까지 임관한 갑종장교 수는 4만5424명에 이른다. 갑종장교들은 기수마다 차이가 있으나 평균 2주 단위로 입교해 24주간 교육을 받았다.

갑종장교 제도는 이후 육군제2·3사관학교 설치와 함께 없어졌다. 2006년 11월17일 은퇴한 222기 권영기 장군(당시 육군 제2야전군사령관)을 끝으로 갑종장교 출신은 현역에서도 완전히 은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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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오전 서울 대치동 평생학습관에서 갑종장교전우회의 창설 기념행사 및 안보결의대회가 열렸다. (갑종장교전우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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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시기 임관한 갑종장교 1~49기는 총 1만550명이다. 이들 중 801명은 중·소대장으로 전장을 누비다 산화했으나, 54명은 장성(대장 2명·중장 3명·소장 19명·준장 30명)까지 진급했다.

갑종장교 출신 중 장성으로 진급한 사람은 총 200여명에 이른다. 대장까지 진급한 사람은 5명이다.

갑종장교들은 베트남전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맡았다. 당시 참전한 육군 장교 2만2000여명 중 66%에 해당하는 1만4712명이 갑종장교 출신이었다. 베트남전에서 전사한 갑종장교는 174명이다.

현재까지 '국가유공자'로 인정된 갑종장교 출신 인사는 모두 9980명이며, 이 가운데 무공훈장 수훈자는 태극무공훈장 3명, 을지무공훈장 46명, 충무무공훈장 430명 등 5314명에 이른다.

갑종장교는 6·25전쟁이나 베트남전 참전 용사들이 많았기에 군 내에서도 육사 다음 가는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1979년 '12·12군사반란' 이후 육군 내 불법 사조직이었던 '하나회'를 중심으로 군 지휘부가 재편되면서 갑종장교의 영향력 또한 줄어들었다고 한다.

전우회 박 회장은 "갑종장교는 대침투작전에도 대거 참가하는 등 풍전등화의 위기에서 나라를 지켜낸 영웅들"이라며 "군을 떠난 전우들도 각자의 위치에서 조국에 대한 충성심으로 산업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그러나 후배가 단절됐기 때문에 우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며 "독립운동가 후손 단체처럼 갑종장교 후손이 단체를 이어나가는 방법을 찾고 있다. 전쟁기념관에도 갑종장교들의 활약을 자세히 소개할 수 있도록 부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갑종장교 전우회원들은 올 4월엔 베트남전 당시 '안케페스의 영웅' 임동춘 대위를 기리는 '동춘상' 시상식, 6월 호국보훈의 달엔 국립묘지 참배 및 전적지 답사, 그리고 10월 989위의 호국영령 추모제 등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전우회는 1만5000여회원 가운데 막내 기수마저 76세로 고령이지만, 올해는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예년보다 더 많은 안보 관련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박 회장은 "핵·미사일 위협을 지속하는 북한이 무인기 침투 도발을 하고 간첩활동도 일어나고 있다는 게 드러나는 등 안보상황이 위중하다"며 "우린 비록 노병이 됐지만 국가안보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고 한미동맹을 더 굳건히 하기 위해 목숨을 다하는 날까지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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