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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오세훈 '아픈 손가락' 구룡마을 재개발...12년 만에 빛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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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보상 및 이주 문제 놓고 토지주, 주민 '동상이몽'...2025년 사업 완료 사실상 불가능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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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을 방문해 김흥곤 강남소방서장의 상황 최종 브리핑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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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진행하는 재개발 사업이 빨리 되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1일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을 찾아 한 말이다. 오 시장은 전날 화재 대응 긴급 현장 지휘와 이재민 주거지원 수습책을 마련했는데, 다음 날 다시 현장을 방문해 신속한 재개발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아직도 1980년대 형성된 무허가 판자촌 형태로 방치된 구룡마을은 오 시장의 '아픈 손가락'이다. 그는 지난 2011년 구룡마을 정비사업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공공주도 재개발로 신속하게 주거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해 8월 무상급식 주민투표 문제로 스스로 시장직을 던져 결실을 보지 못했다.


2011년부터 정비사업 추진…토지보상비 갈등, 주민들의 임대주택 거부로 장기 표류

당시 시는 2016년까지 구룡마을에 2793가구의 아파트와 기반시설을 공급하는 계획을 공개했다. 여기엔 기존 주민들이 정착할 수 있는 임대아파트 1250가구도 포함됐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임대아파트 대신 '분양권'을 원했다. 토지주들도 보상액이 터무니없이 적다고 반발했다.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2014년 개발구역에서 해제됐다.

박원순 전 시장이 재임한 2016년 11월 시는 구룡마을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하고 정비사업을 다시 추진했다. 2020년 6월 아파트 2838가구(임대 1107가구, 공공분양 991가구, 민간분양 740가구)와 도로, 공원, 학교 등 기반시설을 짓는 사업계획이 고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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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집값이 급등해 '로또 분양' 우려가 제기되자 박 전 시장은 아예 분양을 없애고 고밀개발을 통해 4000가구를 모두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강남구와 지역 주민 반대로 결국 2020년 6월 고시한 원안대로 가닥이 잡혔다.

그런데도 사업은 한 걸음도 떼지 못했다. 첫 정비계획을 발표한 2011년과 달라진 게 없다. 무허가 목조 건물은 더 노후화돼 화재와 침수 위험이 커졌고, 일부 주민들은 위례신도시 등 시내 임대아파트로 이주하면서 빈집만 늘어났을 뿐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따르면 1107가구 중 현재 실거주 중인 가구는 665가구로 파악된다.

사업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예나 지금이나 같다. 토지 보상과 이주 문제를 놓고 이해 관계자들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토지주들은 공시가격이 아닌, 길 건너 개포동 아파트 단지 땅값 시세에 준한 보상금을 원한다. 재개발을 통해 이곳이 '상전벽해'되면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공영개발을 추진하는 자연녹지에 대규모 보상비를 책정할 여력은 없는 게 현실이다.

주민들의 의견은 제각각이다. 현재 구룡마을에는 주민자치회, 마을자치회, 주민협의회 등 3개 단체가 있다. 주민자치회는 구성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땅을 공급하면 '지역주택조합' 방식으로 개발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마을자치회와 주민협의회는 '임대 후 분양 전환'을 주장한다. "임대주택에 반대한다"는 주장 외에는 이견 조율이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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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조태형 기자 = 20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에서 소방대원이 잔불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1.2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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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무허가주택 거주자 분양권 제공할 수 없다"

시와 SH공사는 이들에게 아파트 분양권을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무허가주택 거주자에 분양권을 준다면 현행법 위반"이라며 "이주 후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방법 외에는 대안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장기간 개발이 지연된 가운데 일부 주민들은 구역 내 소규모 지분을 매입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낡은 무허가주택에 사는 주민이자, 지주이기도 한 셈이다.

일각에선 현재 구룡마을 실거주 주민은 SH공사가 파악한 규모보다 훨씬 적을 것이란 이야기도 있다. 이미 외부에 별도 거처를 마련하고 공실이 되지 않도록 현장만 오가는 주민도 있다는 것. 분양권과 시세 차익을 노린 이른바 '알박기' 사례도 적지 않다는 의미다.

협의가 지연되면서 2번째 추진한 사업 목표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는 당초 2016년 12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10년을 사업 기간으로 설정했다. 협의가 극적 타결돼 연내 보상과 철거를 마쳐도 공사 기간을 고려하면 이 스케줄에 맞추기는 어렵다.

시는 구룡마을 재개발 분양 주택에 대해서도 시세 차익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부 물량은 김헌동 SH공사 사장이 주력하는 '토지임대부'(땅은 SH가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 주택으로 공급할 가능성도 있다. 시 관계자는 "로또 분양 부작용을 막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시는 우선 올해 상반기 중 보상계획을 수립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오 시장은 지난 현장 방문에서 구룡마을 정비사업 진행과 관련 "최근 상당히 급진전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만 임기 내에 마무리 가능성에 대해선 "집 짓는 데만 3년이 걸린다"며 선을 그었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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