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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우연히 찾은 '비밀누설' 증거…전 해수부 공무원 2심도 무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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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백만원을 받고 어업지도선 단속 등 정보를 흘린 혐의로 기소된 전 해양수산부 공무원들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수사기관인 해양경찰이 수집한 증거가 위법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중앙일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광주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김태호)는 공무상 비밀누설,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된 전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공무원 A씨(62)와 B씨(67)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12월부터 2018년 9월 사이 지인·친척 등 3명에게 15차례에 걸쳐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당시 동해·서해어업관리단에 소속돼 국가어업지도선의 위치와 단속 현황, 일정 등을 메신저 앱 문자로 알려준 혐의를 받았다.

또 같은 기간 내 불법 어업 단속 과정에서 편의를 봐주겠다는 취지로 알음알음해 알게 된 선장 C씨 등 5명에게 총 750만을 직접 받거나 A씨가 지명한 차명 계좌로 받는 등 뇌물을 수수한 혐의도 받는다. B씨는 2015년 7월 같은 명목으로 C씨에게 1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기관은 2018년 9월 A씨가 C씨에게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을 토대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 1차 영장 집행 결과 A씨와 C씨가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등 연락한 내용을 발견하지 못했고, 다른 상대방과 대화 내용에서도 C씨를 언급한 내용도 없었다.

다만 수사 중 A씨 휴대전화에서 뇌물 수수와 관련 없는 공무상 비밀누설 범죄 의혹을 찾았다. 이후 A씨를 소환해 뇌물 수수 혐의가 아닌 비밀누설 혐의를 조사하고 수사보고서를 작성했다.

수사기관은 전자정보 압수·수색이 종료되기 전 별도 혐의 정보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 탐색을 중단하고 법원에서 해당 별도 혐의에 대한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

하지만 비밀누설 혐의에 대해 추가로 영장을 발부받지 않고 수사를 진행했다. 또 수사 중 혐의사실과 관련 없는 전자정보는 삭제·폐기·반환해야 하지만, 삭제·폐기하지 않고 이를 토대로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기관은 2018년 10월 이처럼 위법하게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A씨에게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더해 2차 영장을 받아 뇌물 제공자로 의심되는 2명의 휴대전화와 통장 등을 압수, 증거로 제출했다.

중앙일보

광주지방법원 전경.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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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판부는 "수사기관은 1차 영장으로 A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메신저 앱 대화 내용, 문자 메시지, 통화 내역, 사진첩, 주소록 등 모든 전자정보를 압수한 후 필요할 때마다 탐색·복제·출력하며 별건 수사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며 "절차를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물론 이를 토대로 수집한 2차적 증거 역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검사는 1차 영장에서 압수한 증거는 영장 발부 사유와 무관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조사한 증거들을 면밀히 살펴봐도 1심 판단은 타당하다"며 "범죄의 증명이 없어 A·B씨에게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결했다.

광주광역시=황희규 기자 hwang.heeg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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