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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감독 부임 1년’ 김판곤의 새 각오 “말레이 축구, 1년 뒤 아시안컵 돌풍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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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보다 역동적 빌드업 스타일

올해 미쓰비시컵 4강 달성처럼

43년 만의 대회 본선서 성과 기대

차기 월드컵 1차예선 통과가 큰 꿈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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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이 잘한 거죠. 아직 만족하기에는 일러요.” 동남아시아의 약체 말레이시아 지휘봉을 잡은 뒤 승승장구했지만, 김판곤 감독(54)은 냉정했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위원장으로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졌던 그답게 큰 그림을 그렸다.

말레이시아 사령탑에 부임한 뒤 1년이 된 김 감독은 27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말레이시아를 더 높은 곳으로 이끌겠다는 새해 포부를 감추지 않았다. “지난해 1월 말레이시아에 부임할 때 2년 계약을 맺었어요. 남은 절반은 더 힘내야죠.”

그의 성과는 눈부셨다. 최근 박항서 전 베트남 감독의 ‘라스트 댄스’로 화제를 모았던 아세안축구연맹(AFF) 챔피언십(미쓰비시컵)에서 말레이시아를 4강으로 이끌었다. 또 아시안컵 3차 예선에선 2승1패로 본선에 올랐다. 말레이시아가 대륙간컵인 아시안컵 본선에 진출한 것은 1980년 쿠웨이트 대회 이후 43년 만의 일이다. 그사이 킹스컵에선 베트남과 함께 동남아시아 2강으로 분류되는 태국을 무너뜨리며 결승에 진출했다. 154위(2022년 2월)에서 145위(12월)로 상승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도 말레이시아 축구로는 의미 있는 도약이었다.

김 감독은 “사실 말레이시아 축구협회에서 부탁한 건 미쓰비시컵 4강, 나머지 하나는 아시안컵 본선 진출이었다. 한국 축구를 생각하면서 ‘오케이’했지만 알고보니 말레이시아 전력으로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다행히 잘 풀렸다”고 껄껄 웃었다.

말레이시아 축구에서 후방부터 차근차근 공격을 풀어가는 벤투호의 ‘빌드업’ 축구가 묘하게 겹친다. 김 감독은 “경기를 지배하고 컨트롤하는 굵직한 축구 철학은 비슷할 텐데, 세부적인 부분을 보면 조금 다르다”며 “(우리가) 벤투식 축구보다 더 역동적이고 직선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솔직히 축구 철학이 좋다고 성공하는 건 아니다. 다행히 말레이시아 선수들하고 잘 맞았다”고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실제로 현지에선 선수들의 빠른 변화를 이끌어낸 김 감독의 리더십에 높은 점수를 준다. 김 감독은 축구 용어부터 통일시킨 뒤 동영상 등 직관적인 훈련 모델을 제시한 것이 효과를 봤다고 자평했다. “저보다는 코칭스태프들이 노력한 대목이다. 특히 파워포인트로 만든 간단한 애니메이션이 선수들의 전술 이해도를 높였다. 짜인 각본 아래 실전처럼 훈련했고, 훈련이 끝난 뒤엔 영상으로 피드백한 것도 반응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사실 어느 스포츠나 성인 선수들의 성장을 이끌어내는 게 쉽지 않다. 그렇지만 말레이시아 대표팀 평균 연령은 21세 안팎으로 조금 어린 편이라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졌다. 김 감독은 “바닥에서 올라오는 선수들의 기량도 생각보다 뛰어난데, 이젠 100명 가까운 선수들을 대상으로 옥석을 가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호주와 영국에서 뛰는 혼혈 선수들도 꽤 있다. 이 선수들을 귀화시킬 수 있다면 말레이시아 축구도 승부를 걸 만하다”고 덧붙였다.

2023년 계묘년 새해, 김 감독은 시선은 두 대회를 향한다. 일단 본선 참가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되는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1차예선 통과를 바라보고 있다. 그는 “지금 당장 월드컵 본선을 바라볼 수는 없지만 1차예선이라도 (처음) 통과하는 첫 단추라도 잘 끼우길 기대한다. 말레이시아 축구 열기를 생각하면 아마 난리가 날 것”이라고 은근한 기대감을 표현했다.

월드컵이 상징적인 목표라면 본선행에 성공한 내년 1월 아시안컵은 실제 성과를 내야 하는 무대다. 김 감독의 재계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김 감독은 “아시안컵에선 첫 조별리그 통과라는 성과를 내고 싶다. 그러면 말레이시아에서 꿈꾸는 제 그림도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라며 새해 욕심을 이야기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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