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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배터리 전쟁’ 안 뛰어든 나라 없다…배터리株 최후의 승자는 [박윤예의 글로벌주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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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 베드나르스키 첫 책 ‘배터리 전쟁’

리튬시장 절대 강자 올라선 中
칠레·아르헨티나·볼리비아도 적극적
韓美日은 부품·배터리 생산 경쟁력
中BYD, 리튬채굴부터 車생산까지 다각화


매일경제

<배터리 전쟁>


최근 주식시장에서 전기차·2차전지 분야는 여전히 뜨겁습니다. 그럼에도 국내 서점가에는 이제서야 관련 투자서가 처음 나왔습니다. 배터리 분야의 세계적인 애널리스트 루카스 베드나르스키의 첫 책 ‘배터리 전쟁’입니다. 투자자들은 배터리 기업 관련 투자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이 책을 집어들텐데요. 책 내용은 배터리 강국 한·중·일을 시작으로 유럽과 북미, 오스트레일리아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을 넘나들며 에너지 패권 변화에 대응하는 각국의 전략을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S&P글로벌의 배터리 분야 수석 애널리스트 루카스 베드나르스키는 “리튬과 배터리 산업의 성장세는 꺾인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매년 50% 이상 성장하는 전기자동차 시장과 30년 내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한 각국의 정책적 노력이 배터리 산업을 떠받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배터리의 가치사슬(밸류체인)에 대한 기초를 알고 싶으면 지난 기사(제목: 글로벌 2차전지 벨류체인 '1등 기업' 탈탈 털어보니…)를 참고해주세요.

매일경제

밸류체인별 배터리 기업의 주가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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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중간중간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이 나옵니다. 이 기업들의 주가 흐름을 살펴보면 올해 들어 대부분 10~30% 급등했습니다. 배터리 붐이 시작된 2020년말~2021년초에 이미 급등한 바 있는데 또 오르고 있습니다. 연초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3’에서 올해의 화두로 모빌리티·로봇·메타버스가 선정된 가운데 전기차(모빌리티)가 새삼 주목받았습니다. 테슬라의 주가가 급등한 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2차 전지의 주요 부품은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로, 그중 핵심은 용량과 전압을 결정하는 양극재입니다. 특히 리튬 소재 양극재가 장착된 2차 전지를 리튬 이온 배터리라 합니다. USITC(미국국제무역위원회)에 따르면 국제 2차 전지 시장의 70% 이상을 리튬 이온 배터리가 차지하는 만큼, 리튬은 배터리 황금기의 주인공입니다.

저자는 리튬의 가능성을 가장 먼저 눈치챈 나라로 중국을 꼽습니다. 중국은 2000년대 들어 간펑리튬톈치리튬의 창업과 운영에 지원을 집중해, 오늘날 국제 리튬 시장의 절대 강자로 만들었습니다. 톈치리튬은 2010년 중국 본토 선전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데 이어 7월 홍콩거래소에 추가 상장해 국내 투자자의 관심을 모은 바 있습니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두 리튬 기업이 2022년 상반기에 거둔 순이익만 180억 위안(3조 5000억 원)에 달합니다.

라틴아메리카도 리튬 채굴의 한 축입니다. ‘리튬 삼각지대’ 라 부르는 칠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에는 총 4700만 톤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리튬이 매장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이들이 리튬의 사우디아라비아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칠레의 SQM(칠레화학광업협회)은 국제 리튬 시장의 30%를 차지하며 제2의 사우디아람코로 성장 중입니다. 한국의 경우 포스코가 200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도전한 끝에 2018년 아르헨티나에서 리튬 채굴권을 따냈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도 리튬 시장에 아주 적극적입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그린부시스, 마운트매리언, 필갠구라 등 여섯 곳의 리튬 광산에서 연간 30만 톤에 가까운 리튬을 채굴하는데 각종 법적 장치를 동원해 통제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오스트레일리아가 계속 리튬 채굴량을 늘린다면 미래의 무역 분쟁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중국과 라틴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가 배터리 가치사슬의 상단(upstream: 원재료)을 맡고 있다면 한국과 일본, 미국은 그 리튬으로 각종 부품을 만들고 배터리를 생산하는 하단(downstream: 판매)을 맡고 있습니다. 저자는 한국의 배터리 기업들이 ‘유럽의 희망’이 되었다고 분석합니다. 배터리 산업의 급성장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부품 생산과 설비 건설을 위해 2015년부터 한국 기업들을 모셔오기 시작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은 각각 폴란드와 헝가리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했는데, 유럽 내 리튬 이온 배터리의 상업 생산이 가능한 거의 유일한 설비들입니다. 벨기에의 배터리 기업 유미코아는 LG에너지솔루션에 양극재를 납품하고자 폴란드에 공장을 따라 세웠습니다.

일본은 리튬 이온 배터리를 처음 상용화한 나라로 관련 기술은 뛰어나지만, 현재는 뒤처진 상태입니다. 도요타는 거의 유일하게 니켈 메탈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테슬라에 리튬 이온 배터리를 공급하는 파나소닉스미토모 정도가 눈에 띌 뿐입니다.

미국은 가치 사슬에서 독특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2000년 아르곤국립연구소가 개발하고 특허를 취득한 NCM 양극재(리튬과 니켈•코발트•망가니즈를 혼합)가 리튬 이온 배터리에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미국 배터리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은 낮아도, 특허를 이용해 큰 수익을 벌어들입니다.

가치사슬의 하단에 중국의 비야디(BYD)도 있습니다. 휴대전화 배터리 제조로 경력을 쌓은 비야디는 리튬 채굴부터 자동차 생산까지 사업을 다각화한 끝에 2022년 테슬라를 제치고 전기자동차 판매량 1위를 달성했습니다. 과거 스탠더드오일이 석유를 채굴하고 가공하고 운송하고 판매하는 모든 과정을 통합해 석유 왕국을 건설했던 것과 같은 전략을 택한 것입니다. 테슬라가 배터리의 자체 생산을 목표로 기가팩토리를 세운 것도 수직 계열화를 위한 포석입니다. 하지만 기가팩토리의 실제 운영은 일본의 파나소닉이 맡은 만큼, 테슬라의 수직 계열화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박윤예의 글로벌주 열전>은 미국을 비롯한 해외 주식을 일렬로 줄세워서 비교하는 코너입니다. 적게는 몇개, 많게는 수십개 기업을 한꺼번에 살펴보면 잘나가는 주식, 못나가는 주식이 바로 읽힙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 하시면 더 빠르게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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