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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인기 없어 재집권 위태로운 튀르키예 에르도안의 꼼수...스웨덴이 먹잇감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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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가입 승인' 무기로 스웨덴 압박↑
5월 대선 앞 "강한 리더십 부각" 분석
한국일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에 있는 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앙카라=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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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가입을 조르는 스웨덴과 핀란드를 냉대했던 튀르키예가 최근 더 싸늘해졌다. 나토의 새 회원국이 되려면 튀르키예를 비롯한 회원국의 만장일치 찬성이 필요하지만, 튀르키예는 "우리 지원을 받을 생각은 말라"고 빗장을 걸었다.

튀르키예는 스웨덴 정부가 튀르키예의 적인 쿠르드족을 보호한 것을 트집 잡았다. 스웨덴이 이슬람 모독 행위를 방관했다는 것도 괘씸 리스트에 추가했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게 정설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5월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할 예정인데, 인기가 없다. 이에 스웨덴을 적으로 돌리고 스스로의 강한 리더십을 부각해 국내 여론을 결집시키려 한다는 분석이 많다.

"나토 논의? 만나도 소용없다" 등 돌린 튀르키예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튀르키예 외교부 장관은 26일(현지시간) "스웨덴, 핀란드와 만나는 건 의미가 없다. 그들과의 분위기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다음 달에 잡혀 있던 삼자 회의 취소를 공식화했다. 회의 의제는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이었다.

튀르키예는 스웨덴에 특히 분노했다. 지난 21일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주재 튀르키예 대사관 앞에서 덴마크 극우세력이 이슬람 경전인 코란 사본을 불태웠는데, 스웨덴 정부가 이를 제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3일 "스웨덴 정부는 신성 모독을 허용했다"며 "테러 조직(쿠르드족)을 그렇게 사랑한다면 그들에게서 (나토 가입) 지지를 구하라"고 비꼬았다. 튀르키예는 스웨덴 국방부 장관의 방문 일정 등도 퇴짜를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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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가 수도 스톡홀름의 회의장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스톡홀름=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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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대선 급한 에르도안… 외교 강경 노선 택한 듯


에르도안 대통령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건, 5월 대선 승리를 위해서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에르도안 정부에 대한 민심은 냉랭하다. 지난해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80%대에 달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겪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집권을 막기 위해 6개 야당이 힘을 합쳐 단독 대선후보를 내겠다고 벼르고 있는데, 최근 여론조사를 통한 각 당 지지율을 단순 합산하면 여당 지지율을 크게 상회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스웨덴이라는 외부 적과의 갈등을 호재로 활용 중이다. 튀르키예 야당인 IYI의 메랄 악세네르 대표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국내 정치적 이익을 위해 외교 문제를 이용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나토가 나서 튀르키예를 설득하고 있지만, 결단을 끌어낼 방법은 마땅치 않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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