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3 (화)

사망 3년 반 뒤 미라와 해골로 발견된 여성, ‘영국판 송파 세 모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신문

영국 여성 로라 위넘은 생전에 정신분열증으로 고통 받으며 가족과의 연락도 끊겨 외롭게 죽음을 맞았다.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021년 5월 영국 서리주 보킹의 한 아파트에서 서른여덟 살 여성의 주검이 남자 형제에 의해 발견됐다. “미라처럼, 거의 해골 상태로” 발견된 주인공은 로라 위넘으로 2017년 11월에 숨을 거둔 것으로 추정됐다. 홀로 죽음을 맞은 지 무려 3년 반이 지나서야 유골로 발견된 것이었다.

세상을 뜨기 전 몇년 동안 영국 국민건강서비스(NHS)와 사회돌봄 서비스를 받은 것은 두 차례뿐이었다. 복지 요원이 위넘을 처음 찾은 것은 2014년이었고, 두 번째로 경찰관들이 2017년 10월 찾아와 어떻게 사는지 이것저것 물어보고 갔다. 경관들의 방문 한 달 뒤 세상을 등진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과 상당히 비슷한 사건이 영국에서는 3년 뒤 있었던 셈이다. BBC는 가족들의 증언을 보도하며 NHS와 서리주 경찰에게 코멘트를 요청했다고 27일 전했다. 서리주 의회는 “진정 비극적인 사건”이라며 사망 원인 조사에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넘은 정신분열증으로 평생을 고통 속에 지냈고, 살던 아파트는 복지 취약계층에 지원된 것이었다. 가족과 연락이 끊긴 지 오래였다. 보킹 지역사회 정신건강 회복센터에 남은 마지막 상담 기록은 2014년에 작성된 것이었는데 “치료받지 않은 정신건강 문제”가 있다고 적혀 있었다고 가족들은 말했다. 그 뒤로는 아무런 기록이 없었다.

죽기 한 달 전 서리주 경찰관들이 그의 집을 찾은 것이 고인의 살아 있는 모습을 본 마지막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관들은 서리주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고인이 “스스로를 돌보지 않고, 음식도 거의 먹지 않고, 어떻게 하면 지역 서비스에 도와달라고 접근해야 하는지도 몰랐던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위넘의 달력에는 이 방문 직후 아무런 글씨도 남아 있지 않았다. 마지막 글 중 하나는 “난 도움이 필요해”라고 적혀 있었다.

자매인 니키는 위넘의 정신건강이 나빠진다는 “경고”를 무시하고, “모든 사람이 눈을 감은 것처럼 보였다. 로라와 접촉했거나 그녀를 보살필 의무가 있는 모두가 어느 단계에서 손을 깨끗이 떼고 그녀를 잊어버렸다. 그녀는 방치돼 죽도록 내버려졌다. 마지막 몇 년을 어떻게 살았을지,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고, 그녀를 보려고 찾는 이 아무도 없었다니 그저 마음 아프다”고 개탄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 밀리터리 인사이드

- 저작권자 ⓒ 서울신문사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