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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김현국 경희대 감독에게 도착한 손편지, 스승 울컥하게 한 제자의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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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성이가 손편지까지 준비했더라고요….”

2022 KBL 신인 드래프트가 열리던 날, 김현국 경희대 감독은 무려 4명의 제자를 프로로 보내는 경사를 맞았다. 그러나 활짝 웃을 수는 없었다. 오랜 시간 함께한 제자 이사성은 드래프트에 참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사성은 김철욱(KGC)과 같은 중국 출신으로서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으로 왔다. 210cm의 빅맨으로서 경희대 입학 당시 한국농구의 골밑을 책임질 재목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매일경제

이사성이 떠나면서 남긴 편지는 김현국 경희대 감독에게 있어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 사진=대학농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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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사성은 김철욱과 달리 드래프트에 참가할 수 없었다. 한국 국적을 취득했어야 했지만 방법을 찾지 못했다. 김 감독은 과거처럼 이사성을 양자로 들이려 했으나 입양 관련 법이 바뀌면서 허가를 받지 못했다. 라건아처럼 특별귀화 대상이 되는 건 불가능했다. 여러모로 방법을 찾았지만 결국 이사성의 드래프트 참가는 이뤄지지 못했다.

KBL 역시 이사성의 존재에 대해 파악하고 있었지만 변화의 움직임은 없었다. KBL 선수가 된 후에도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고 떠난 박승리와 같은 사례가 있었으니 한국인만 드래프트에 참가할 수 있다는 규정을 지켰다.

김 감독은 마지막 순간까지 이사성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KBL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고 이외의 방법 역시 현실화할 수 없었기에 제자의 꿈을 도울 수 없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지금 이사성은 어디서 어떻게 농구를 하고 있을까. 김 감독은 “12월 말에 중국으로 돌아갔다. 2부리그 팀에서 테스트를 받을 계획이다. 잘 되면 다음 시즌에는 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근황을 전했다.

이어 “지금은 몸을 만들고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불러준다면 언제든지 오고 싶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이사성이 떠나는 날 그에게 손편지를 받았다고 한다. 그 편지에는 이사성이 직접 손으로 적은 한글이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김 감독과 코치들, 그리고 선수들에게 하나씩 손편지를 전한 뒤 중국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사성이 김 감독에게 전한 손편지에는 여러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온 뒤 쉽지 않았던 문화 적응과 방황했던 시절, 그리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김 감독의 도움, 그리고 그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다. 또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를 의미하는 듯한 ‘하루에 스승이며, 평생은 아버지다’라는 글까지 적으며 김 감독을 아버지처럼 따랐다고 전했다. 이 모든 걸 너무 늦게 깨달아 아쉽고 죄송하다는 말도 함께 남긴 이사성이다.

김 감독은 “(이)사성이가 직접 손으로 쓴 장문의 편지를 주고 떠났다. 글씨를 참 잘 쓴다. 너무 감동적이었고 눈물을 흘릴 뻔했다…”며 말을 잃었다.

김 감독에게 있어 이사성은 가슴으로 품은 제자였다. 함께 지내는 동안 여러 일이 있었지만 결국 마지막까지 제자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발 벗고 나선 김 감독이다. 그들이 쓴 드라마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았지만 가슴 뭉클한 스토리로 마무리됐다.

한편 김 감독은 2월 중 이사성과 만난다고 한다. 이제는 경희대로 묶인 사이가 아니지만 그렇기에 더욱 진심을 드러낼 수 있는 만남이 될 것이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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