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이슈 LPGA 미국 여자 프로골프

LPGA 춘추전국시대… K여제들 왕좌 탈환 ‘샷’ 쏜다 [S 스토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벙커 빠진 韓 여자골프 대반격 예고

‘한국 텃밭’ 옛말… 2022년 4승 그치며 위축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 세계 1위 부활

‘신예’ 泰 티띠꾼 돌풍… 日·英 등도 2승씩

2월 투어 돌입… 총상금 1246억원 최고

‘뜨는 별’ 최혜진·‘메이저 퀸’ 전인지 등

2023년 두 자릿수 우승 탈환 총력전 별러

‘빈손.’ 이는 한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호령하던 한국 여자골프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단어다. 지난해 한국 선수들은 올해의 선수, 상금왕, 평균타수 1위(베어트로피), 신인상 중에서 단 1개의 타이틀도 건지지 못했는데 이런 부진은 14년 만에 처음이다. 기대했던 간판스타 고진영(28·솔레어)이 손목 부상으로 1승에 그치며 부진을 겪은 이유가 컸다. 교포 선수들의 눈부신 활약과 태국 선수들의 약진, 세대교체에 성공하며 갈수록 강세를 보이는 미국 선수들의 틈바구니에서 한국 선수들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한국 여자 골프가 올해는 부진을 털고 다시 훨훨 날아오를 수 있을까.

세계일보

왼쪽부터 고진영, 최혜진, 전인지, 김효주.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위축되는 한국 여자 골프

한국 선수들은 지난해 4승을 합작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11년 3승 이후 한 시즌에 한국 선수들이 수확한 가장 적은 우승 기록이다. 한국 선수들은 2013∼2019년에 거의 매년 10승 이상을 합작했다. 특히 2015년, 2017년, 2019년은 15승까지 달성하며 LPGA 투어를 장악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눈에 띄게 우승이 줄어 2020년과 2021년 각 7승에 그쳤고 지난해는 4승으로 쪼그라들었다. 확연한 내리막세다.

2019년 4승, 2021년 5승을 쓸어 담으며 세계랭킹 1위를 질주하던 고진영은 지난해 3월 시즌 첫 출전 대회인 HSBC 위민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기염을 토하면서 한국 선수의 두 자릿수 우승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2021년 다승왕, 상금왕 3연패, 두 번째 올해의 선수를 차지했을 정도로 훨훨 날았기에 기대감이 더 컸지만 왼쪽 손목 부상으로 지난해 7월부터 컷탈락을 반복하며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또 4월 김효주(28·롯데·롯데 챔피언십), 5월 지은희(37·한화큐셀·뱅크 오브 호프 매치플레이), 6월 전인지(29·KB금융그룹·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가 우승을 추가한 이후 17개 대회에서 무관의 고리를 끊지 못했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LPGA 투어 올해도 춘추전국시대?

한국 선수들이 부진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양강 체제이던 LPGA 투어는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특히 교포 선수들의 활약이 매섭다.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26·하나금융그룹)는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등 3승을 거두면서 올해의 선수, 상금왕, 평균타수 1위를 싹쓸이했다. 또 한 시즌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하는 CME 글로브 레이스에서도 1위에 올라 2017년 이후 5년 만에 세계랭킹 1위에 복귀했다. 호주교포 이민지(27·하나금융그룹)도 최고 권위 메이저 US여자오픈 등에서 2승을 거뒀고 준우승도 두 차례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쳐 한국 선수들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었다. 그는 현재 세계 3위다.

2021년 4승을 합작한 태국은 지난해 2승에 머물렀지만 무서운 신예 아타야 티띠꾼(20·태국)이 2승을 혼자 만들며 신인왕에 올라 태국의 돌풍을 계속 이끌고 있다. 여기에 하타오카 나사(24·일본) 등 일본 선수가 2승을 거뒀고 영국, 캐나다,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도 2승씩 가져갔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대교체에 성공한 미국 선수들의 강세도 두드러진다. 한국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 연속 ‘LPGA 최다 우승국’을 자리를 지켰지만 2021년부터 미국이 이를 가져갔다. 전통적으로 한국과 LPGA 투어를 양분하던 미국은 지난해 7승을 수확했는데 제니퍼 컵초(24·미국)가 메이저 대회 셰브론 챔피언십 등 혼자 3승을 쓸어 담으며 미국을 이끌었다. 여기에 통산 8승의 세계 2위 넬리 코르다(25·미국)도 가세해 올해 미국 선수들의 위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시즌 4승을 거두고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까지 차지한 코르다는 시즌 도중 혈전증 수술로 4개월 동안이나 필드를 떠났지만 지난해 11월 펠리컨 챔피언십에서 1년 만에 우승하며 완벽한 부활에 성공했다. 올해도 지난주 개막전으로 열린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십에서 우승 경쟁 끝에 4위에 올라 대활약을 예고했다.

세계일보

리디아 고(왼쪽)와 아타야 티띠꾼.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올해 두 자릿수 우승 회복할까

지난주 열린 개막전은 최근 2년 동안 우승한 선수들만 출전한 ‘왕중왕전’이다. 본격적인 투어는 다음 달 23일 시작하는 혼다 타일랜드를 시작으로 11월 중순까지 대장정에 돌입한다. 투어는 메이저대회 5개와 솔하임컵과 한화 라이프플러스 인터내셔널 크라운 등의 격년제 경기를 포함해 모두 35개 대회가 열리며 총상금은 1억140만달러(약 1246억원)로 역대 최대 규모다. US여자오픈이 최소 총상금 1000만달러,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이 최소 900만달러로 예상된다.

한국 선수는 올해 고진영을 비롯해 전인지, 김효주, 최혜진(24·롯데), 김세영(30·메디힐) 등 20여명이 활약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한국이 두 자릿수 우승을 회복하려면 고진영의 빠른 회복이 관건이다. 그는 지난주 개막전에 출전 신청을 냈다가 막판에 포기했다. 왼쪽 손목 부상의 완벽한 치료를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료진 판단 때문이다. 세계 1위이던 고진영은 현재 5위까지 랭킹이 밀렸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번 시즌 가장 주목받는 한국 선수는 지난해 투어 적응을 마친 최혜진이다. 그는 우승을 신고하지 못해 신인왕을 티띠꾼에게 넘겼지만 올해는 화려하게 날아오를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세계 20위 최혜진은 지난해 27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에 10차례 진입하는 꾸준한 성적을 냈다. 우승 없이도 CME 글로브 레이스 5위(2151점)에 올랐고 시즌 상금도 6위(207만5696달러)를 기록했다.

최혜진은 미국 무대에서 통하는 무기를 두루 지녔다.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 263.73야드(39위), 페어웨이 안착률 80.08%(22위)를 기록할 정도로 드라이브샷이 멀리 나가면서도 정확도가 뛰어나다. 특히 한국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던 고감도 아이언샷은 LPGA 투어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최혜진은 최근 LPGA 투어와의 인터뷰에서 “투어 첫 우승을 목표로 열심히 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최근 자신의 별명인 ‘플라잉 덤보’를 소재로 개인전을 열며 화가로도 변신한 ‘메이저 퀸’ 전인지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에 도전한다. 그는 2015년 US여자오픈, 2016년 에비앙 챔피언십, 2022년 6월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 등 통산 4승 중 3승을 메이저에서 쌓았다. 따라서 남은 셰브론 챔피언십과 AIG 여자오픈 중 한 대회에서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 슬램의 퍼즐 조각을 완성하는 만큼 올해 총력전을 편다는 각오다.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