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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주간政談<하>] 대통령보다 중요한 여사 경호? 대통령실 '엠바고 차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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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동의 간음죄' 혼선에도 고요한 민주당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에 걸린 빗장,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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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의 외부 일정과 관련한 예고 기사가 돌연 모두 삭제됐다. 대통령실은 경호 엠바고에 따른 조처라고 밝혔지만, 여전히 뒷말이 나온다. 지난 19일 스위스 취리히 알베르토 자코메티 재단 및 취리히 미술관을 방문한 김 여사.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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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김정수 기자]

◆대통령실, 尹 부부 '외부 일정' 경호엠바고 다른 대처 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의 '외부 일정'에 대한 '예고 기사'에 대통령실이 경호엠바고 설정을 다르게 했다고?

-결론부터 말하면 대통령 부부의 외부 일정은 사전에 공개될 경우 경호상 문제가 있을 수 있어서 '종료 후 공개한다'는 '경호엠바고' 관례가 바뀐 것은 아냐. 다만 통제가 가능한지 여부에 따라 대통령실의 대처가 달랐어.

-지난 25일 연합뉴스TV는 <[단독] 보폭 넓히는 김건희 여사, 국민의힘 여성 의원들과 연쇄 오찬>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했는데, 복수의 여당 관계자 발언을 인용한 기사였어. 구체적인 날짜와 장소를 특정하지는 않았지. 이후 다른 방송사도 관련 보도를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기사들은 모두 삭제됐어. 관련해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도 내용을 확인하는 글을 올렸다가, 곧바로 삭제하기도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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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외부 일정에 대한 기사가 삭제된 모습. /네이버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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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26일)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지도부와 오찬 회동을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3·8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참석하기로 했다"고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국회 브리핑에서 밝혔어. 전당대회는 정당의 최고 행사로 사람들이 대거 몰리고, 날짜까지 특정돼 김 여사 일정에 비해 실질적인 경호에 대한 어려움이 훨씬 더 클 텐데도 이 기사들은 삭제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어.

-경호엠바고 본래 취지를 살펴보면 두 사례는 동일하게 '경호엠바고 파기' 아닌가. 또 실질적인 경호 문제까지 고려하면 대통령의 전당대회 참석이 훨씬 더 중요한데 대통령실의 대처가 거꾸로 된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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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6박 8일간의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순방을 마치고 지난 21일 귀국한 모습.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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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이상해서 대통령실에 '최근 나온 여사 외부 일정과 대통령 외부 일정은 형식상 다르지 않은데, 여사 일정 관련 기사는 다 내려갔는데 대통령 일정 관련해선 별다른 조치가 없는 이유가 뭔가'라고 물었어. 그랬더니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의 전당대회 참석은 양금희 수석대변인이 국회 소통관에서 공식적으로 브리핑을 해서 '통제가 안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대통령의 전당대회 참석도 엠바고"라며 대통령실 출입기자가 해당 내용을 보도했으면 징계도 가능한 사안이라고 설명했어. 여당 대변인이 국회에서 온브리핑을 했고, 국회 기자들이 해당 내용을 보도해 대통령실에서 어떤 조처를 할 수 없었다는 얘기야.

-결과적으로 대통령보다 여사의 외부 일정에 대통령실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양새가 연출됐지만, '언론 통제 가능성 유무'가 두 사안에 대한 다른 대처로 나타난 셈이지. 또한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오찬 회동의 경우 대통령실에선 출입기자들에게 별도 설명을 전혀 하지 않았어. 회동 내용 전체를 당에서 설명하기로 정했어도, 민감한 엠바고 부분에 대해서만이라도 대통령실에서 설명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이런 부분이 없었던 것은 아쉬운 대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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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가 '비동의 간음죄' 개정 추진 입장을 밝혔다가 법무부 반대로 철회해 논란이 일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대선과정에서 한국 YWCA연합회 측 서면 답변서에서 '비동의 간음죄' 신설을 긍정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YWCA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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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동의 간음죄' 여가부 철회...민주당은 침묵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이슈가 나왔어. 여성가족부가 '비동의 간음죄' 도입 방침을 밝혔는데 법무부가 공개적으로 반대하자 9시간 만에 철회해서 논란이 되고 있지?

-맞아. 여가부가 지난 26일 '제3차 양성평등 기본계획(2023~2027년)'을 발표했는데 '피해자 중심 제도적 기반 구축' 정책의 하나로, 형법상 강간죄의 구성 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개정하는 걸 검토하겠다고 했어. 이른바 '비동의 간음죄'라고 불리는데, 상대방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인 성관계를 한 사람을 형사처벌하겠다는 내용이지.

-그런데 법무부가 '비동의 간음죄' 신설에 대해 사실상 반대하고 나서면서 여가부가 "(비동의간음죄) 개정 계획이 없음을 알려드린다. 윤석열정부에서 새롭게 검토되거나 추진되는 과제가 아니다"라면서 곧바로 입장을 곧바로 철회한 거야. 부처 간 조율도 제대로 하지 않고 발표해 혼란을 일으켰다는 지적이 나와.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한국YWCA연합회에 전달한 답변서에서 "비동의 간음죄는 신중히 검토해 법률적 쟁점을 확인한 후에 공청회 등을 통해 개정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한 바 있어서 '약속을 뒤집은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와.

-눈길을 끄는 건 야당 반응이야. 현재까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공식석상에서 관련 발언을 하거나 당이 논평을 내지 않고 있어. 민주당은 지난해 7월 교육부가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방침을 밝혔다가 철회한 것을 두고 "어설프고 설익은 정책을 대통령과 논의해서 국민에게 투척하고 있다"면서 맹비판한 적이 있는데, 이것과 비교하면 꽤 잠잠한 모습이야.

-당 지도부뿐만이 아니야. 21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한 의원은 류호정 정의당 의원과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야. 류 의원은 '무고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여당을 향해 곧바로 "'성범죄 무고죄 강화'를 전제로 비동의 강간죄 도입이 가능하다면 좋네요"라면서 끝장 토론을 제안했어. 반면 백 의원은 입장을 따로 내지 않았어. 관련법에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박홍근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 모두 마찬가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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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비동의 간음죄' 철회 논란에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지난해 3월 3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우리 모두를 위해, 성평등 사회로' 여성 유세에서 연설을 마친 후 여성 지지자들과 기념사진 촬영하는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운데).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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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민감한 젠더이슈라서 전략적으로 '선택적 침묵'하는 게 아닌가 싶어. 관련법에 대해 젊은 남성 중심으로 '동의 여부' 입증이 어려워 무고한 남성들이 성범죄자로 몰릴 수 있다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때문에 상대적으로 열세인 2030 남성 지지층을 공략하기 위해선 입장 표명을 신중히 해야 한다는 거야. 친야 성향 커뮤니티에서도 이재명 대표에게 바란다면서 "비동간에 대해 철저히 입 꾹 닫아주셨으면 한다. 어차피 반대해줘봤자 2찍(국민의힘 지지층)들이 고마워할 리도 없다. 악법 실드치면서(방어하면서) 사서 욕먹을 필요도 없다"며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글들이 올라왔어.

-소극적인 지금과 달리 이 대표는 윤 대통령처럼 한국YWCA연합회 측에 "비동의 간음죄로 개정해야 한다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 답했었어.

-민주당이 '비동의 간음죄'에 대해 말이 없는 건 정부·여당의 노림수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와. 윤석열 대통령은 '여가부 폐지' 공약으로 젊은 남성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는데, 이를 포함한 정부조직개편안을 국회에 내놓았지만 민주당 반발로 추진되지 않고 있어. '비동의 간음죄'로 이슈를 키워서 여가부 폐지 동력을 만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거야. 실제로 '친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여가부의 철회 논란에 대해 비동의 간음죄 도입에 반대한다면서 "정부 부처가 갈등을 중재하기는커녕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여가부는 폐지의 명분을 스스로 증명했다"고 판을 키웠어. 또 법무부가 나서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2030 남성층을 대상으로 한 '한동훈 장관 띄워주기'라는 해석도 있어.

-여야 모두 선거철에는 외연확장을 위한 공약을 내놓다가 당선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약속 뒤집기를 반복하는 것 같아 씁쓸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정책 방향에 대해 세심하고 일관적인 태도를 보여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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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7일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이양하는 것과 관련해 점검 필요성을 제기했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내년 1월 폐지된다. /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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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대공수사권 이관' 신중론…제동걸리나?

-국민의힘이 최근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것에 대해 신중론을 제기하고 있어. 왜 그런 거야?

-국정원이 지난 18일 노동·사회단체 간부들이 북한 공작원을 해외에서 접선, 전국에 지하조직을 만든 것으로 파악하고 대대적으로 수사에 나선 것이 결정적인 계기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했어.

-내년 1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폐지된다지?

-맞아. 2020년 12월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반대에도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이관하는 내용이 담긴 국정원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어. 다만, 안보 수사에 대한 공백을 없애기 위해 3년 뒤인 2024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했어.

-대공수사권 이관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어. '권력기관 개혁' 기조 아래 정보기관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대북·해외 임무를 수행하게끔 하겠다는 취지로 국정원 개혁 방안을 마련했었지. 서울시 공무원이던 유모 씨가 2013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가, 1년 뒤 국정원의 증거 조작이 드러나면서 무죄를 선고받은 사례 등을 반영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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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여당 지도부와 오찬 자리에서 대공수사권 이관과 관련해 "(대공수사는) 해외 수사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국내에 있는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살펴봐야 할 여지가 있다"고 언급했다고 양금희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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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민의힘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넘기는 것에 대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주호영 원내대표는 27일 "경찰이 대공 수사를 충분히 할 수 있는 조직과 인원, 전문성을 가졌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어. 그는 "당장 당에서 준비 중인 것은 없지만, 외국 정보기관과 협력 문제나 해외수사 인력 확보 문제 등 전반적으로 정보위원회를 중심으로 점검해보겠다"고 밝혔어.

-윤석열 대통령도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양 문제를 검토하는 것에 대해 공감했지?

-응. 윤 대통령은 2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여당 지도부와 오찬을 했어. 당 지도부는 대공수사권 이관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건의했고, 윤 대통령은 긍정의 뜻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어. 오찬에 참석했던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대공수사는 국내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고 이번에 간첩단 사건에서 보듯이 캄보디아나 해외에 나가서 북한과 접촉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해외 수사가 같이 이뤄져야 하는 부분 등 대공수사권 이양에 관한 여러 가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데 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어.

-국정원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했던 더불어민주당의 반응은 어때?

-당연히 반대하지. 민주당은 최근 국정원과 경찰의 노동·사회단체에 대한 수사를 두고 '공안몰이'라며 정부·여당이 정치적 이익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또한 기본적으로 과거 국정원이 무고한 국민을 간첩으로 둔갑시키기 위해 조작했던 집단이라는 인식 아래 과거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어. 때문에 민주당이 국정원법 개정 논의에 협조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여.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송다영 기자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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