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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지겨울 만큼 빼어난 산수... 천하를 얻기 위한 민란의 물길 [최종명의 차이나는 발품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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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계림산수 ②이강 유람, 싱핑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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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시좡족자치구 구이린(계림)의 이강 유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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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리 뱃길 이강(灕江) 유람을 떠난다. 구이린 동북 방향에서 발원해 시내를 통과하고 동남쪽으로 흘러간다. 160㎞에 이른다. 카르스트 봉우리가 띠처럼 잔뜩 이어진 양숴(陽朔)까지 구간이 가장 아름답다. 아침에 선착장에 도착해 배를 찾는다. 한참 헤맨 끝에 타야 할 배를 찾았다. 객실에 사람들이 잔뜩 모여 어수선하다. 한참 지나서야 뱃고동이 울린다. 2~3분 간격으로 배가 출발한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배만 40대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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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이린 이강 유람선. ⓒ최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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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출발하자 모두들 자리를 털고 일어나 갑판으로 올라간다. 시원하게 부는 바람을 온몸으로 느낀다. 오성홍기가 세차게 휘날린다. 기괴하고 멋진 봉우리가 나타날 때마다 감탄사를 연발한다. 봉우리마다 이름을 지녔다. 안내원 설명이 배가 부르르 떨릴 정도로 시끄럽다. ‘오른쪽을 봐라. 망부석(望夫石)이다’는 소리를 듣긴 했는데 어떤 봉우리인지 분간이 어렵다. 다 비슷비슷하다.

4시간 이강 유람, 끝없이 펼쳐지는 수묵화 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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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이린 이강 유람선. ⓒ최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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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끼리 추월도 한다. 분명 뒤에 따라오던 배였는데 순식간에 앞장선다. 다른 배를 담아야 풍경 사진이 완성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자주 순서가 바뀐다. 마이크는 쉬지 않는다. 푸른 산, 맑은 물, 기이한 동굴, 멋진 돌을 4절이라 한다는 친절한 설명이 약간 곤혹스럽다.

카르스트 지형이 만든 산과 계곡을 마음껏 바라본다. 수묵화에서나 볼만한 그림이 줄줄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길 반복한다. 그 옛날 대나무 쪽배 타고 지나갔을 문인은 고요한 물새 소리에 취해 붓을 들었으리라. 술잔을 들었다가 내렸다 하며 감탄을 쏟았을 텐데 말이다. 명나라 말기 애국지사 전징지가 배를 띄우고 이강범주(灕江泛舟)를 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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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이린 이강 유람. ⓒ최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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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물 흰 모래 우레같은 돌, 쪽배 한 쌍 강물에 띄우네.
水清沙白石磊磊 小艇一系放上流
두 배는 술과 노래로 하나되고, 옆자리 기생은 술잔 세네.
酒船坐客歌船並 隔船小伎司酒籌
피리 지저귀고 북은 요란한데, 갑자기 멋진 노래 들리네.
絲管啁啾鼓吹亂 忽然聲絕揚清謳
마침 가을 날씨 사방 드높아, 온 산은 푸르고 운무가 짙네.
是時天氣方高秋 四山蒼蒼煙霧收
중류로 떠다니던 배 멈추자, 물고기 뛰는 노래 듣네.
中流放棹船不動 聽曲大魚低昂浮
노래 마쳐 밝은 달 고요해, 성문 닫는 북소리 우렁차네.
曲終月皎四方靜 更鼓聲聲城上樓
전징지의 '이강범주(灕江泛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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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이린 시내 왕성 부근 문화거리. ⓒ최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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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징지는 청나라가 구이린을 점령하자 머리를 깎고 승려가 된다. 울분을 삼키며 유유자적한 말년을 보낸다. 술과 노래에 취한 유람이었지만 성문 닫는 북소리에 화들짝 놀란다. 후반부는 굳게 잠긴 열쇠, 성문 지키는 괴석, 잠 못 이루는 주민을 이야기한다.

강물의 여흥과 취기를 이어가려고 하는데 마음은 불안하다. 밤 깊어갈수록 권주가가 드센데 수심도 그만큼 깊어간다. ‘계림산수갑천하’는 평화의 노래였다. 그러나 나라 잃은 시인에게는 격한 심정을 다스려보는 ‘산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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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이린의 이강 유람선. ⓒ최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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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강하지만 바람이 불어 뱃길 유람은 상쾌한 편이다. 에어컨 나오는 자리로 내려갔다가 다시 갑판에 올라오기를 서너 번 반복하니 점심시간이다. 유람선 비용에 점심도 포함된다. 밥과 기본 반찬만 나오고 추가로 요리를 주문해도 된다. 선상이라 꽤 비싸다.

앞자리에 앉은 중국 관광객이 잔뜩 요리를 주문했다. 외국인인 줄 알아보고 같이 먹자 한다. 여행에서 만난 중국인은 늘 지나칠 정도로 친절하다. 자꾸만 권한다. 요리는 양이 많은 편이라 함께 먹었는데도 남는다. 그렇게 친구가 된다. 다시 갑판으로 나간다.

카르스트는 보면 볼수록 신통한 요술을 부린다. 아무리 봐도 지겹지 않다. 높고 낮으며 날씬하고 뚱뚱하다. 봉우리는 다양한 모양으로 줄을 서서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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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이린 시내의 카르스트 봉우리. ⓒ최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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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서(新唐書) 기록이 떠오른다. ‘당은 황소로 인해 망하고 그 화는 계림에 있다’고 했다. 당나라는 황소의 민란이 발생하고 20년 만에 망한다. 그 화는 바로 '방훈 민란'이다. 장보고가 소장으로 재직했던 무녕군(武寧軍) 장병이 조정의 약속을 믿고 계림에 파병돼 오랫동안 근무했다. 조정으로부터 배반을 당하자 일으킨 군사반란이다. 방훈은 869년 2만 명의 병력을 이끌고 중원을 공략해 1년 동안 항전했다. 군인이 주도하고 가렴주구에 고통받던 농민이 호응했다. 당나라 멸망의 도화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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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이린 시내를 흐르는 이강. ⓒ최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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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의 광풍이 황소 민란을 촉발한다. 불과 5년 후다. 가혹한 폭정, 잔혹한 세금, 가뭄까지 겹쳐 기아에 허덕이던 백성이 들고일어났다. 전국을 민란의 소용돌이에 몰아넣은 황소다. 푸젠과 광둥을 거쳐 100만 대군을 이끌고 계림에서 뗏목을 타고 강을 거슬러 북진했다. 중원으로 진출해 수도 장안을 점령한다. 유사 이래 최대이자 드라마틱한 민란이었다. 유람은 4시간이나 걸린다. 자연 풍광과 함께 역사의 한 대목을 떠올려도 좋다. ‘천하’를 두고 쟁투를 벌인 현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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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이린 이강 유람. ⓒ최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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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 따라 봉우리를 돌고 돌아가는데 얼핏 도돌이표처럼 경관을 보여준다. 1시간 전에 봤던 장면일지 모른다는 착각도 든다. 하늘과 잇닿은 부분의 라인도 각각이다. 하류가 가까워지니 거꾸로 오는 배도 있다.

3시간 정도 지나니 살짝 지겹다. 잠을 자는 여행객도 자꾸 늘어난다. 마이크 설명도 멈췄다. 선내에 앉아 무심하게 배의 진동을 느낀다. 빠르게 달리는 배가 부럽다. 유람선은 슬로모션처럼 일정한 속도로 움직인다. 청명한 풍광을 끝까지 놓치지 말라는 듯 느리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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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스트 봉우리가 지겨울 정도로 이어지는 이강 유람. ⓒ최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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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이린 이강 유람 그림이 새겨진 20위안 지폐 뒷면. ⓒ최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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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판이 웅성웅성 시끄럽다. 모두 20위안 지폐를 꺼내 사진 찍느라 분주하다. 동그란 봉우리가 강물에 대칭으로 비친 모습이다. 지폐 속 장면이라고 조용하던 마이크가 다시 시끄럽다. 현재 통용되는 인민폐 뒷면은 유명 관광지다. 베이징 인민대회당, 라싸 포탈라궁, 삼협 중 구당협, 태산, 항저우 서호가 등장한다. 평생 한번 올지 모를 관광지이니 중국인들은 인증하느라 정신이 없다. 무덤덤하게 바라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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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이린 이강 유람. ⓒ최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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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류로 갈수록 물줄기가 완만하다. 대나무 쪽배나 모터보트를 타고 유람하기도 한다. 수영하는 사람도 있다. 음료수나 맥주, 간식을 파는 배도 있다. 시간이 흘러도 봉우리 몸집이 작아지거나 볼품이 사라지지도 않는다. 한마디로 현란한 자취는 여전하다.

하늘빛이 변할지는 몰라도 산세는 변화무쌍한 자태를 감추지 않는다. 어찌 반나절을 이동해도 줄기차게 솟아있는지 모를 일이다. 도저히 끝날 것 같지 않던 유람선 여행은 양숴 포구에 배를 대면서 일단락된다.

이강 절경 속 오래된 마을, 싱핑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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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숴의 감산사. ⓒ최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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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숴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인 감산사(鑑山寺)를 찾는다. 713년 당나라 시대에 건축됐다. 구이린 일대에서 가장 오래된 불교사원이다. 현판 글자가 간체로 ‘부(鉴)’라 쓰여 있다. '부(釜)' 자로 착각해 ‘여기에 왜 부산이 있지?’하며 의아해했다.

4월부터 9월까지 양숴는 고온다습하다. 아열대성 기후이고 더위로 흘린 땀이 시야를 가려서 또렷하게 볼 수 없었다. 카르스트 봉우리에 둘러 쌓인 불교사원은 좀 색달라 보인다. 부처와 보살, 나한이 골고루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은 여느 곳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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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 1,500년 된 양숴 대용수. ⓒ최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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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 옆에 대용수(大榕樹) 공원이 있다. 수령이 1,500년이 넘고 17m 높이, 7m 너비인 웅장한 나무다. 바위를 뚫을 만큼 오래된 용수나무라는 뜻으로 천암(穿巖)이라 부른다. 나무는 위로 자라야 정상이건만 옆으로도 자라니 넘어질 듯하다. 허리 굽은 할머니처럼 애잔하다. 뒤쪽에 도랑이 흐르고 바위 산이 있다. 가운데에 동굴이 있는데 나무가 뚫었다고 한다. 아무리 천년 세월을 버틴 나무라지만 물을 건너 바위까지 뚫었다는 발상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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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숴 카르트스 동굴 안의 취용담. ⓒ최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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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숴 카르트스 동굴 안의 취용담. ⓒ최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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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스트 지형에는 늘 동굴이 있다. 부드러운 토양이 만든 안식처다. 용이 모였다는 취용담(聚龍潭)이 있어 찾아간다. 안으로 들어가 동선을 따라 가는데 역시 조명이 중요하다. 돌은 수억 년 세월을 움직여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아래로 쭉 뻗은 종유석이 만든 광경에 이름을 붙였다.

조명 덕분에 용궁보좌(龍宮寶座)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하를 흐르는 하천을 따라 배를 타고 이동한다. 적막이 흐르는 지하수는 종유석을 이중삼중으로 반영해 신비롭기조차 하다. 금방 용이라도 솟구쳐 오를 듯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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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숴의 강변 마을 싱핑고진. ⓒ최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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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 마을인 싱핑고진(興坪古鎭)으로 찾아간다. 화창한 날씨라 마을 언저리 봉우리까지 보인다. 삼국시대부터 역사에 등장하는 마을이다. 1637년 명나라 여행지리학자인 서하객도 구이린에서 배를 타고 도착해 숙박했다. 1998년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방문한 마을이다. 여전히 주민이 생활하고 있는 관광지다. 서민 문화를 간직한 채 공예품과 특산품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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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핑고진 주민들이 파오후쯔 놀이를 즐기고 있다. ⓒ최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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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핑고진의 파오후쯔 놀이. ⓒ최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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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옹기종기 모여 이상한 숫자가 적힌 종이로 게임을 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은행권에서 사용하는 대사(大寫)도 함께 보인다. 군데군데 일(壹), 이(貳), 삼(叄), 사(肆), 오(伍), 육(陸), 칠(柒), 팔(捌), 구(玖), 십(拾)이 보인다. 일부터 십까지 숫자가 뒤섞여 있다. 대사와 구분해 소사(小寫)라 한다. 대사와 소사가 각각 4세트, 모두 80장의 패를 가지고 노는 게임이다.

모두 흑색이지만 이, 칠, 십의 대사와 소사만 홍색이다. 그래서 얼치스(二七十)라 부르는 파오후쯔(跑胡子)다. 한참 지켜봐도 금방 규칙을 알기 힘들다. 3~4명이 함께 게임을 하고 마작과 비슷한데 같은 숫자나 이어지는 순서를 맞추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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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숴의 싱핑고진 풍경. ⓒ최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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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숴의 싱핑고진 거리 풍경. ⓒ최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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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물이 수두룩하다. 맥주 먹은 물고기 요리인 피주위(啤酒魚) 파는 식당이 많다. 구이린 일대의 명물 요리다. 토산품인 삼보(三寶)도 등장한다. 쌀로 빚은 싼화주(三花酒), 고추장인 라쟈오장(辣椒醬), 삭힌 두부인 더우푸루(豆腐乳)다. 여행객은 너도나도 사서 가져간다. 아이예바(艾葉粑)라는 떡을 판다. 맛을 보니 기대 이상이다. 청명 한식에 즐겨 먹는다는데 딱 쑥떡이다. 찹쌀에 쑥과 땅콩을 넣어 쫄깃하고 고소하다. 호젓한 거리를 지나 강변으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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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위안 그림 풍광인 황포도영 부근 이강 유람. ⓒ최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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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핑고진의 이강 유람. ⓒ최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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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핑에서 이강을 거슬러 유람을 한다. 조금 시끄럽지만 모터 달린 배다. 유람선에 비해 꽤 빠른 속도로 질주한다. 출발하자마자 인민폐 20위안에 나오는 풍광인 황포도영(黄布倒影)을 지난다. 지폐에 등장하는 모습은 강 바깥에서 촬영한 장면이다. 배를 타고 바로 옆으로 지나가니 지폐 분위기는 아닌 듯하다. 30분 동안 통통 소리 참으며 상류로 올라간다. 풍광에 감동을 받아 강물 스치는 소리가 들리면 모터 소리도 어디론가 사라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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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 유람 중 구마화산 풍경. ⓒ최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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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화산(九馬畫山)이 보이는 모래사장에 도착한다. 너비 200m 정도 속살을 드러낸 봉우리가 우뚝 솟아있다. 아홉 마리의 준마가 뛰어가는 형상이라는 전설을 만들어냈다. 원래 천궁(天宮)의 신마(神馬)였다. 마구간을 돌보던 손오공이 관리가 소홀한 틈을 타 말들이 이강으로 하강했다. 화공이 발견하고 그림을 그리니 모두 놀라 절벽으로 숨어들었다가 인간 세상에 영원히 남았다는 이야기다. 경치가 멋지면 구라도 재미있다.

말이라고 하니 볼수록 그럴듯하다. 지방 민요에 ‘일곱 마리 보이면 방안(榜眼), 아홉 마리 볼 수 있으면 장원(狀元)’이란 노랫말이 있다. 과거시험에서 차석과 수석 정도의 차이다. 시력보다 상상력이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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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 유람 중 구마화산 풍경. ⓒ최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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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화산 모래사장의 가마우지. ⓒ최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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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 튀김 파는 간이 좌판이 있다. 빙어튀김처럼 보이는 자위쯔(炸魚仔)를 판다. 강에서 잡은 자그마한 물고기를 밀가루에 묻혀 튀겼다. 피라미처럼 작아 부드럽지만 맛은 보통이다.

바로 옆에 루츠(鸕鷀)가 바닥에서 푸드덕거리고 있다. 가마우지다. 날갯짓하며 호객 행위를 한다. 어깨에 걸치고 사진을 찍으라는 독촉이다. 생각보다 가마우지는 무겁다. 심하게 퍼덕이면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질 수 있다. 물고기 잡느라 목구멍이 묶이고 대나무에 매달려 버둥대는 가마우지다. 맑은 물속에서 자유로이 살아야 할 운명이건만 주인을 잘못 만나 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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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숴의 이강 유람. ⓒ최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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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때와 달리 올 때는 풍광이 또 다르다. 어느 방향에서 보느냐에 따라 자연은 늘 다른 표정으로 말을 건다. 세상 살아가는 일이 모두 똑같다면 심심한 인생이지 않을까. 봉우리는 맑은 강물 속으로 깊이 반영하고 있다. ‘계림산수갑천하’이자 명불허전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봉우리가 조용히 내려앉은 강물을 헤치며 돌아온다. 일찍이 이강의 산수를 묘사한 청나라 시인 원매의 소회가 솟아난다. 청산이 빽빽하게 강물에 살아난다고 했다.

분명 청산의 정상을 봤건만 分明看見青山頂
배는 청산의 정상을 달리네 船在青山頂上行
청나라 시인 원매


최종명 중국문화여행 작가 pine@youy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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