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속이 더부룩해" 할머니의 전화…"아이고" AI가 맞장구 쳤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윤지혜 기자] [편집자주]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AI 챗봇 '챗GPT'의 등장으로 전세계 IT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챗GPT가 산업은 물론 교육·노동·예술 패러다임을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진다. 챗GPT의 위력과 사회적 여파, 우려점을 살펴보고 국내 초거대 AI 언어모델 연구현황을 짚어본다.

[MT리포트-챗GPT 열풍] ③韓 ICT업계, 초거대 AI 상용화 박차


"저번에 속이 더부룩하다고 하셨는데, 지금은 좀 어떠세요?"

"약 먹고 조금 가라앉았는데 그래도 뭐 시원하진 않아요."

"아이고, 약을 먹어도 계속 그러시면 병원에 한번 가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네이버(NAVER) AI(인공지능) 안부전화 서비스 '클로바 케어콜'이 70대 노인과 나눈 대화다. 다양한 주제의 대화를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언어를 생성할 수 있는 초거대 AI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를 기반으로 개발돼 예/아니오식 단답형이 아닌 '조금 가라앉았다', '시원하진 않다' 등 모호한 표현도 알아듣는다. 직전 통화에서 할머니가 '속이 더부룩하다'고 했던 내용까지 기억했다. 이용자와 주고받은 대화를 기억해 다음 통화에 활용하는 '기억하기' 기능이 추가돼서다.

사람처럼 대화하고 글 쓰는 AI 챗봇 '챗GPT' 등장에 한국형 챗GPT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다. 실제 ICT(정보통신기술) 업계에서도 초거대 AI 언어모델 상용화 경쟁이 뜨겁다. 특히 영어 기반인 챗GPT와 달리 국내 초거대 AI는 한국어에 특화됐다는 점에서 한국 이용자들의 편익이 더 클 전망이다. 이미 각 사의 AI 서비스와 B2B 서비스에 초거대 AI가 녹아들어 있다.


핵심문구만 넣으면 광고문구 '저절로'

머니투데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미 네이버는 2021년 국내 최초 초거대 AI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를 공개했다. 하이퍼클로바 파라미터(매개변수)는 2040억개로, 챗GPT에 적용된 초거대 AI GPT-3.5(1750억개)를 넘어섰다. 파라미터가 많을수록 AI가 더 정교하게 학습해 성능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챗GPT처럼 간단한 지시문만 입력하면 AI가 코딩을 해주는 '클로바스튜디오'도 현재 500여개 스타트업이 이용 중이다. CES 2023에서 혁신상을 받은 뤼튼테크놀로지스의 AI 작문 보조 솔루션 '뤼튼트레이닝'에도 하이퍼클로바가 적용됐다.

카카오의 초거대 AI 언어모델 'KoGPT'는 예술분야에 도전장을 냈다. KoGPT 기반의 시 쓰는 AI 모델 'SIA'(시아)는 1만3000여편의 시를 읽고 작법을 익혀 첫 시집 '시를 쓰는 이유'를 출간했다. '같은 곳을 맴도는 지구인의 슬픔에 대해 생각했다/지구는 둥글다고 믿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길을 잃는다./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메타버스) 등 53편이 실렸다. KoGPT는 핵심문구를 입력하면 광고문구도 자동 생성해준다. 이를 기반으로 플랫폼·광고회사 등과 업무 제휴를 확대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GPT-3 한국어 버전을 상용화한 '에이닷' 서비스에 내달부터 '장기기억'을 추가한다. 네이버의 기억하기처럼 과거 이용자와 대화한 내용을 바탕으로 답변하는 기술이다. 텍스트 외에도 음성·그림·동작 등을 인지·추론하는 멀티모달 AI를 적용, 사람처럼 대화하는 AI를 구현한다는 목표다. KT 역시 2000억개 파라미터를 보유한 초거대 AI 언어모델 '믿음'(MIDEUM) 기반의 대화형 서비스를 추진 중이다. LG유플러스는 LG의 초거대 AI '엑사원'과 협력한다. 엑사원의 파라미터는 3000억개로 국내 최대 수준이다.

다만 영어 대비 한국어 학습데이터가 적고, 초거대 AI를 운용하는데 필요한 슈퍼컴퓨터와 클라우드 인프라 비용이 막대한 점을 고려하면 챗GPT 만큼 방대한 서비스를 제공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올해는 챗GPT처럼 초거대 AI 상용화 서비스가 확대될 전망이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올해 10대 이슈 중 하나로 AI 기반 모델 고도화를 꼽았다. 연구소는 "초거대화 AI 모델에 관해 글로벌 기업들의 무한 경쟁이 가속할 것"이라며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초거대 AI 기반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활용이 확대되는 상황으로, 2023년에는 국내 산업의 AI 제품 및 서비스 혁신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지혜 기자 yoonjie@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