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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황수경, 진입장벽 깬 예린이…"예능은 新세계" [인터뷰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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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지형준 기자] 황수경 아나운서. 2023.01.25 /jpnews@osen.co.kr


[OSEN=장우영 기자] 가요계 시그니처 사운드로 ‘브레이브 사운드’, ‘JYP’가 있다면, 방송계에는 ‘황수경입니다’가 있다. 17년 동안 ‘열린음악회’를 진행하며 역대 단일 프로그램 최장수 여자 아나운서로 이름을 올린 황수경은 22년 동안 몸담았던 KBS를 나와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예능이라는 신세계를 만난 ‘경력직 신인’이자 ‘예린이(예능+어린이)’가 된 황수경은 대중이 그동안 그에게 갖고 있던 ‘아나운서의 정석’이라는 이미지를 깨는 신선한 반전과 ‘걱정인형’ 캐릭터로 기분 좋은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교양형 아나운서에서 예능형 아나운서로, 경험치를 쌓고 노하우를 다운로드 중인 그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1993년 KBS 19기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한 황수경은 ‘여유만만’, ‘VJ특공대’, ‘스펀지’, ‘열린음악회’, ‘영화가 좋다’, ‘바른 말 고운 말’, ‘뉴스광장’, ‘뉴스9’ 등 KBS의 대표 프로그램을 모두 거치며 ‘간판 아나운서’로 활약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모두 알 정도의 아나운서가 된 황수경은 그대로 있었다면 안정된 길을 걸었겠지만, 과감하게 퇴사를 결정하며 프리랜서로 시장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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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을 선택했지만, 시장은 만만하지 않았다. ‘황수경’이라는 이름값은 시사·교양 쪽에서는 ‘안정적인 진행자’로서 신뢰를 줬지만, 예능 쪽에서 바라는 ‘웃음’과는 거리가 있었다. 22년 동안 근무하면서 쌓인 이미지는 아나운서일 때는 경쟁력이 있었지만, 프리랜서로 전향한 뒤에는 이른바 ‘진입장벽’이었다.

황수경은 늘 일을 하고, 해야 했기에 프리랜서 전향 후 마주한 상황은 혼란 그 자체였다. 황수경은 “KBS 입사하고 일에 치여서 살다가 1년 동안 미국 연수를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도 ‘내가 이렇게 놀고 있어도 되나’ 해서 불안했다. 남편이 내게 ‘일 중독’이라고 할 정도였다. 연수를 마치고 내가 돌아갔을 때 내 자리가 있을까부터 해서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건가에 대한 걱정이 컸기 때문이었다”며 “프리랜서로 전향한 뒤 일이 많이 없던 시절에 엄청 스트레스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요가원에 갔던 것 같다. 당시에 나는 ‘하고 싶은 일은 뭐야’, ‘경쟁력은 뭐야’ 등의 질문을 계속 던졌다. ‘왜 나는 안 풀릴까’, ‘아나운서였을 때는 경쟁력이 있었는데 나와서는 왜 이렇게 지지부진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힘들 때는 요가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원형탈모까지 생겼을 만큼 황수경의 스트레스는 컸다. 그는 “머리숱이 많아서 머리를 드라이하거나 할 때는 솎아내는 스타일인데, 풍성한 머리에 원형 탈모가 크게 생기니까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 내가 아무리 ‘아니다’, ‘나 잘하고 있다’라고 생각을 해도 마음과 몸이 연결이 되어 있는 만큼 몸이 거짓말을 못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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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와 걱정을 해결해 준 건 ‘시간’이었다. 단번에 스트레스를 타파할 뚜렷한 계기나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경험과 연륜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해결이 됐고, 스트레스에서 벗어난 황수경에겐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라디오스타’였다. 2015년 프리랜서 전향 후 6년 만에 찾아온 기회에서 황수경은 대중이 가지고 있던 기존 이미지를 깨는 활약으로 웃음을 선사하며 예능계에 새로운 캐릭터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라디오스타’ 이후 ‘복면가왕’, ‘구해줘! 홈즈’, ‘아! 나 프리해’, ‘아는 형님’, ‘히든싱어7’, ‘옥탑방의 문제아들’, ‘불후의 명곡’, ‘신발 벗고 돌싱포맨’ 등에 출연했고, 방송 활동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줄 소속사도 만났다.

그리고 최근에는 자신에게 예능의 길을 열어준 ‘은인’과도 같은 ‘라디오스타’에 재출연했다. 광희, 주우재, 뱀뱀 등 예능 대세들과 함께 출연한 황수경은 귀에 꽂히는 황수경 특유의 목소리와 리액션으로 보는 재미를 더했다. 바닥에 누워 몸을 뒤집는 요가 동작부터 광희와 허벅지 씨름을 하는 몸 개그, 혀를 내두를 정도로 모든 일에 ‘걱정’부터 앞서는 ‘걱정인형’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비춰졌다.

“2년 전 ‘라디오스타’에 출연하면서 예능을 하게 됐는데, 너무 새로운 세계를 만난 느낌이었다. 공연, 행사 등의 MC를 맡을 때면 어떤 고민이나 걱정은 없었다. 하지만 예능을 하면서는 내가 처음 겪어보는 새로운 세계여서 신기하고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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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로 22년을 활약했고, 프리랜서로 전향하고도 8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면서 30년이 넘는 방송 경력을 가진 황수경이지만 그에게 예능은 신기하면서도 아직도 배울 게 너무 많은 ‘신세계’였다. 그래서 더 공부하고, MC나 출연자들과 케미스트리를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하는 중이다.

“방송이 재미있게 보이려면 함께 출연한 분들과 케미스트리가 좋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MC를 볼 때도, 게스트로 출연할 때도 같은 생각이다. 이번 ‘라디오 스타’ 출연 때도 광희 씨는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주우재 씨, 뱀뱀 씨는 처음 보는 분들이라서 유튜브도 보고 검색도 많이 하고 공부를 했다. 녹화 전에 조금이라도 더 친해지고 싶어서 유튜브 이야기를 하곤 하지만 결론은 아직까지 갈 길이 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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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에 모습을 비추면서 기존에 황수경을 가둬두고 있었던 ‘아나운서’, ‘단아함’ 등의 진입장벽은 무너졌다. ‘교양형 아나운서’ 황수경에서 ‘예능형 아나운서’를 넘어 이제는 ‘예능인’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노력에 ‘걱정 인형’이라는 캐릭터까지 잡히면서 운까지 따랐다.

“교양 프로그램이나 MC, 국가 행사, 강의 등은 그래도 노하우가 축적돼 있으니까 편안하게 안정감 있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예능은 그게 아니기에 어렵다. 정말 신생아처럼, 이제 첫발 내디딘 아이처럼 배워가면서 하고 있다.”

“예능에 출연하는 게 재미있고 신기하다. 그런데 예능이라는 게 보시는 분들도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재미있고 신기하다는 본인 만족으로 나갈 순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불러주시면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가서 한다. 지금까지의 모든 방송을 다 그렇게 해왔고, ‘무슨 질문을 하실까’, ‘어떤 걸 시키실까’ 등 고민하다가도 일단 나가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자라는 마음이다. 물론 내적 갈등이 있긴 하다. ‘이것까지 해야 하나’, ‘이걸 어쩌면 좋나’ 하지만 막상 현장에 가면 최선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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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이 황수경을 더 공부하게 만들고, 그 공부를 바탕으로 MC 및 출연자와 케미스트리가 쌓이면서 방송이 더 풍성해진다. 황수경이 출연하는 예능이 편안한 이유이기도 하다. ‘방송 경력 30년 아나운서 출신’이 아닌 ‘예린이’, ‘예능 병아리’로 접근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나운서였을 당시에는 ‘누군가의 롤모델’이었을 황수경은 마음의 문과 배움의 장을 열어두고 예능이라는 신세계에서 천천히 발을 내딛고 있다.

“교양 프로그램, 시사 프로그램, 행사 등은 누구보다 잘할 자신이 있다. 하지만 예능에서는 ‘예린이’, ‘병아리’ 일뿐이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같이 막 뛰고 구르면서 배우고 싶다. 축적된 노하우와 경험치는 한순간에 따라잡기 어렵다. 내가 ‘복면가왕’ MC를 맡는다고 해도 내 나름대로는 열심히 하겠지만 김성주처럼 재미있게 할 수는 없다. 내가 아나운서로는 먼저 시작했지만, 예능에 나보다 먼저 뛰어들고 노하우와 경험치를 쌓은 후배들을 보면서 동경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감탄하게 되는 이유다.”

다운로드가 완료됐을 때 황수경은 어떤 모습일까. 시사·교양 분야에서는 모든 능력과 자질을 갖췄고, 이제 예능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패치를 진행 중인 황수경. 이미 한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만큼 그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예능’ 경험을 쌓고 있고, 노하우를 다운로드 중이다. 예능 신세계에 새롭게 나타나 반전과 신선함으로 시선을 모으고 있는 황수경인 만큼 다운로드가 완료됐을 때의 모습이 기대된다. /elnino8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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