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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슈 취업과 일자리

“선생님, 치과부터 같이 가시죠"···132개 고용센터, 더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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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전국 고용센터 취업·채용 서비스 강화

취약 계층 위로기관 역할···업무 과부하·인력난

센터 "취업 용기 얻도록 충분한 상담시간 필요"

온오프라인 연계 지원 구축···실업급여도 손질

이정식 "고용서비스, 구직자·기업 모두 도와야"

서울경제


# 1 2021년 8월 고용노동부 천안고용센터를 방문했던 50대 A씨는 자포자기 심정이었다고 한다. 2020년 8월 아파트 전기관리원을 하다가 직장을 그만둔 그는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끝에 치아 대부분을 잃었다. 치아가 없다 보니 면접에서 계속 떨어졌다고 한다. 생계도 어려워 무료급식소를 전전하는 생활이 1년 넘게 이어졌다. 늘어나는 빚도 생활고를 가중했다. 그러다가 센터에서 운영하는 국민취업지원제가 그의 삶을 180도 바꿔놨다. 이 사업은 단순히 취업 알선과 수당 지급 사업이 아니다. 센터에서 근무하는 석용주 상담사가 그에게 가장 먼저 한 일은 사례관리협의체 대상자가 되도록 도운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와 복지사업을 결정하는 이 협의체는 A씨의 치과 치료를 지원하고 신용회복위원회에서 도움을 받도록 했다. A씨는 9월부터 다시 전기관리원으로 일하고 있다. 석 상담사는 2021년 국민취업지원제 우수 사례 시상에서 대상을 받았다. 천안센터 한 직원은 “‘나도 다시 직장에서 일을 해야겠다’는 용기를 얻도록 오신 분들의 어려움을 들어주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2 자신을 '40세 구직자'라고 밝힌 B씨가 작년 12월 고용부 '칭찬합시다'에 글을 올렸다. B씨는 버스운전기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B씨처럼 경력이 없는 구직자를 버스기사로 채용하는 곳은 없었다. 그는 기간제 신분으로도 더 이상 일하고 싶지 않았다. B씨는 작년 고용부와 오산시가 공동 운영하는 오산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았다. B씨를 만난 남수연 상담사는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다. B씨가 원하는 오산에서 큰 규모의 C교통에 직접 전화도 걸었다. B씨의 상황을 설명하고 B씨에게는 ‘꼭 취직할 수 있다’고 격려했다. 한 달 반이 흘렀다. B씨는 원하던 C교통에서 버스 운전대를 잡았다. ‘서류 전형, 임원 면접, 운전 테스트까지 통과했다’고 B씨는 글에 담았다. 당연한 취업 단계도 그에겐 ‘자랑’이었다. B씨는 "이번 달 첫 월급을 받았다"며 "저처럼 지인이 없고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일자리를 찾아주는 고용센터가 소중하다"고 했다.

앞으로 고용부 산하 고용센터가 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간다. 고용센터는 설립 취지 보다 취업과 채용 서비스 역할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재편된다. A씨와 B씨처럼 국민이 위로 받고 좀 더 쉽게 원하는 일자리를 찾도록 돕는 게 목표다.

고용부는 27일 열린 고용정책심의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고용서비스 고도화 방안이 논의됐다고 29일 밝혔다.

핵심 대책은 급여 중심 지원 체계를 센터를 통한 적극적 일자리 지원 체계로 바꾸는 것이다. 고용센터는 전국에서 132곳 운영된다. 하지만 작년 고용과 복지 연계 실적은 1만845건으로 2020년 3만5523건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센터는 단순한 일자리 행정 처리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취업을 포기한 방문인들에 대해 상담 업무가 많다고 한다. 상담사는 취업 실적을 높이기 보다 방문인을 위로하는 게 더 가치 있는 일로 여기고 있다. 문제는 정부 기관이 취업 지원 역할을 못하면 민간 기관에서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민간 고용서비스기관도 10곳 중 8곳은 5인 미만 사업장일만큼 영세해 취업 지원이 버겁다.

고용부는 고용센터에서 이뤄지는 업무에 숨통을 틔워주기로 했다. 우선 취약계층과 중장년을 돕는 실업부조형 사업인 국민취업지원제도를 강화한다. 국민취업지원제는 센터 내 상담사의 전담 지원이 특징이다. 이 제도는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종전 보다 다양한 취업지원, 직업훈련, 일경험을 제공할 방침이다. 또 센터 직원이 서비스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취업 정보 체계를 구축한다. '구직자 도약보장 패키지' 사업은 올해 하반기 48곳으로 확대 적용되고 인공지능 기반 경력진단 시스템인 '잡 케어' 서비스도 강화된다. 고용부는 센터 직원의 사기 진작을 위해 승진구조도 재편한다.

고용부는 실업급여 의존도도 낮추기로 했다. 실업급여는 사회안전망으로서 중요 역할을 하고 있지만, 과도한 의존도가 취업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업급여 수급자는 작년 163만명으로 2017년 120만명 보다 43만명이 늘었다. 고용부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실업급여 반복수급자의 급여 수준 감액 등 다양한 법안이 조속히 실행되도록 돕기로 했다. 또 실업급여를 편법적으로 활용하는 수급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다. 올해 상반기까지 실업급여가 안고 있는 문제인 도덕적 해이를 근절하는 등 추가적인 개선안을 마련한다.

고용부는 3년 내 실업급여 수급자의 재취업률을 26.9%에서 30%까지 높일 계획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고용서비스는 구직자와 기업 모두를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센터가 취업과 채용지원 서비스라는 고유 기능을 회복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세종=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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