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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양회 앞둔 중국… ‘9개 新파벌 싸움’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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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정치 행사 3월 4일 개막

수뇌부 교체 역대 최대일 듯

중국의 최대 연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3월 4일 개막)를 앞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측근들의 신(新)파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현지 시각) 중국 전문가들을 인용해 “지난해 시진핑이 3연임을 확정하며 권력을 강화한 이후 과거의 정치 파벌은 사라지고, 새로운 파벌이 출현했다”며 “시 주석의 다양한 추종자 그룹 사이에서 경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3연임을 시작한 시진핑이 중국에서 정치 권력을 확고히 한 가운데 새로운 정치 세력 구도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양회는 우리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정치 자문 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를 뜻한다. 양회 기간에는 중국 정부를 이끌어갈 지도부가 결정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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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보도에 따르면, 자오쯔양(趙紫陽) 총서기의 보좌관 출신인 우궈광(吳國光) 교수(캐나다 빅토리아대)는 최근 스탠퍼드대학 후버연구소의 중국 연구 전문지 ‘차이나 리더십 모니터’에 시진핑 3기 시대의 파벌 정치를 정리해 소개했다. 중국의 새로운 파벌은 시진핑 측근인 ‘시자쥔(習家軍)’ 내부에 소그룹처럼 형성되는 것이 특징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공청단파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핵심이었던 상하이방(上海幇)이 사실상 사라진 상황에서 지도층 대부분이 이미 시진핑 측근으로 물갈이됐기 때문이다.

중국의 새로운 파벌은 9갈래로 나뉘어진다. 우선 지연(地緣)에 기반한 푸젠(福建)·저장(浙江)·산시(陝西)·신(新)상하이(上海)파의 부상이다. 이들 4개 파벌은 시진핑이 지방 근무 당시 친분을 맺은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리커창에 이어 총리에 오를 리창(李强) 정치국 상무위원은 저장성에서 시진핑을 보필했다. 산시파는 시진핑의 고향이자 하방(下放·지식인의 노동 현장 생활) 생활 지역인 산시성 출신 인사들이다. 산시성 출신 자오러지(趙樂際)는 우리의 국회 격인 전인대 상무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리시는 산시성 옌안시 서기 시절 량자허 마을을 관광지로 개발해 시 주석 눈에 들었다.

학연(學緣)으로 맺어진 것은 칭화(淸華)파다. 시진핑의 모교인 칭화대 출신 천지닝(陳吉寧) 상하이시 당서기, 리간제(李干杰) 산둥성 당서기 등이 있다. 펑리위안(彭麗媛)파는 시진핑 아내인 펑리위안 여사와 친분이 깊은 인리(尹力) 베이징 당서기, 마싱루이(馬興瑞) 신장위구르 자치구 당서기 등이 대표적이다.

공안(公安)파와 군수산업(軍産)파, 당교(黨校)파는 시진핑이 중용하는 군사·치안 관련 배경 인사들과 당원 재교육 기관인 당교에서 시진핑과 함께 일했던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공안파의 리더 천원칭(陳文淸) 중앙서기처 서기는 국가안전부장(국정원장 격) 출신이다. 위안자쥔(袁家軍) 충칭시 서기는 베이징 항공항천대학을 나온 우주항공 전문가로, 정계 입문 전까지 중국 우주 프로그램을 총괄한 군수산업파의 대표 격이다. 리수레이(李書磊) 중앙선전부장은 시진핑이 국가부주석 겸 당교 교장을 맡고 있을 때인 2008년 당교 위원에서 부교장으로 발탁된 이후 시진핑의 연설문 작성을 한동안 도맡은 인물이다.

이들 9개 파벌은 앞으로 시진핑의 신임을 얻는 과정에서 상호 경쟁하고 통합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정치 파벌은 명확한 조직 체계를 갖추지 않기 때문에 한 정치인이 여러 파벌에 속할 수도 있다. 시진핑이 중국 공산당 최고위층 내에서 형성되는 이러한 파벌을 체제 위험 요인으로 인식하고 엄격히 관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진핑 측근 그룹의 파벌 경쟁이 시작된 가운데, 오는 3월 새 진용으로 출범할 중국 국무원(내각)의 수뇌부 교체 폭은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홍콩 명보가 26일 보도했다. 국무원 지도부를 구성하는 국무원 총리·부총리·국무위원이 전원 교체되며 각 부처 수뇌부도 3분의 2 이상 새 인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신임 총리에 리창, 부총리에 딩쉐샹·허리펑·류궈중·장궈칭 등이 오르고 국무위원에 왕샤오훙(공안부장 겸임), 리상푸(국방부장 겸임), 우정룽(국무원 비서장 겸임), 선이친, 친강(외교부장 겸임) 등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명보는 또 국무원 37개 구성 부문(각 부처와 직속 기구 등) 가운데 외교부, 국방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공안부, 재정부, 중국인민은행,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등 27곳 수장이 최근 1년 안에 교체됐거나 곧 교체될 예정이라고 했다.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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