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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우크라이나, 부패와의 전쟁…'서방 신뢰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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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BBC "신뢰 잃으면 지원 타격"

젤렌스키, 정부 고위 인사 약 열 명 교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정부 고위인사를 교체하는 등 부패와의 전쟁에 나섰다. 서방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 영국 BBC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번 주 키이우, 수미,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헤르손, 자포리자 등 다섯 주 주지사와 국방부 차관, 검찰 부총장, 대통령실 차장, 지역 개발 담당 차관 두 명 등 고위인사 약 열 명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대외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부패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BBC는 "내용이 심각하고 시기적으로도 좋지 않다"라고 평가했다.

아시아경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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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크라이나에서는 뱌체슬라우 샤포발로우 국방부 군수 담당 차관이 군납 식비를 과대 지급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당사자는 결백을 주장하다 사임했다. 올렉시 시모넨코 검찰 부총장도 러시아 신흥재벌인 올리가르히로부터 벤츠 승용차를 빌려 스페인에서 휴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나서 해임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교체를 서두른 건 서방의 지원이 끊길 수 있다는 염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러시아와의 전쟁 지속과 전후 복구에 이들의 도움은 필수불가결하다.

우크라이나는 31년 전 독립선언 뒤 줄곧 공공 부문과 정치 부문에서 부패가 심각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패감시 단체 국제투명성기구(TI)에 따르면 2021년 우크라이나의 부패인식지수(CPI)는 세계 180개국 가운데 120위다. 지금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노력으로 미국 정부는 물론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로부터 상당한 신뢰를 받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9년 5월 취임사에서 "그동안 정치인들은 우크라이나를 (그들만의) '기회의 나라'로 만들었다. 뇌물을 주고, 훔치고, 자원을 빼돌릴 기회가 있었다"라고 꼬집으며 부패 척결을 다짐한 바 있다.

미국과 유럽 공직자들은 우크라이나에 지원된 원조가 도난당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개각에 대해서도 젤렌스키 대통령이 부패와의 싸움에 단호하게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빅토리아 뉼런드 미 국무부 정무 담당 차관은 상원 외교위원회의 우크라이나 관련 청문회에서 "이번 개각은 전쟁 와중에 돈을 빼돌리려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아주 강력한 신호"라고 말했다. 윌리엄 테일러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도 "전시에 부패 척결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면서 "이번 고위 인사들의 부패 의혹과 개각은 우크라이나에 자정 능력이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진단했다.

김준란 기자 loveways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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